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이마잠자리, 유리알락하늘소... 을숙도의 변화
부산 낙동강 섬에 외래종의 침입과 기후변화지표종 증가가 의미하는 것
▲ 부산 을숙도에 늘어난 곤충들이 의미하는 것은? ‘숲 파괴자’ 별명이 붙은 중국의 유리알락하늘소가 급증하고 있다. 유리알락하늘소 참고사진 ⓒ SBS 영상
▲ 부산 을숙도에 늘어난 곤충들이 의미하는 것은? 국가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남색이마잠자리가 을숙도에서 발견됐다. ⓒ 낙동강에코센터
낙동강 하구의 부산 을숙도에 사는 곤충이 400여 종 1만여 개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를 알려주는 지표종, 한국 고유종은 물론 나무에 피해를 주는 외래 곤충도 함께 늘었다. 을숙도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꾸준한 조사와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6일 낙동강에코센터가 조사한 2020년 을숙도 육상곤충 조사결과를 보면 2019년보다 70종, 1294개체가 더 증가했다. 확인한 곤충은 14목 493종 1만831개체다. 이 중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기후변화 관련 곤충, 사구에 사는 특이종, 외래종의 변화다. 기후변화 지표종은 잠자리목의 남색이마잠자리, 푸른아시아실잠자리, 연분홍실잠자리 등 10종이 추가로 관찰됐다. 메뚜기목의 좀매부리, 딱정벌레목의 넓적송장벌레도 포함된다.
을숙도의 변화에서 주목할만한 곤충은 더 있다. 낙동강이 만들어낸 사구(모래언덕)에 서식하는 분포특이종이 점차 줄고 있다. 에코센터는 모래에 사는 분포특이종인 집게벌레목의 민집게벌레, 딱정벌레목의 꼬마길앞잡이 등 6종을 확인했다. 김 박사는 "사구라는 을숙도의 특징이 사라지면서 여기서 사는 종들의 개체 수도 점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을숙도의 육지화에 따른 결과다.
외래종의 침범은 을숙도가 겪고 있는 생태변화의 현주소다. 교란 종은 아니지만, 어린 솔방울을 해치는 소나무허리노린재가 급증했다. 북미의 곤충인 소나무허리노린재는 소나무류 등 침엽수의 열매즙을 빨아 먹어 치워 이른바 '경제 해충'으로 불린다. 2010년 경남 창원에서 처음 발견됐고,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인데 을숙도 역시 그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숲 파괴자' 별명이 붙은 중국의 유리알락하늘소도 골칫거리다. 2014년부터 중국에서 부산항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곤충은 최근 5년 사이 숫자가 크게 늘었다. 주로 낙동강변의 자생 버드나무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유리알락하늘소는 나무에 상처를 낸 뒤에 쌀알만 한 알을 낳고 내부를 파먹으며 성장한다. 생장에 방해를 받은 나무는 다른 곤충·해충의 피해까지 받으면서 결국 말라 죽는다. 김 박사는 "버드나무에 대한 피해가 커 조만간 시민단체와 함께 방제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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