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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서 벌어진 가족들의 잇단 죽음, 그 이면

[이런 시장을 원한다!] 다양한 가족이 함께 잘 사는 도시를 꿈꾸며

등록|2021.03.26 07:34 수정|2021.03.26 07:34
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 한국한부모연합 등 4개 단체가 2020년 12월 빈곤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즉각적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한국한부모연합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과 부산의 시장 선거는 보궐선거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의 '시장'이 가지는 정치적 함의는 무척 크다. 특히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아이를 키운 서울에는 내가 활동하는 한국한부모단체연합과 같이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가 많다. 또한, 그 수만큼 다양한 기관과 이슈가 혼재하는 곳으로 '가족'에 대한 이슈 또한 '서울'이 가장 활발하다 하겠다.

서울시 한부모+미혼자녀 가구는 전체 가구의 10%를 차지하는 38만 5241가구다. 모자 가구는 29만 8046가구로 전체 한부모 가족의 77.4%에 해당하고, 부자 가구는 8만 7195가구로 22.6%에 해당한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족 형태는 한부모(모자·부자 가구), 청소년한부모, 조손가족 및 부모의 장기 복역 등으로 부양받을 수 없는 아동이 있는 경우, 다양한 가족 중 아동을 양육 중인 가구가 대부분이며 그 유형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한부모'란 이름이 있기 전 '편부' 또는 '편모', '결손가정' 등 결핍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한부모 가족은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 없는 정책을 요구하며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뜻의 '한부모' 단체가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생계형 사건과 사고 가운데 한부모가 있고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2018년 관악구 탈북 모자 사건, 2019년 성북구 네 모녀 사건, 2020년 방배동 모자 비극까지 서울 곳곳에서 벌어진 가족들의 잇단 죽음과 사건 뒤에 숨겨진 빈곤의 세습에는 정상성에 기반한 가족정책과 소득 기준으로 나뉘는 복지정책의 한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지역이 다른 도시에 비해 넓기도 하지만 한부모를 위한 복지시설 또한 그 어느 도시에 비해 적지 않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 26개와 서울시 건강가정 지원센터 25개가 자치구별로 있으며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1개와 미혼모·부자거점기관 2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서울에 있다.

기관이 많고 종사자 수가 많은 것이 좋은 도시정책의 기준이 될지는 몰라도 한부모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한부모로서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있는지 묻는다면 답하기 어렵다.

혼자 자녀 양육하는 가구에 대한 돌봄권, 주거권, 노동권, 건강권

2020년도 한부모가족복지시설 26개의 총예산은 118억 원으로 서울시 한부모가족 지원사업 예산 648억 원 중 18%에 해당한다. 이는 서울시 한부모가구 수 38만 가구 중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239세대를 위한 예산 규모다. 예산은 중앙정부와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시설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구청에서 진행한다. 결국 서울시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2000년도 전까지 50%를 약간 상회했던 '정상 가족(부부와 미혼자녀)' 가구는 2019년도 30% 이하로 떨어졌다. 오히려 1인 가구가 30%를 상회하고 나머지는 한부모, 조손 가구, 비혈연 가구 등 다양한 가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해져가는 '가족구성'에 있어 복지시설과 기관을 통한 지원정책 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이제는 자각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답게 시의 특성과 각계각층의 욕구에 맞는 정책을 위해 한 번쯤이라도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가족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가족과 함께 잘 사는 도시를 꿈꿀 수 있는 시장이 간절하다.

전국 한부모가족 인구 중 가장 많은 인구가 서울에 몰려 있는 이유는 한부모에 대한 서울시의 정책이 다른 어느 시보다 월등히 많아서일게다. 다른 시에는 없는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그 예이고 한부모생활코디네이터, 가사서비스지원 등 다른 지역에는 없는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 예산이 13억 원에 불과해 많은 한부모들이 혜택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이제 한부모가족 사업은 중위소득 52%에 해당하는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수혜적 낙인감을 유발하는 정책보다 위기가구 발굴을 통해 계속 발생되는 생계형 사건과 사고를 막아야 한다. 또한 혼자서 자녀를 양육하는 가구에 대한 돌봄권, 주거권, 노동권, 건강권 등의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부모들이 더 이상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고, 혼인이나 가족 유형에 대한 차별 없이, 복지시설에 숨어살기보다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책임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서울, 그리고 그런 서울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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