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10년 동안 6번... 나는 방 한 칸에 삽니다
[기사 공모] 지방러들에게 '미니멀라이프'를 요구하는 생활
스무 살부터 나는 집이 아닌 방에 살아왔다. 10년 동안 서울에 살면서 6번 방을 바꿨다. 성북구, 광진구, 구로구, 관악구, 다시 성북구. 서울의 동서남북으로 다양하게 살았다. 그래서인지 누가 "어디에 살아요?"라고 물으면, "지금은 성북구에 살아요"라고 꼭 시간적 배경을 알려줬다. 어차피 또 어딘가로 이사 가야 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살았던 지역은 바뀌어도 내 방 구조는 비슷했다. 방 한 칸에 화장실 하나가 달려 있었다. 부엌인지, 거실인지, 안방인지를 규정할 수 없어 뭉뚱그려 '내 방'이라 불렀다.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싱크대가 보였다. 공부하다 뻐근해진 몸을 옆으로 기울이면 세탁기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든 한눈에 들어오는 게 내 방의 미덕이었다.
방에 살면서 터득한 비법들
이런 방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간 활용이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 나는 틈을 잘 활용했다. 싱크대와 냉장고 사이의 작은 틈 사이에 빨래 건조대를 넣어 놓는다거나 책상과 가구 틈에 종이가방을 넣었다. 겹겹이 최대한 압축적으로 밀어 넣으면, 왠지 뿌듯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다른 친구들도 '방'에 산다. 우리의 관심사는 작은 방을 어떻게 쓰냐다. L씨는 내게 "침대를 높여서 그 밑에 물건을 다 밀어 넣어야 해. 우리 집은 침대가 한몫하잖아"라며 침대를 잘 사야 한다고 말한다.
O씨는 "짐은 물건 보관 서비스 업체 같은 곳에 맡겨야지. 침대에 맞는 수납장 사는 게 돈이 더 많이 들어. 이사할 때 옮기는 게 더 스트레스거든. 핵심은 본인이 짐을 줄여야 하는데, 그런 데 겨울 옷을 보관하는 게 더 저렴해"라고 조언한다.
C씨는 또 "물건을 버리는 수밖에 없어. 책 같은 건 옮기기 힘드니까 다 본가로 보내고"라며 저마다 방에 살면서 터득한 비법들을 들려준다.
이런 지방러('지방-er'로 수도권으로 올라간 사회초년생을 의미하는 신조어)에게 지금 사는 지역은 고향에 대한 추억만큼 크지 않다. 주기적으로 이사를 해서 그렇다. "원룸은 정상적 주택으로 가기 전 단계이지 항구적 주거 공간은 아니다"라고 규정했던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연구실장의 말을 지방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꾸는 최대한의 꿈
오히려 그런 방보다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밤새웠던 24시간 카페, 저녁 때마다 들락날락했던 편의점, 친구를 데리고 갔던 동네 숨은 맛집이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 있다. 가끔 방에서 벗어나 힐링했던 장소들에 더 애정이 간다.
방 한 칸에서의 서울 생활은 미니멀라이프(Minimal Life) 양식을 요구했다. J씨는 "나는 열심히 수납했는데도 짐이 나와 있으면 뭔가 내가 짐을 많이 늘렸다고 생각해" 하며 짐이 많은 자신을 탓했다. 왜 큰 집으로 이사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돈이 없으니까.
취업해서는 "곧 결혼할 건데" 하면서 지금 사는 방에서 버티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C씨는 말한다. "팍팍한 서울 속에서 편안하게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는 너무나 만족합니다"라고.
국토교통부가 정한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 최소 면적은 14㎡(4.2평)이며 부엌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용면적 산정 기준이 같은 일본만 해도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은 25㎡로, 한국의 약 1.8배다. 2011년 제정된 이 면적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간다운 생활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만큼 작은 면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이런 방들에 누군가는 "서울에서의 삶은 외롭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어"라며 꿈을 꾸고 있다. 서울 성북구 방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나도 그렇다. 최소한으로 지어진 이 공간에서 최대한의 꿈을 꾼다. 나는 그런 서울의 방 한 칸에 살고 있다.
살았던 지역은 바뀌어도 내 방 구조는 비슷했다. 방 한 칸에 화장실 하나가 달려 있었다. 부엌인지, 거실인지, 안방인지를 규정할 수 없어 뭉뚱그려 '내 방'이라 불렀다.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싱크대가 보였다. 공부하다 뻐근해진 몸을 옆으로 기울이면 세탁기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든 한눈에 들어오는 게 내 방의 미덕이었다.
▲ 침대 아래 수납장. L씨 제공. ⓒ 이난희
이런 방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간 활용이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 나는 틈을 잘 활용했다. 싱크대와 냉장고 사이의 작은 틈 사이에 빨래 건조대를 넣어 놓는다거나 책상과 가구 틈에 종이가방을 넣었다. 겹겹이 최대한 압축적으로 밀어 넣으면, 왠지 뿌듯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다른 친구들도 '방'에 산다. 우리의 관심사는 작은 방을 어떻게 쓰냐다. L씨는 내게 "침대를 높여서 그 밑에 물건을 다 밀어 넣어야 해. 우리 집은 침대가 한몫하잖아"라며 침대를 잘 사야 한다고 말한다.
O씨는 "짐은 물건 보관 서비스 업체 같은 곳에 맡겨야지. 침대에 맞는 수납장 사는 게 돈이 더 많이 들어. 이사할 때 옮기는 게 더 스트레스거든. 핵심은 본인이 짐을 줄여야 하는데, 그런 데 겨울 옷을 보관하는 게 더 저렴해"라고 조언한다.
C씨는 또 "물건을 버리는 수밖에 없어. 책 같은 건 옮기기 힘드니까 다 본가로 보내고"라며 저마다 방에 살면서 터득한 비법들을 들려준다.
이런 지방러('지방-er'로 수도권으로 올라간 사회초년생을 의미하는 신조어)에게 지금 사는 지역은 고향에 대한 추억만큼 크지 않다. 주기적으로 이사를 해서 그렇다. "원룸은 정상적 주택으로 가기 전 단계이지 항구적 주거 공간은 아니다"라고 규정했던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연구실장의 말을 지방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꾸는 최대한의 꿈
▲ 관악구 동네 카페 사진. ⓒ 이난희
오히려 그런 방보다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밤새웠던 24시간 카페, 저녁 때마다 들락날락했던 편의점, 친구를 데리고 갔던 동네 숨은 맛집이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 있다. 가끔 방에서 벗어나 힐링했던 장소들에 더 애정이 간다.
방 한 칸에서의 서울 생활은 미니멀라이프(Minimal Life) 양식을 요구했다. J씨는 "나는 열심히 수납했는데도 짐이 나와 있으면 뭔가 내가 짐을 많이 늘렸다고 생각해" 하며 짐이 많은 자신을 탓했다. 왜 큰 집으로 이사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돈이 없으니까.
취업해서는 "곧 결혼할 건데" 하면서 지금 사는 방에서 버티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C씨는 말한다. "팍팍한 서울 속에서 편안하게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는 너무나 만족합니다"라고.
국토교통부가 정한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 최소 면적은 14㎡(4.2평)이며 부엌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용면적 산정 기준이 같은 일본만 해도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은 25㎡로, 한국의 약 1.8배다. 2011년 제정된 이 면적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간다운 생활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만큼 작은 면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이런 방들에 누군가는 "서울에서의 삶은 외롭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어"라며 꿈을 꾸고 있다. 서울 성북구 방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나도 그렇다. 최소한으로 지어진 이 공간에서 최대한의 꿈을 꾼다. 나는 그런 서울의 방 한 칸에 살고 있다.
▲ 내 방 창가. 친구들이 졸업 선물로 사준 화분. ⓒ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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