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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어울리는 영화" 김종관 감독의 의도

[현장] 영화 <아무도 없는 곳> 언론 시사회

등록|2021.03.17 17:46 수정|2021.03.17 17:49

▲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의 한 장면. ⓒ 볼미디어


'아내와 헤어진 한 소설가가 인생의 벼랑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마음의 변화를 겪는 이야기.'

연출자인 김종관 감독은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을 그렇게 정의했다. 서울 종로 숨은 골목 구석을 누빈 촬영의 결과물이 17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공개된 가운데 감독 및 출연 배우들이 영화의 매력을 강조했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서로 다른 장소를 넘나드는 소설가 창석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배우 연우진이 창석 역을, 이주영이 바텐더 주은 역을, 윤혜리가 창석의 대학 후배이자 출판 편집자 유진을 연기했다.

전작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등으로 서울 도심부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두 인물과 특정 장소를 배치시켜 이야기를 만들어 온 김종관 감독은 "형식적 실험을 하고 싶어서 지금과 같은 영화를 구상했다"고 운을 뗐다.

"창석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창작적 면에서도 변화를 겪는데 이처럼 꿈도 현실도 아닌 그 경계에서 창작에 대한 이야길 하고 싶었다"던 김 감독은 "<조제>에 이어 어쩌다 보니 쓸쓸한 이야기 두 편을 코로나19 시국에 연이어 개봉하게 됐다. 코로나 시국에 잘 어울리는 철저히 거리두기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고 작품을 정의했다.

이어 영화가 품은 밤과 새벽의 정서에 대해 감독은 "죽음, 늙음, 슬픔을 얘기하고 있지만 살면서 그런 속성을 위장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죽음을 바라보면서 삶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고, 창석의 입장에서 누구가와 같이 늙어가는 걸 동경하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두워 보이지만 그 반대 급부가 그만큼 크다는 게 감독의 말이었다.

연우진 또한 동의했다. "연기할 땐 상실, 늙음과 죽음, 잃어버린 기억을 생각하며 뭔가 우울하고 슬펐고, 감정을 억누르기도 했는데 관람객으로 영화를 보고 나니 반대의 것이 생각핬다"며 "영화는 없어져 가는 걸 보여줬지만 그 안에서 이후에 살아야 하는 걸 바라보게 된다. 창석의 변화와 연우진이라는 사람이 영화를 보며 느낀 감정이 서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님의 모습, 연기에 참고했다"
 

▲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의 한 장면. ⓒ 볼미디어


김종관 감독과 <더 테이블>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연우진은 "감독님을 만나면 종로구 어딘가를 신나게 구경하고 오게 된다"며 "감독님이 한 바에서 재즈 음악을 들으며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을 봤는데 연기에 참고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평소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라 창석을 연기할 때 실제 제 진부한 모습이 나올까 걱정했다"던 연우진은 "상대 배우분들에 대한 믿음이 컸다"며 "그분들이 주는 에너지와 다양한 내공을 마음껏 감상했다"고 동료와의 호흡을 강조했다.

이주영은 "원래 술을 안 마셔서서 술문화를 아예 몰랐는데 감독님과 같이 다니면서 여러 기술을 배웠고, 감독님의 아지트도 알게 됐다"며 "바텐더인 주은은 창석에게 자신의 상처를 얘기한다. 저 또한 힘든 일을 겪은 후에 누군가가 자신의 상실을 얘기해주면 뭔가 안도감이 드는데 창석 또한 그런 위로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해석했다.

윤혜리는 "영화를 보면 커피숍에 앉은 창석 뒤에 계신 노인들, 창석이 밥 먹을 때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위로가 된다"며 "나에게 집중하느라 타인을 보지 않곤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영화가 조명해주면서 내 눈에 장막이 걷히는 느낌이었다"고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짚었다.

김종관 감독은 영화 제목의 의미를 덧붙였다. "영화에 나오는 여러 공간이 쓸쓸한 분위기로 담기긴 했는데 실제로 있는 공간이고 일상적이면서 비 일상성 또한 가진 곳이라 생각한다"며 "지하철 상가 내에 있는 카페나 공중전화 박스 등은 모두 어떤 경계에 있다. 그런 면에서 <아무도 없는 곳>이란 제목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여러 생각을 하게끔 하는 요소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어둠도 포근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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