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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쿼드와 거리두기

[혐한의 세계 17]

등록|2021.03.22 16:15 수정|2021.03.22 16:38

▲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3월 12일(미 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 롬에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장관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크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협의체다. ⓒ 연합뉴스=EPA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간 안보회의라는 쿼드(Quad)는 2007년 11월에 결성됐다. 이 쿼드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이 회의는 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를 표방하는 4개국의 결속에 의해, 자유롭고 개방된 아시아·태평양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국포위전략이라고 일컬을 만큼 중국과의 대립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주목하면서, 일본에서는 쿼드의 참가와 의의를 어떻게 새기고 있는가, 또 한국에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유럽과 중동에서 시작하여 인도양을 거쳐 동남아시아로 들어오는 선박의 자유로운 항해는 우리나라에도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루트를 이용하여 물류가 일본까지 수송되려면 해상루트에 확실하게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쿼드를 제안한 일본의 입장이다. 이에 점점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미국과의 목표와 방향이 일치되어 나타난 결과가 쿼드가 결성된 배경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20년간 일본 역대 수상이 국회에서 아시아·태평양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회 연설에서 아시아 또는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용어가 언급된 빈도보다는 인도 또는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변화다. 자유로운 항해를 강조하는 것이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가 증가한 이유가 되었는데, 상대적으로 아시아·태평양을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들게 되었다.

2017년 아베 수상은 국회 연설에서 인도양, 태평양에 대해 각각 따로 언급하는 횟수가 많았는데 비해, 2018년과 2019년에는 인도·태평양으로 붙여쓰는 용어로 언급횟수가 증가한다. 이러한 특징은 현재의 스가 수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아베 수상의 국회연설에서는 한일관계의 악화로부터 영향을 받아, 아시아에 대한 언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에 대한 언급이 줄어들고, 대신 아세안과 미국, 인도에 대한 언급횟수가 늘어났다.

3월 16일 바이든 정부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하여 2+2 회담이 이루어졌는데, 바이든 정부 장관과의 상견례와 같은 회담에서도 초점은 대중견제였다. 회담후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을 언급하며,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 한미일공조의 강화를 언급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견제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중국을 둘러싼 포위망을 역(리버스) C라고 부른다. C는 중국을 의미하고, 지구 반대편에서 보면, 중국을 포위하는 국가를 이어보면 C라는 글자로 보이기 때문에 붙였다. '역C'에서 포위망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까지 확장되었다. 여기에 틈새가 보이는 한국에 참여를 요청한 것이다. 대중국 봉쇄인 역C로부터 벗어나려는 중국의 구상이 일대일로이다.

이번 미일 2+2 회담에서는 표현의 차이는 있었지만, 미국과 일본의 의도는 한국에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고, 쿼드를 의식하면서 인도태평양을 축으로 삼는 지역방위에 참가하라는 요청이었다.

한국을 쿼드에 참여시키려는 것은 중국과의 대립을 부추기고,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함이다. 일본에서의 2+2 회담에서는 북한에 의한 납치자 문제와 북한 비핵화 문제도 공동성명에 넣어 발표하였다. 중국과 북한을 한 묶음으로 하여 미국과 일본의 공동적대국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이 한국에서의 2+2 회담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3월 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3월 18일 한미 2+2 회담후 성명에서는 쿼드에 얼마큼 거리를 두느냐가 주목되었는데, 회담에서는 한미동맹과 인도-태평양지역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쿼드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선 표현이었다. 한미일 공조에 대해서도 중요성은 인정한다는 모양새를 취했다. 쿼드를 성명에 넣기 보다는 신남방정책과 연계한다는 문구가 들어있어, 서로 공통점을 찾아가자는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

19세기말 20세기초 중국에서 일어난 의화단 운동은 외세배척운동으로 우리나라 동학운동과 그 성격과 시기가 비슷하다. 한 세기도 훨씬 지난 지금, 쿼드에 의한 포위망을 중국은 청과 의화단 운동을 탄압하려는 부당한 외세간섭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외세와의 전쟁 개시 이듬해 1900년 8월에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8개국의 연합군은 북경을 13개월간 점령하는데, 의화단 단원을 색출한다는 명분 아래 많은 중국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 중국으로서는 수치스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다.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된 4개국 쿼드에 영국이나 몇나라가 합세를 하면, 구성국은 다르지만 청, 의화단과 대립한 열강 8개국과도 비슷한 대립구도가 형성된다. 중국은 의화단 사건후 외세개입으로 인한 혼란을 교훈으로 삼아 1세기 이상 절치부심하면서 성장과 굴기를 거듭한 것이었고, 이를 중국몽이라는 슬로건으로 인민을 결집시키려 하고 있다. 물론 19세기말의 청과 현재 중국의 국력과 군사력에는 천양지차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한반도가 대리전으로 점화를 일으키기 쉬운 조건이 있다. 중국 중심부와 동쪽 가까운 지역에 세계최대의 해외기지인 미군기지가 평택에 있고, 또한 남쪽으로는 오키나와에 주일미군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한미일 강화라는 형태로 한국으로부터 동의를 받아내, 계속하여 중국과 북한을 위협하며, 자극시켜 한국군에 선봉대 역할을 맡게하는 시나리오다. 한반도 주변에서 장기간 갈등이 빚어지면, 단기적이고 국지전이지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져 간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이유는 미국이 중국과 직접 충돌하기 보다는 대리전 양상으로,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에 몰아치게 하면서, 미국은 전쟁을 지휘하고, 일본을 통해 물자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전쟁 비용과 직접적인 희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아시아에서 약화된 팍스 아메리카를 재건하고, 세계에는 미국의 국력과 군사력을 어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상처는 고스란히 남북한의 한반도 주민들이 받아내는 전쟁형태이다.

일본은 제2차대전에서 미국에 패했지만,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제1차대전과 냉전을 승리한 전쟁으로 기억하고 있다.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으려는 기본전략은 일본이 고립하면 전쟁에서 지는 것이고, 지는 팀에 붙으면 진다는 것이다.

위의 같은 전쟁사에서 미국이 동의하거나 함께 하면 승리했는데 거스르면 패했다는 교훈이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함께 적극적으로 쿼드에 참여하며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한미 2+2 회담에서 우리 측의 발표에서는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는 용어의 사용을 자제했는데, 한반도가 항상 전쟁돌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회담에 대처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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