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총리님, LH를 몇 개로 쪼개도 경남에 있어야 합니다

[주장] 부동산 투기해도 되는 국민이 따로 있습니까?

등록|2021.03.17 11:29 수정|2021.03.17 11:42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생긴 어떤 이슈나 악재보다 더 강력하고 정권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의해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폭로된 후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앞다투어 맹폭격을 쏟아내고 있고, 언론은 국토교통부(국토부) 공무원, 국회의원, 시도지사와 지방의회 의원을 차례차례 물어뜯고 있는 형국입니다. 아울러 여당과 야당은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놓고 유불리를 따지며 혹세무민에 가까운 언론 플레이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연일 "LH 투기는 공정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로 용납할 수 없다",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 "강력한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내놨고, 급기야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선거를 앞둔 여당의 전·현직 총리 역시 앞다투어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LH에 대해 해체수준에 준하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해체수준으로 LH를 바꾸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LH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를 통합한 후 비대한 조직(직원 1만 명, 자산규모 184조 원) 내부에서 쌓여온 부정부패의 적폐가 터지고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기구와 조직이 방대한 LH룰 개편해 상호 감시와 견제가 작동하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민의 주거복지기관으로 환골탈태시키겠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두고 몇 가지 대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주장들을 정리해보면, 첫 번째로는 "LH 통합 전 조직인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로 회귀하자"는 주장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조직을 기능별로 나누는 LH를 3~4개 정도의 조직으로 해체 분할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신규택지 공급이나 신도시 토지개발 등의 총괄 업무만 남기고 실제 개발사업은 지방자치단체나 지방 공기업에 일임하자는 주장입니다.

비전문가인 제가 보기엔 세 가지 방안 모두가 우선 '소나기부터 피하고 보자'는 땜질 처방이 아닌가 싶습니다. LH가 비대해진 것이 과연 본질일까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로 나뉘어 있을 때는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없었을까요? 부패방지법도 없었던 그 시절이니 지금보다 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또 개발사업을 지방자치단체나 지방 공기업에 맡기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과연 LH 직원들에게 맡길 수 없는 '생선'을 지방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당장 기사 검색을 조금만 해보시면 지방 공기업의 채용 비리를 비롯한 각종 부정부패와 관련된 기사가 수두룩한데 과연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 투기는 LH 직원들이 하는 것만 문제인가요? LH를 빼고도 가스공사, 한전, 공항공사를 비롯한 24개의 공기업이 있고, 한국산업단지공단, 교통안전공단을 비롯한 준정부기관도 78개나 있습니다. 그 뿐인가요? LH를 관할하는 국토부를 비롯한 중앙부터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도 용납 되어서는 안되고 정무직인 장관, 차관을 비롯하여 국회의원도, 도지사, 시장, 군수도, 시도의원도 부동산 투기도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기업들의 부동산 투기도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국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어도 되는 특권을 가진 국민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LH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도 부동산 투기로 부를 축적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세균 총리를 비롯하여 청와대와 국토부 공무원들 그리고 LH를 해체하자거나 두 개 혹은 세 개로 쪼개자는 분들에게 꼭 한 가지 짚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LH를 쪼개는 것이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것에는 동의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꼭 쪼개야 한다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경상남도 진주 혁신도시에 내려와 있는 LH를 몇 개로 쪼개도 좋습니다만, LH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불과 얼마 전 이낙연 전 총리는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30%에서 50%로 늘이겠다고 하였지요. 실제로 LH 본사가 경남 진주로 이전한 뒤 지역 대학을 졸업한 젊은 인재들의 취업 기회가 확대되고,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거버넌스 경험도 꾸준히 축적되고 있습니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LH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나누던지, 역할과 기능별로 몇 개로 쪼개도 좋습니다만, 쪼갠 공공기관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경남도민의 한 사람으로 어떤 조직 개편 정책도 다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만, LH를 왜 진주로 옮겼는지, 왜 진주에 혁신도시를 조성하였는지 잊지 마시고 대안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LH가 서울에서 가장 먼 경상남도 진주에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들이 다른 지면에는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한다며 보유세 인상을 비판하는 기사를 동시에 쏟아내고 있습니다. 땅을 사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이 문제라면 아파트를 얻은 막대한 시세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왜 문제란 말입니까?

부동산 투기에 가담한 LH 직원들을 발본색원하고, 중앙부처부터 기초자치단체까지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샅샅이 조사하는 것으로 결코 근절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집과 땅을 사서 부자가 될 수 없는 나라가 되도록 법과 제도를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윤기 기자는 마산YMCA 활동가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