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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댐 수몰 위기에도 지켰는데... 용유담 숲 벌목 논란

900평가량 면적에서 나무 잘라내... 함양군 마천면 관계자 "안전성 때문, 거의 잡목들"

등록|2021.04.05 11:58 수정|2021.04.05 12:17

벌목전 용유담2021년3월7일 촬영 ⓒ 최상두

 

벌목후 용유담2021년4월1일 촬영 ⓒ 최상두

  
tvN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주인공 고애신(김태리 분)이 총포술을 익히던 장소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경남 함양군이 지리산 엄천강 용유담의 조망이 안 좋다며 지난 1일 숲의 일부를 베어버린 것이다.

용유담은 함양군 유림면과 마천면을 잇는 60번 도로 옆에 위치한 곳으로 드라마와 영화촬영지로 각광받으면서 지리산을 찾는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였다. 기암괴석이 있는 계곡에서 촬영을 할 땐 나무들이 병풍역할을 하며 자연스럽게 도로를 감추는 역할을 하기도 해 옛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장면을 찍기는 제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촬영된 장면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리산의 맑은 계곡을 담은 곳이었다.

드라마를 본 많은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물이 흐르며 깎고 다듬어 빚어 온 하얀 바위들이 한데 어울려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 냈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지리산 댐이 추진될 당시 수몰될 위기에서도 지역주민의 댐 반대로 지켜온 곳인데, 조망을 이유로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나무가 베어진 면적은 길이 200m에 폭 15m로 900평가량이다.
  

수령 50년 소나무용유담 현장 ⓒ 최상두


벌목 직후 찾은 장소는 황량했다. 굵은 소나무와 참나무, 느티나무 등 수십그루가 잘려진 현장은 벌판이 생긴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지역 주민들은 갑작스런 벌목에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자연이 없고 생각이 없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 역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숲 해설사 등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환경단체 지리산사람들은 "벌목된 소나무 수령은 50년 이상, 참나무는 35년 이상 됐다"면서 "절개지라 붕괴 위험이 있는 곳인데도 간벌이 아닌 벌목이 이뤄진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지리산생명연대도 "지리산 댐으로 지켜낸 용유담 생채기가 복구되지 않는 현실인데, 벌목으로 인한 환경훼손을 누가 보상할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쪽에서는 나무심기를 한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벌목을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함양군 마천면의 실무관계자는 "마천면에서 휴천면으로 지나갈 때 잡목들이 도로변으로 넘어오면서 교통안전에도 위험이 되고, 쓰레기 등을 투척하면서 조망도 안 좋아지면서 나무들을 자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성과 공공성 때문에 나무들을 자른 것이지 수십 그루의 소나무·참나무를 자른 것은 아니다"라며 "소나무는 2그루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 잡목들로, 드라이브를 할 때 조망권을 확보해 용유담을 더 잘 보이게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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