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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부산에서 이렇게 졌다

[보궐선거 관전기-부산] 보수로 완전 회귀한 민심... 정부여당 성토 분위기 거세

등록|2021.04.09 12:22 수정|2021.04.09 15:29
이동노동자 취재 현장에서 마주친 이동노동자들과 손님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취합 정리한 선거 관전기입니다.[기자말]

투표장으로 들어가는 유권자보궐선거 사상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투표 당일도 마감시간까지 투표행렬이 이어졌다 ⓒ 정근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뀐 1995년 이래 부산시장은 모두 보수당이 차지해왔다. 그러니 2018년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대단한 이변이었다.

민주당 계열이 180석 이상의 압승을 거둔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부산은 3석에 그치며 오히려 20대 선거보다 2석이 줄어들었다. 3석마저도 대부분 진땀승이었다. 당선은 되었지만 다음 선거 승리를 자신할 수 있는 민주당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전국 표심과는 다르게 부산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이 다시 보수화되고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때문에 성추행으로 인한 오거돈 시장의 사퇴는 민주당으로서는 대단히 뼈아픈 사태였다. 보수표심 강한 부산. 여당 잘못으로 촉발된 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실제로 부산시장 보궐선거 여야 후보가 정해진 이후의 각종 여론조사는 늘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여유 있는 우위로 나타났다.

가덕도 신공항 호재 없었다

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방문했다.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부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대규모 국책사업이었다. 하지만 여론조사 상으로 보면 정부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은 지지율 변화에는 당장 영향을 주지 못했다. LH 악재를 맞이하기 전 거의 유일한 반등 포인트였지만, 김영춘 민주당 후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아쉬운 전개였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박형준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 흐름에 발 빠르게 동참한 결과이기도 했다. 김영춘 후보는 이미지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보수표심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다른 무언가를 갖고 있지 못했다.
 

▲ 유세현장에서 막판 지지층 결집에 나선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 박조홍


무관심 속 정부여당 성토 분위기

살기 바쁜 이동노동자들 중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드물었다. 밴드나 카페 등 이동노동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 정부여당을 비난하거나, 방어해주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보궐선거가 아니라도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부동산 정권 심판론에 3월 초 LH 투기의혹 사태까지 겹치자 이따금 드러나는 비난의 강도가 드세져 그 기세에 변함없이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도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지는 못했다.

논쟁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는데, 한 번 시작되면 숨은 진보 보수 지지자들까지 합세해 격론이 벌어질 것이 자명해서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경우 욕이 뒤섞인 논쟁이 몇 날 며칠 이어지고 결국 분란을 일으킨 누군가가 자의든 타의든 그 커뮤니티에서 나가야 사태가 마무리되는 까닭이다.

부산지역 대리운전 손님들의 이야기

대리기사들이 만난 부산지역 대리운전 손님들은 어떤 얘기들을 하고 있을까. 분위기를 들어볼 겸 한 이동노동자 커뮤니티의 운영자와 식당에서 만났다.

4000명의 대리기사들이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소통하고 있는 밴드의 운영자였는데, 본인 역시 전업 대리기사로 누구보다 성실히 콜을 타고 있었다. 술 한 잔 한 데다 손님과 기사의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손님들이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데 부담이 덜 한 듯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한 운영자.

"40대 손님은 그래도 아직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50대 이상은 국민의힘 지지가 높고, 아주 확고해요. 요즘은 보수 성향들이 강하게 자기 의견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권여당이 대단히 잘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어요. 화가 많이 나 있고, 목소리들이 커요."

알고 지내는 부업 대리기사들에게 전화를 해봐도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수층은 왜 집권여당이 잘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식당 앞에서 헤어지고 주차장으로 갔다가 전화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50대 초반 손님과 맞닥뜨렸다. 국산 대형 승용차 차주였고, 해운대 마린시티와 인접한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인상이 좋아서 선거 관전기 취재 중이라고 밝혔고, 대리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뜻밖이랄까. 50대 손님은 자신을 진보성향이라고 밝혔다. '강남좌파' 같은 존재라며 웃어 보인 그는 다만 자신이 친분 있는 사람들은 보수 성향이 많다며 그들이 왜 진보세력을 지지하지 않는지를 설명해줬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거죠, 정책을 하는 데 있어서. 민주, 공평 뭐 이런 쪽으로 열심히는 했는데,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뭐 이런 거에 대한 실력은 부족한 게 아니냐, 실제로 돌아가는 시장 원리에서 막히니까 지금 부작용이 자꾸 일어난다, 부동산도 그렇고... 그리고 성추문, 내로남불 등등... 봐라. 마냥 깨끗한 것도 아니다..."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사이트들의 베스트 댓글에서도 본 적이 있는 주장들이었다.

"냉정히 말해서 보수 유권자들이 진보 후보 찍을 가능성은 낮아요. 뼈 때릴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런 얘기 중에 새겨들을 얘기는 없는지 찾아봐야 돼요. 중도층 표심을 되찾아올 방법을 찾으려면."

줄 잇는 의혹제기에도 굳어버린 표심
 

▲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완승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캠프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김보성

 
국민의힘 후보의 엘시티 특혜의혹 등 여러 의혹이 줄을 이었지만 정부여당에게 등을 돌린 민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중도성향 유권자들까지 결과를 뒤집을 만한 의혹 내지는 치명타는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선거 직전 국민의힘은 15퍼센트 차이로 이기고 있다고 했고, 민주당은 3퍼센트 차이로 좁혀졌다 했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부산의 경우,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민주당의 참패였다.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로서는 부산 민심이 다 돌아서버린 것 같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견을 보이는 국민의힘과는 달리 집권여당은 모든 것을 걸고 부산경제에 숨통을 틔여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끌고 가던 터였다.

이동노동자들이 새 부산시장에게 바라는 것
 

▲ 주차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대리기사들 ⓒ 정근


선거운동이 벌어진 현장은 뜨거웠지만 생업으로 마음이 바쁜 대리운전 기사, 배달 라이더, 퀵서비스 기사 등의 이동노동자들은 늘 그랬듯 이번 선거에서도 한 발 떨어진 곳에서 힐긋힐긋 건너다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투표인증샷을 올리며 기대감을 갖고 선거결과를 주시했다.

앞서 등장한 이동노동자 커뮤니티에서는 작은 공방이 있었다. 보수시장이 혹시 이동노동자를 위한 복지정책을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보수 지지자의 반박이었다. 이동노동자 당사자 단체나 활동가 중에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근거 중의 하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이다.

"보수가 잘 해서 이긴 것이 아니란 걸 안다... 민심이 무섭다..."

부산시장에 당선된 박형준 후보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렇듯 민주당의 대안 세력보다는 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지지받고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이동노동자 쉼터를 포함한 이동노동자를 위한 정책도 포기하지 말고 제대로  꽃 피워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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