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앞 모인 벨라루스인들... "힘 합쳐달라"
21일, 루카셴코 탄압 규탄 - 벨라루스 민주화운동 지지 호소 기자회견 열려
▲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과 한국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후 단체사진 한국에 거주하는 벨라루스 국민들이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본국의 민주화운동에 적극 지지하고 연대해줄 것을 공식요청했다. ‘벨라루스의 민주주의를 위한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 (BKDB)은 2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 (BKDB)
한국에 거주하는 벨라루스 국민들이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자국 민주화운동의 지지와 연대를 공식 요청했다.
'벨라루스의 민주주의를 위한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BKDB: Belarusians in Korea for the democracy of Belarus)'은 지난 19일 정의용 외교부장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한국이 3월 22일, 23일로 예정된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벨라루스 정부에 대한 강력한 새 결의안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공개서한에는 정의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3개 정당과 참여연대를 비롯한 43개 한국 국내외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연명해 이들의 요청에 힘을 실었다. 또한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은 2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21일 기자회견은 네흐타(Nexta) 및 스보보다(Svoboda) 등 벨라루스 현지 언론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정부의 언론통제가 극심한 벨라루스에서는 그간 유튜브와 텔레그램 뉴스채널들이 야권의 뉴스를 제공해왔다. 특히 66만 구독자를 보유한 네흐타 채널은 한국과 벨라루스 양국 시민사회의 협력을 크게 환영했다.
한국에서의 기자회견을 다룬 네흐타 뉴스 기사는 22일 현재까지 2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네흐타는 "우리가 전세계가 벨라루스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한국 시민사회 대표들이 벨라루스인들에 대한 지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라며 국내외 40개 이상의 한국 단체와 정당의 유엔결의안 관련 연명 참여 소식을 전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 불리는 루카셴코의 공포스러운 26년
▲ 벨라루스 전투경찰의 국가폭력 퍼포먼스발언자 소피씨는 지난 대선이 불법부정선거였다는 증거는 공신력있는 골로스 플랫폼 자료외에도, 벨라루스사상 가장 길고 대규모인 시민들의 시위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 (BKDB)
벨라루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공포스런 철권통치가 26년이나 지속되면서 인권침해문제로 국제사회의 큰 지탄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8월에 있었던 부정선거 이후 이에 항의하는 벨라루스 시민들의 전국 규모의 주말집회가 현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와중에 반정부 목소리를 내는 독립언론인, 의료인및 변호사, 인권활동가, 노동자, 집회참여자들에 대한 비인도적인 탄압이 극심하다. 현지 인권단체와 언론의 통계를 인용한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의 공개서한에 의하면, 3월 현재까지 최소 4~8명의 시민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285명의 정치범이 수감됐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고문 사례만 450건에 달한다.
올해 두 명의 여성 언론인은 2020년 11월 평화 집회를 현장 생중계했다는 이유만으로 2년 실형을 선고받았고, 벨라루스의 대표적 인권단체인 비아스나(Viasna) 사무실, 벨라루스언론인협회의 본사, 독립벨라루스라디오&전자업계노조(REP) 본사도 수색당했다.
특히 유엔의 긴밀한 협력기구, 장애인권리사무소(ORPD)는 경제 범죄 혐의로 기소당한 가운데 이 단체의 대표는 가택연금에 처해졌고 변호인은 재판 전 구금상태다.
현지에서는 장애인권리사무소의 경제 범죄가 조작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은 장애인권리사무소에 대한 기소를 인권활동에 대한 명백한 정치적 보복행위로 본다. 또한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은 "벨라루스 정부가 이미 수감 중이거나 구금상태로 재판을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의약품을 제공하지 않거나 변호사 선임을 거부한 비인도적인 사례가 다수"라면서 "활동가의 가족들에게서 휴대전화, 컴퓨터, 신용카드, 현금등을 압수함으로써 이들의 최소한의 생계수단마저 앗아가고 있다"고 현 루카셴코 정권을 비판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의 보고서는 현 상황을 "벨라루스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인권위기"라고 기술하고 있다.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은 "벨라루스의 인권상황은 올해 2월과 3월에도 심각히 악화되고 있어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고 책임을 지게 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은 현 인권위기 상황에 꼭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의 지지를 호소했다. 벨라루스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인권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유엔인권이사회의 리더십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회견 중 재한벨라루스인 올가씨는 "공포스러운 독재정치를 기억하는 한국인들의 공감과 지원을 얻고 싶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그 기다리고 기다리던 변화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젊은이들이 경찰의 만행으로 인해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특히 "경찰서 벽밑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구타, 고문, 성폭행을 당하는 딸, 아들, 남편의 끔찍한 비명소리를 들어야만 했다"며 "좁은 경찰서에서 물, 식사, 긴급의료지원도 전무했다"고 전했다.
한국정부와 한국시민들이 연대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 벨라루스 전투경찰의 국가폭력을 재현하는 퍼포먼스이들은 전투경찰의 국가폭력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지나가는 서울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물감 퍼포먼스에 대해 기자회견에 참가했던 올가씨는 벨라루스 경찰들이 체포된 시위참여자에게 굴욕감을 주기위해 물감스프레이로 얼굴, 손, 옷에다가 낙서를 한다고 설명했다. ⓒ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 (BKDB)
또 다른 발언자인 소피씨(가명)는 한국정부와 한국시민들에게 몇 가지 연대제안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한국 정부에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작년 부정대선 후 벨라루스 보고서에서 국제사회에 권고한 것처럼, 알렉산더 루카셴코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대선이 불법부정선거였다는 증거는 공신력있는 자료외에도, 벨라루스사상 가장 길고 대규모인 시민들의 시위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정권은 루카센코가 80% 지지를 받았다고 우기지만 사실 그의 지지율은 3%에 그치며, 심지어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말 4%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도 벨라루스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할 권리가 있으니 국제사회 감시 하에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현재 유럽연합과 영국, 미국, 캐나다는 벨라루스의 대선 결과를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소피씨는 또한 한국정부가 벨라루스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때 협력과 교류에 앞서, 인권문제를 먼저 언급해달라고 강조한다. 그는 "벨라루스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있기전까지는 국제기구를 포함, 벨라루스 현 정권에 대한 어떠한 재정지원도 금지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이 벨라루스 정부와 무역관계를 유지하면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독재자 루카셴코 정권의 폭압통치를 유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데 중요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또한 그는 신변의 안전때문에 불가피하게 출국해야 했던 벨라루스인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그는 특별히 그간 국가폭력으로 고문과 부상을 당하거나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의 치료지원을 언급했다.
아울러 한국 시민들에게는 국민청원등을 통해 벨라루스의 인권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한벨의원친선협회처럼 양국간 의회협력그룹에 속한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의 국내 활동에도 함께 협력해줄 것을 부탁했다. 벨라루스정부의 정치적 탄압으로 인해 실직하거나, 생계에 영향을 받은 벨라루스 시민들을 지원하는 '벨라루스연대재단' 또는 불법구금된 시민들과 가족이 부담해야하는 각종 벌금, 법적 비용 및 의료지원을 돕기 위해 펀딩을 진행중인 '바이헬프(BYHelp)' 프로젝트 등 벨라루스 시민들의 프로젝트를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한국의 언론도 벨라루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진실을 널리 알려주길 당부했다.
"벨라루스 시민들의 손을 잡아달라"고 간곡히 호소
▲ 정치범을 석방하라!현지 인권단체와 언론의 통계를 인용한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BKDB)의 공개서한에 의하면, 현재까지 최소한 4-8명의 시민사망이 추정되고, 285명의 정치범이 수감되었으며, 공식으로 집계된 고문사례만 무려 450건에 달한다. ⓒ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BKDB)
카트린씨(가명)는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오늘날 판데믹이라는 이중고는 7개월간 넘게 이어진 우리의 민주화운동을 더 힘겹게 만든다"며 "코로나19를 명분으로 한 모든 국경 폐쇄조치는 시민들에게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고 있고, 이 어두운 절망의 터널 끝에 한 줄기 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끈을 점점 놓치게 하고 있다"라고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2020년 대선조작부터 무법천지가 돼버린 벨라루스는 오랜 부정선거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 루카셴코 정부 초기, 전 중앙선거위원장이 불법부정선거에 항의하자 해고됐고, 갑자기 행방불명됐다. 이후로 중앙선거위원회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전적인 영향력하에 놓이게 된다. 2019년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는 그를 납치살해했다는 특수부대 출신 정치망명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그는 "현 루카셴코 정권은 부당함에 용감히 저항하는 시민들을 침묵 시키고자 심각한 국가폭력, 막대한 벌금 및 수감등의 방법으로 지속적인 탄압을 일삼아왔다"며 "경찰과 전경이 어떻게 평화적인 집회를 잔인하고 피비린내나는 학살로 만들었는지 친구들이 직접 눈물, 공포, 고뇌로 뒤틀린 얼굴 표정으로 제게 전해주던 그 아픈 순간들을 저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심적인 의료 종사자들과 독립언론에 대한 정부의 탄압 사례를 소개했다. 그간 벨라루스의 경찰이 저지른 국가폭력으로 다수 시민들이 겪은 부상과 트라우마를 두 눈으로 목격한 의사들은 매일 휴식시간에 국가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었다. 특히 벨라루스 심장학의 창시자로 불리며 많은 존경을 받는 국립심장센터 알렉산더 므로책 소장은 단지 직원들의 반폭력시위를 허용했다는 이유로 보건부에 의해 해고됐고, 저명한 전염병 전문가 니키타 솔로 베이도 현 정부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아르툠 소로킨의 경우에는 경찰의 심한 구타로 사망한 아티스트 로만 본다렌코 사건에 대해 의료기록을 말한 것만으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의료정보는 피해자 가족의 동의를 얻고 언론에 공개됐지만 의사 아르툠 소로킨은 2년형, 이를 보도한 예카테리나 보리세비치 기자는 6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아울러 벨라루스의 주요 독립언론 '툿바이'(Tut.by)는 최근 미디어 라이센스를 박탈당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서 이런 사례들은 인권탄압을 일삼는 현 정권의 범죄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많은 제 친구들도 수감의 위험을 피해 출국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벨라루스에서는 페이스북등 소셜미디어(SNS)에 정부의 비위에 거슬리는 사진, 댓글 , 감정표현 이모티콘만으로도 감옥에 갈 수 있다. 심지어 반정부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돼버린 과거 흰색-빨간색 국기와 비슷한 색깔의 옷을 입거나 물건을 가지고 있어도 체포당할 정도다. 또한, 우연히 산책하러 외출했다가 운이 나빠 체포되는 사례도 공유된다.
카트린씨는 "제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문을 당하고, 폭악한 독재에 맞서 싸우는 벨라루스 시민들의 힘겨운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들어달라"며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기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니 한국이 인권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벨라루스 시민들의 손을 잡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며 울먹였다.
마지막으로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은 벨라루스의 인권침해 상황에 관심있는 한국인들과는 언제든지 협력하고 소통할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생소할 수 있었는데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연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운을 뗀 후 "한국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지 표현이 벨라루스분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느꼈다"고 소회를 전했다.
한편 벨라루스의 여성 야권지도자들은 작년 민주화운동의 노력을 인정받아 유럽연합이 주는 최고의 인권상인 사하로프상을 수상한 바 있고 현재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추천받았다.
▲ 전쟁을 방불케하는 전경의 폭력 ⓒ 스보보다 (Svoboda)
재한벨라루스시민모임의 공개서한에 동의하는 47개 한국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리스트(아래 가나다순).
고양시민회/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 행동/국제민주연대/권리찾기유니온/ 나눔문화/ 난민인권센터/녹색당 본부/다른세상을향한연대/다산인권센터/더 좋은 세상 뉴질랜드 한인모 임/미국 애틀란타 사람사는 세상/미주지역 5.18 광주 민중항쟁동지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 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부산 그린 트러스트/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사 단법인청년김대중 창립준비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샌프란시스코 공감/ 생명안전 시민넷/세계시민선언/사)사람 예술학교/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알맹/예하운 선교회/이재명을 지지하는 해외동포모임/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천도시생태ᆞ환경연구소/인천기본소득포럼/전국금속노조쌍용자동차지부/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두환심판국민행동/정의당/정치하는 엄마들/제로웨이스트홈/진보3.0/참여연대/충남 녹색당/캐나다 노바 밸리 한인회/캐나다 노바 스코시아 호남향우회/캐나다 에드먼튼 희망실천 네트워크/프로그레시브 코리아/ 한국기독교 회협의회인권센터/해외주민운동연대/형명재단/호주 멜버른 평화의 소녀상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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