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어울리는 영화" 김종관 감독의 의도
[현장] 영화 <아무도 없는 곳> 언론 시사회
▲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의 한 장면. ⓒ 볼미디어
'아내와 헤어진 한 소설가가 인생의 벼랑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마음의 변화를 겪는 이야기.'
연출자인 김종관 감독은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을 그렇게 정의했다. 서울 종로 숨은 골목 구석을 누빈 촬영의 결과물이 17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공개된 가운데 감독 및 출연 배우들이 영화의 매력을 강조했다.
전작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등으로 서울 도심부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두 인물과 특정 장소를 배치시켜 이야기를 만들어 온 김종관 감독은 "형식적 실험을 하고 싶어서 지금과 같은 영화를 구상했다"고 운을 뗐다.
"창석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창작적 면에서도 변화를 겪는데 이처럼 꿈도 현실도 아닌 그 경계에서 창작에 대한 이야길 하고 싶었다"던 김 감독은 "<조제>에 이어 어쩌다 보니 쓸쓸한 이야기 두 편을 코로나19 시국에 연이어 개봉하게 됐다. 코로나 시국에 잘 어울리는 철저히 거리두기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고 작품을 정의했다.
이어 영화가 품은 밤과 새벽의 정서에 대해 감독은 "죽음, 늙음, 슬픔을 얘기하고 있지만 살면서 그런 속성을 위장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죽음을 바라보면서 삶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고, 창석의 입장에서 누구가와 같이 늙어가는 걸 동경하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두워 보이지만 그 반대 급부가 그만큼 크다는 게 감독의 말이었다.
연우진 또한 동의했다. "연기할 땐 상실, 늙음과 죽음, 잃어버린 기억을 생각하며 뭔가 우울하고 슬펐고, 감정을 억누르기도 했는데 관람객으로 영화를 보고 나니 반대의 것이 생각핬다"며 "영화는 없어져 가는 걸 보여줬지만 그 안에서 이후에 살아야 하는 걸 바라보게 된다. 창석의 변화와 연우진이라는 사람이 영화를 보며 느낀 감정이 서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님의 모습, 연기에 참고했다"
▲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의 한 장면. ⓒ 볼미디어
김종관 감독과 <더 테이블>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연우진은 "감독님을 만나면 종로구 어딘가를 신나게 구경하고 오게 된다"며 "감독님이 한 바에서 재즈 음악을 들으며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을 봤는데 연기에 참고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평소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라 창석을 연기할 때 실제 제 진부한 모습이 나올까 걱정했다"던 연우진은 "상대 배우분들에 대한 믿음이 컸다"며 "그분들이 주는 에너지와 다양한 내공을 마음껏 감상했다"고 동료와의 호흡을 강조했다.
이주영은 "원래 술을 안 마셔서서 술문화를 아예 몰랐는데 감독님과 같이 다니면서 여러 기술을 배웠고, 감독님의 아지트도 알게 됐다"며 "바텐더인 주은은 창석에게 자신의 상처를 얘기한다. 저 또한 힘든 일을 겪은 후에 누군가가 자신의 상실을 얘기해주면 뭔가 안도감이 드는데 창석 또한 그런 위로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해석했다.
윤혜리는 "영화를 보면 커피숍에 앉은 창석 뒤에 계신 노인들, 창석이 밥 먹을 때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위로가 된다"며 "나에게 집중하느라 타인을 보지 않곤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영화가 조명해주면서 내 눈에 장막이 걷히는 느낌이었다"고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짚었다.
김종관 감독은 영화 제목의 의미를 덧붙였다. "영화에 나오는 여러 공간이 쓸쓸한 분위기로 담기긴 했는데 실제로 있는 공간이고 일상적이면서 비 일상성 또한 가진 곳이라 생각한다"며 "지하철 상가 내에 있는 카페나 공중전화 박스 등은 모두 어떤 경계에 있다. 그런 면에서 <아무도 없는 곳>이란 제목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여러 생각을 하게끔 하는 요소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어둠도 포근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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