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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FC, 모두가 '무고사'처럼

[2021 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 FC 4-1 수원 FC

등록|2021.03.18 11:01 수정|2021.03.18 11:02

▲ 인천 유나이티드 원톱 김현(가운데)이 후반전에 수원 FC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드리블하는 순간 ⓒ 심재철


'INCHEON WE ARE STRONG'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출신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유행시킨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상징어가 걸려있는 수요일의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다시 반짝반짝 빛났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현재 막바지 치료 단계에 접어든 스테판 무고사를 응원하기 위해 1756명 홈팬들과 선수단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친 덕분에 게임도 멋지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7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원 5라운드 수원 FC와의 홈 게임에서 4-1로 대승을 거두고 팬들에게 시즌 두 번째 승리 소식을 안겨주었다.

아길라르 3호골, 득점 랭킹 공동 선두

게임 시작 후 9분이 되자 인천 유나이티드 안영민 그라운드 아나운서가 홈팬들을 일으켜 세웠다. 등번호 9번을 달고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을 이끌어온 스테판 무고사에게 모두가 힘을 실어주자는 박수 응원 제안이었다.

이렇게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모두의 가슴에 무고사 이름을 새기고 평소보다 더 뛰었다. 33분에 멋진 첫 골이 나왔다. 이번 시즌부터 인천 유나이티드의 왼쪽을 책임지고 있는 풀백 오재석이 수원 FC의 공격을 가로챈 뒤 빠른 역습이 이어진 덕분이었다.
 

▲ 33분, 인천 유나이티드 플레이 메이커 아길라르가 오른발 슛으로 첫 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이 공은 원톱 골잡이 김현과 네게바를 거쳐 플레이 메이커 아길라르에게 이어졌고 그의 왼발 위력을 잘 알고 있는 수원 FC 선수들이 셋이나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길라르는 왼발이 아닌 오른발 슛으로 구석을 노렸다. 선수들에게 가려서 이 슛 타이밍을 놓친 수원 FC 골키퍼 유현도 반응하기 까다로운 골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홈팬들은 손바닥이 뜨거워질 정도로 기쁨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108초만에 허탈한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수원 FC의 U-22 멤버 조상준에게 동점골을 내준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6일 같은 곳에서 열린 대구 FC와의 홈 개막 게임에서도 골 넣는 수비수 김진혁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흔들린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김진혁의 동점골은 구본철의 첫 골이 터진 뒤 2분 41초(골 라인 통과 기준)만에 들어간 것이었고 이번 조상준의 동점골은 1분 48초밖에 안 걸렸다. 골 세리머니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특효약처럼 보였다.

수원 FC 박지수, 2게임 연속 퇴장 진기록

1-1 점수판으로 다시 시작한 후반전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게임 흐름이 나왔다. 54분, 인천 유나이티드 김현이 감각적으로 내준 공을 네게바가 논스톱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다. 그런데 이 공이 수원 FC 센터백 박지수의 오른팔에 맞고 떨어진 것이다.

일단 페널티킥을 선언한 안재훈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온 필드 뷰 모니터를 꽤 오랫동안 확인한 뒤 그라운드로 돌아와 박지수에게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페널티킥 판정은 변하지 않았고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아길라르는 득점 랭킹 단독 선두 자리까지 넘보며 왼발 인사이드 킥을 시도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높게 뜬 공이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넘어갔다.

여기서 경고를 받은 박지수는 3일 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성남 FC를 상대하면서 고의적인 잡기 반칙을 저질러 퇴장당한 바 있다. 그러나 KFA(대한축구협회) 심판평가소위원회는 K리그 원 5라운드 두 번째 날 회의를 열어 박지수의 해당 반칙 행위에 대해 '명백한 득점 기회 저지'가 아니라 '유망한 공격 기회 저지'로 결론을 내려 박지수가 극적으로 뛸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 후반전, 두 번째 핸드 볼 파울로 경고 누적 퇴장 조치된 수원 FC 박지수(오른쪽) ⓒ 심재철


공교롭게도 바로 이 박지수가 67분에 또 하나의 핸드 볼 반칙을 저질러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쫓겨났다. 이번에는 인천 유나이티드 오른쪽 풀백 김준엽의 대각선 슛을 몸을 돌려 막다가 오른쪽 팔꿈치에 맞은 것이다. 박지수는 두 장면 모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심판평가소위원회의 표현처럼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한 행동이기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흘만에 2게임 연속 퇴장 선수가 되어 그라운드를 걸어 나갔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 중요한 순간 김현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겼고 그는 흔들림없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굴려넣었다. 그리고는 수세에 몰린 수원 FC 골문을 더 두들겼다.

앞서 페널티킥 추가골 기회를 놓쳤지만 아길라르는 이후 2개의 도움 기록을 추가하면서 인천 유나이티드 최고의 보물임을 입증했다. 78분에 김현의 멋진 터닝 패스로 역습을 시작한 인천 선수들은 아길라르의 아찔한 왼발 크로스를 받은 네게바가 섬세한 트래핑 기술을 자랑하며 쐐기골을 넣었다.

수원 FC의 오른쪽 풀백 정동호를 앞에둔 네게바는 살짝 뜬 공을 발등으로 넘겨서 발리슛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고 마무리조차 부드러운 터치로 유현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유연한 기술이 축구장에 꼭 필요한 이유를 네게바가 인천 유나이티드 데뷔 골로 입증한 셈이다.
 

▲ 78분, 부드러운 트래핑 기술로 멋진 추가골을 만들어내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네게바 ⓒ 심재철


그리고 이번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에 없어서는 안 될 살림꾼으로 자리잡은 수비형 미드필더 문지환이 88분에 아길라르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날카로운 바운드 헤더 쐐기골을 터뜨려 게임을 끝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수원 FC 교체 선수 라스가 1골을 따라붙을 슛을 날렸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이태희 골키퍼가 놀라운 순발력을 자랑하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다.

이로써 인천 유나이티드는 2게임 연속 패배 뒤 귀중한 1승을 거둬 8위(2승 3패 8득점 8실점)에 올라섰고, 승격 팀 수원 FC는 아직도 1부리그 복귀 후 첫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11위(2무 3패, 3득점 10실점)에 머물게 됐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6라운드 강릉 어웨이 게임(3월 21일 오후 2시, 강릉 종합)에서 역시 시즌 첫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강원 FC를 만나게 되며, 수원 FC는 그 전날 오후 4시 30분 전주성으로 찾아가서 1위 전북 현대를 만나야 한다.

2021 K리그 원 5라운드 결과(17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4-1 수원 FC [득점 : 아길라르(33분,도움-네게바), 김현(71분,PK), 네게바(78분,도움-아길라르), 문지환(88분,도움-아길라르) / 조상준(35분,도움-한승규)]
- 퇴장 : 수원 FC 박지수(70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네게바(81분↔최범경), 김현, 구본철(46분↔지언학)
MF : 김도혁(59분↔김준범), 문지환(90+1분↔박창환), 아길라르
DF : 오재석(90+1분↔강윤구), 김광석, 오반석, 김준엽
GK : 이태희

수원 FC 선수들
FW : 이영준(46분↔라스)
AMF : 조상준(38분↔김호남), 한승규, 정충근(38분↔무릴로)
DMF : 김건웅(81분↔김승준), 김준형(73분↔조유민)
DF : 김상원, 윤영선, 박지수, 정동호
GK : 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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