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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엄마를 부르고 싶을 때

등록|2021.04.07 13:27 수정|2021.04.28 09:44

▲ 은은하게 빛나는 전등처럼 우리의 사랑도 빛나기 시작한다. ⓒ 픽사베이


농인(청각장애인)은 뒤돌아 서 있을 때 자신을 부르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호출할 수 있을까?

워킹맘으로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는 필자에게 감동적인 일이 하나 생겼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집 안에서의 일이다. 예준이를 목욕시키고 나서 간식을 챙겨 줬다. 혼자서 간식을 먹고 있는 걸 확인하고 마저 씻고 있는데 갑자기 욕실의 전등이 꺼졌다. 뭐지? 하고 뒤돌아 보니 예준이가 열린 문 틈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네가 불을 껐어? (손으로 깜빡깜빡)"
"엄마~엄마~"
"(다급한 목소리로) 알았어~알써~"


채 안 지워진 폼클렌징 거품을 수건으로 마저 지우며 나와 보니까 간식이 없다고 엄마를 불렀던 것이다. 그순간 내 머릿속에 번쩍-하고 번개가 쳤다.

평소 예준이가 바라본 엄마 아빠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와 남편이 서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르지 않는 대신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마주보거나 돌아볼 때까지 전등 스위치를 켰다껐다 반복했던 걸 예준이가 자연스럽게 배운 거였다.

'아, 우리 엄마 아빠는 이렇게 서로를 부르는구나.'

농인을 호출할 때 필요한 에티켓이 몇 가지 있다. 갑자기 등을 두드리거나 어깨를 툭 치면 놀랄 수 있어서 가볍게 다가와 손짓을 하거나 실내등을 켰다 껐다 반복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꼭 목소리로만 부르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일상은 필자에게 감동으로 와닿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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