"내곡동 땅 정말 몰랐나?" - "관여 증언 나오면 후보 사퇴"
안철수-오세훈 후보 단일화 TV토론회...단일화 실무협상은 난항
▲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채널A 주관으로 열린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격렬한 공방이 오고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연이어 질문을 퍼부으며 공세를 폈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이에 대한 방어에 나서며 주어진 시간을 먼저 소진해버렸다. 하지만 오 후보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적극적인 제안과 찌르기로 역공에 나섰다.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의 범보수·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선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16일 오후 TV토론회에 나섰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정과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으나, 대부분의 시간은 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데 소요됐다.
오 후보는 "그런 연락 못 받았다. 패널이나 보조자료 들고 나올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혀 논의가 없었다"라고 반박하자, 안 후보는 "나중에 확인해보시라. 지금 쓰신 패널은 봐드리겠다"라고 선심쓰듯 이야기했다. 오 후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이들에겐 보편복지 해야" - "부자 위한 복지 아껴 가난한 계층에"
주도권 토론의 첫 순서였던 오세훈 후보가 주로 정책 토론에 집중한 데 반해,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이 돌아오자 "무상급식을 아직도 반대하느냐"라고 불씨를 당겼다.
오 후보는 "무상급식이 아니라 세금급식이라 생각한다. 무상급식이 아니라 부자 세금급식을 반대한 것"이라며 "부잣집 아이들에게 줄 돈이 있다면,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도 공교육의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서 교육 사다리 만들어 교육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 후보가 "그러면 아직도 부자 무상급식에 반대한다는 말씀이시다"라고 꼬집자, 오 후보는 "따져보니 전세계에 계층과 무관하게 전체적으로 무상급식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민주당이 억지논리를 만들어낸 것"라고도 반박했다. 다만 "무상급식은 이미 시작이 됐다. 굳이 그것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꼭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라고 현 무상급식 정책 자체는 유지할 뜻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커가는 아이들이 차별받는 것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큰 타격을 준다"라면서 "아이들에 대해서는 보편적 복지를 하는 게 원칙이다. 최소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보편복지가 맞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유치원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시냐"라며 오세훈 후보의 약점 중 하나인 '아이들 밥그릇' 프레임을 은연중에 계속 강조했다.
오 후보는 보편복지를 '부자를 위한 복지'로 규정하면서 탈출구를 모색했다. "모든 복지가 부자를 위한 복지를 한 것보다 그 돈을 아껴서 가난한 계층, 어려운 계층에 가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쓸 수 있는 돈이 수십 가지 수백 가지인데 무상급식 하나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계속하는 건 이 토론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재차 "유치원 무상급식에 반대한다고 제가 해석해도 되겠느냐"라고 집요하게 반복해 물었다. 오 후보는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다"라면서도 "어떻게 효율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할 것인가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게 제 정치철학"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거를 앞두고 제가 속했던 당이 용기 있게 나서서 문제제기를 못하는 상황에서 제가 그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장을 했던 것"이라며 "직을 걸었던 데 대해서는 정말 다시 한 번 무리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다만 부자에게 갈 복지가 어려운 계층에게 가야 한다는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이었다"라고 자평했다.
안철수 후보는 "그런데 그때(무상급식 논란 당시) 아이들이 유권자가 됐다. 지금 그 아이들에게 혹시 해주실 말씀 있으신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시간을 다 소진한 오 후보는 이에 답변하지 못했다.
"재산신고도 한 땅을 몰랐나?" - "오세훈 관여 양심선언 나오면 후보 사퇴"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도 안철수 후보의 공세가 계속됐다. 그린벨트 내에 있던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이 임대주택지구로 지정돼 수용되면서 보상이 이뤄진 일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이명박 정부, 오세훈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2009년, (내곡동 땅이 개발부지로) 최종 확정된 것으로 보도됐는데, 당초 해명한 게 거짓인가"라고 물었다.
오 후보는 "제가 취임해서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했다는 건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처갓집이 투기를 하려고 산 게 아니라 원래 조상부터 갖고 있던 땅인데, 1970년도에 장인어른이 저희 아내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시며 상속한 땅"이라고도 해명했다.
오 후보는 지도까지 꺼내들며 "민주당에서 '시장이 됐기 때문에 아무리 지구 지정 절차가 전 시장 때부터 시작됐더라도 제외했어야 옳다'라는 주장을 한다"라며 "지금 이 위치를 보시라. 이 위치를 빼고 지구 지정이 가능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택지 한가운데였기 때문에 제외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의미였다.
이어 "저희 처갓집에서 수용되는 것을 반겼을 리가 없는 것이, 평당 보상가격이 270만 원이었다. 지금 이 근처 땅이 평당 수천만 원"이라며 "당시 시가도 317만 원으로 표가 나와 있다. 시가보다 보상가가 훨씬 낮았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절차는 현직 시장이지만 전혀 몰랐다. 왜냐하면 주택국장 전결사항이었기 때문"이라며 "만약에 제가 이 지역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하는데 관여했거나 하게 되면, 관여했던 지시를 받았던 혹은 제가 부당한 압력을 가했던 것을 경험한 서울시 직원이나 SH공사 직원은 바로 양심선언해주시라"라고 외쳤다.
오 후보는 "한 분이라도 이 지구에 대해서 오세훈 시장이 관심을 표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했다는 기억이 있는 분이 계시면 나서주시라. 그러면 바로 후보 사퇴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장 시절 관심도 없었고, 수용절차가 진행되는 것 자체도 몰랐고, 담당 국장도 저희 처갓집이 관여된 땅이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 땅에 제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 것이다. 제가 관여했다고 한 분이라도 만약에 나온다면 사퇴하겠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시장 시절) 공직자 재산신고에 분명히 기재되어 있는데 이 땅을 정말로 모르셨냐"라고 지적했고, 오 후보는 "보통 처갓집에 어떤 땅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는 분이 많으신가. 당시에 저는 내곡동에, 일산 땅에 처갓집 땅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식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재산 신고할 때 한 번 정도 봤을 것이다"라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땅이 국민임대주택 예정지구나 보금자리주택 예정지구로 지정될 수 있다는 건 전혀 몰랐다. 10년 전, 당시 한명숙 후보와 선거전 치를 때 이 문제 불거졌을 때 정말 생경했다"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채널A 주관으로 열린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합당하느니 지금 입당" - "2번 지지자 4번 지지자 다 모아야"
오세훈 후보는 제기된 의혹에 답변하느라 주어진 시간을 상당 부분 써버렸지만, 안 후보의 아픈 곳을 찌르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께서 정치를 시작하시고 점점 더 축소지향의 리더십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정치인 안철수가 입당과 탈당, 창당을 반복하며 그 위세가 급격히 줄어왔던 점을 꼬집었다.
오 후보가 "함께 정치했던 분들이 주변에서 많이 떠나갔다"라며 "정말 큰 야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지금까지의 안철수 후보 리더십과 앞으로의 안철수 후보 리더십이 어떻게 달라지길래 큰 야권을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하겠느냐"라고 따져 묻자, 안 후보는 "제가 가는 길이 편안하고 아주 안락한 길이라면 모르겠는데, 그 길이 너무나도 힘든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그런 경험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을 많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범야권에는 수많은 리더들이 계신다. 제가 우두머리를 하겠다는 게 아니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오 후보는 "그렇게 되려면 합당을 해야 하는데, 합당 조건을 맞추는 게 굉장히 힘들다"라며 "100대 3의 비율로도 합당할 의향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안 후보는 "지분 요구할 생각 없다"라면서 서울시장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합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오 후보는 "시장이 되지 않더라도 합당하겠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어려운 난관이 많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합당을 하느니 오늘이라도 입당을 하시라"라며 "오늘 중으로 입당하시면 단일화는 약속했던 시한을 지킬 수 있게 된다"라고 역제안에 나섰다. 그는 이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때문에 (단일화 협상이) 아직도 대립하고 있지 않느냐, 적합도냐, 경쟁력이냐"라며 "제가 그 부분 양보하겠다. '경쟁력'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동의해드리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저는 이번 선거 이기는 방법이 2번 지지자, 4번 지지자 분 마음 모두 모아서 하나가 되어야 이길 수 있다고 본다"라며 "제 진정성과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안철수 후보께서 말씀하신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함께하는 범야권을 만들려면 굉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며 "지금까지의 축소지향적 리더십을 갖고, 마음이 아무리 지금 하늘을 찌르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분과 함께 할 수 있을지 힘들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특히 "과거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에 계실 때 그 분을 영입하기 위해서 접촉했던 사실을 여러 번 인터뷰에서 말씀하시는 걸 봤다"라며 "사실 실패한 영입이다. 그 사례를 여러 번 말씀하시는 걸 보며 '저건 아닌데' 했다"라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요즘 젊은 분들이 실패한 소개팅을 주변에 이야기하면 정말 싫어한다"라며 "그 분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라며 '실패한 소개팅'으로 자신을 홍보하는 안 후보를 저격했다. "그 분까지 함께하는 공동전선, 큰 야당을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지 회의적"이라며 "어차피 할 합당이고, 조건없이 하고, 지분 요구를 안 하실 거면 입당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재차 입당을 요구했다. 오 후보는 "이 토론 끝날 때까지 생각해주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안 후보는 이날 끝까지 이에 대해 명쾌히 대답하지 않았다.
이날로 단일화 토론회까지 마친 양측이 오는 18~19일 후보등록 전까지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선 적어도 17일부터 여론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양측 실무협상단 회의는 16일 오후 8시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