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소환한 박영선 vs. 20대 지지율 강조한 오세훈
[현장] 박영선, 재개발·재건축 공약으로 강남 표심 얻기... 오세훈, '조직선거 경계령'으로 표심 단속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광장에서 집중 유세를 마친 뒤 지하상가를 찾아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가로수길을 찾아 시민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영선 "10년 전 오세훈 시장의 참혹했던 서울을 생각해보라."
오세훈 "20대가 저를 더 지지해준다는데 그들 앞에서 떳떳한 정치 하겠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8일, 강남 지역을 나란히 찾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로의 아픈 부분을 날카롭게 찔렀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문 광장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20·30대 시민을 연단에 세워 "20대의 역사 경험치가 낮다"는 박 후보의 발언을 겨냥했다. 또한, 자신과 단일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앞세우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영선]"우면산 쏟아져 내렸다... 10년 전 참혹했던 서울 안 돼"
박영선 후보는 이날 ▲ 공공·민간 참여형 재건축•재개발 ▲ 35층 규제 해제 ▲ 9억 이하 주택의 공시지가 상승률 10% 이하 조정 등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약속하며 표심을 구애했다. 그는 "그동안에는 (재건축·재개발이) 주로 공공 주도의 원칙이 지켜져 왔다"며 "그런데 너무 한 쪽으로 방점이 찍히다 보면 주민들의 의견이 완전히 수렴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이) 느렸던 것은 민간 주도 개발형에서 주민들끼리 서로 합의를 못 하거나 혹은 공공 주도와 민간 주도의 마음이 잘 안 맞아 분양에 따른 이익 분배에 대해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참여형 모델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서울이 다시 투기판이 되지 않도록 부동산감독청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그동안 서울은 35층이라는 획일적인 층고 제한으로 막혔던 재건축•재개발도 많았다"라며 "남산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35층 규제는 해제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다. 또한 "층고를 제한하려면 서울시민과 공감된 원칙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스카이라인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면 서울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고 서울 주택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10년 전 오세훈 시장의 참혹했던 서울을 한 번 생각해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는) 전시 행정으로 무려 7조의 빚을 남긴 시장이었다"며 "수해방지 예산을 깎아 시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론 "(서초구)우면산이 쏟아져 내렸던 것을 기억하시나"라며 "광화문 광장과 강남역이 침수됐던 것을 기억하시나, 시민 열일곱 분의 소중한 생명을 잃고 5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던 것을 기억하시나"라고 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지난 2005년 6월에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방문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최근 KBS 보도에 대해 "이것이 밝혀지면 본인이 약속한 대로 사퇴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연설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하나둘씩 오 후보가 그 측량 현장에 왔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20대 앞에서 정치 똑바로 해야겠다 생각해... 도와달라"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 거점 유세에서 20·30대 시민을 먼저 앞세웠다. 오세훈 캠프의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모집한 '일반 시민 연사'들이었다. "20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 좀 30, 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한, 경험수치가 좀 낮지 않습니까"라는 박영선 후보의 발언 논란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실제로 유세차에 오른 양아무개(27세·취업준비생)씨는 "저는 어떤 후보의 말을 빌리자면 '경험치가 없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경험치 없는 20대가 왜 오세훈에게 투표하고 박영선에게 투표하지 않는지 알려주겠다"면서 "미래 세대에 빚만 떠넘기는 행태에 염증이 나고, (정부·여당의) 분열의 정치에 신물이 나서 박영선을 찍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연사'였던 노아무개(37세·개인사업자)씨는 "오세훈 후보는 시장 시절 DDP와 한강르네상스, 고척돔을 만들었지만 박원순 전 시장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옥탑방서 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시민의 세금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다"면서 오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이들의 말이) 정말 감동이지만 솔직히 말해 겁이 났다. 이 친구들 앞에서 정치 똑바로 해야겠다. 이 친구들 앞에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박 후보를 저격했다. 구체적으론 "제가 20·30대 때와 비교하면 정말 똑똑하고 세상물정도 꿰뚫고 있다고 생각한다. 20대가 영광스럽게도 박 후보보다 저를 세 배 정도 더 지지해준다고 하는데 그 친구들 앞에서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정치 하겠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정치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라면서 자신과 안철수 대표 간의 단일화를 강조했다. 그는 "베풀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대통령 자리에 올라간 분은 취임사를 통해 약속하고도 계속 분열의 정치를 하고 갈라치기 정치를 하지만 저와 안철수 대표는 절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서울시 공동경영을 설명시켜서 모범사례를 만들겠다"며 "우리 둘이 반드시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통합과 화합의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구체적인 정책·공약을 내놓기보단 정부·여당의 조직선거 등을 우려하면서 "믿겠다, 도와주시라"고 지지자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여론조사 분위기 좋지만 안심하면 안 된다. 여당이 총동원령 내렸고 협동조합과 시민단체, 민주노총 등 총 50만 명에게 5명씩 (투표장으로) 차출하란 명령이 떨어졌다고 한다"면서 "하루에 200개에서 500개까지 문자메시지는 공짜다. 지금부터 10일 동안 한분당 200명에서 500명까지 오세훈 뽑자고 문자 보내주시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4차 재난지원금을 거론하면서 "이 돈이 누구 돈인가, 우리 돈이다. 주실 때 실컷 받아먹고 투표는 기호 2번 오세훈에게 해야 한다. 돈 준다고, 고무신 준다고 그 사람한테 투표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안철수 대표도 "정부가 자영업 사장님들께 재난지원금을 선거 직전에 나눠준다고 한다. 재난지원금 꼭 받으셔야 한다. 정부 돈이 아니라 여러분들 세금으로 만든 돈이다"라면서 "정부가 생색내면 안 된다. 정부 재난지원금은 꼭 받으시고 투표는 기호 2번 찍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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