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에 빠지니, 이제 소맥은 못 마시겠네요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손쉽게 만드는 칵테일... 나의 '홈텐딩' 입문기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는 술에 크게 관심도 없고 술을 왜 마시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친구 집에 모여서 만들어주는 칵테일이나 다른 술을 마시면서 놀아보니, 술이 모임에서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정말 좋고, 꽤나 맛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후 '홈텐딩'에 빠지기 시작했다.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칵테일
▲ 피치트리이름처럼 복숭아향이 나는 달달한 리큐르이다. ⓒ 이승효
홈텐딩에 빠진 이후 가장 먼저 산 술은 디카이퍼 사의 피치트리 리큐르이다. 이 리큐르는 이름처럼 복숭아 향이 나고 아주 달콤한 맛을 갖고 있다. 도수는 희석식 소주보다 높은 20도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큐르라는 단어를 별로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리큐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리큐르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면 이렇다.
"리큐르란 증류주에 과일, 크림, 허브 등을 첨가하여 향을 더하고 단맛을 내는 당류를 첨가한 것을 말한다." -증류주개론(이종기 외 6인, 진한앰앤비)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삼주나 매실주 또한 리큐르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 퍼지네이블오렌지주스와 투명한 피치트리가 들어가서 겉으로 보기에는 오렌지주스같다 ⓒ 이승효
대형마트에서 술을 사온 날 나의 홈텐딩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만든 칵테일은 위에서도 언급했던 퍼지네이블이다. 가족 4명이 마실 만한 분량을 만들어서 다 같이 마셔봤는데 다행히도 맛있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소주를 많이 드셨던 부모님은 너무 약한 거 아니냐고 하셨다. 그래서 피치트리 양을 늘려서 도수를 높여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기에 다음에 살 술을 고민하게 되었다.
먼저 홈텐딩을 시작한 친구와 말해본 결과 보드카, 럼, 말리부를 추천해주었다. 보드카와 럼은 만들 수 있는 칵테일도 많고, 다양한 고도수의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면서 추천해줬다.
말리부는 코코넛향이 나는 달달한 리큐르인데 이것도 다양한 곳에 쓰인다길래 사기로 했다. 다음날 대형마트에 들러서 레몬즙, 라임즙, 탄산수 등의 기타 재료와 보드카, 럼, 말리부를 구매했다.
"보드카는 폴란드, 러시아등의 동유럽지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술이다. 주로 곡물이나 감자를 발효시킨 술을 증류하여 만들고 다양한 여과방법을 활용하여 부드러움을 더한다." -증류주개론(이종기 외 6인, 진한앰앤비)
E 대형마트에서는 앱솔루트, 위보로바, 스미노프 레드와 그린 등의 보드카를 구입할 수 있고, H 대형마트에서는 뉴암스테르담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직접 마시는 게 아니라 칵테일에 넣을 용도라면 향이나 맛이 첨가된 보드카보다는 일반 보드카를 사는 것이 현명하고, 저렴한 위보로바나 뉴암스테르담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왠지 아버지가 보드카를 그냥 드실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에 앱솔루트를 구입했다.
"럼은 사탕수수나 당밀등을 발효하고 증류시켜 만든 술이다. 주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생산된다." -증류주개론(이종기 외 6인, 진한앰앤비)
E 대형마트에서 럼은 바카디 화이트럼 1종류만 팔고 있어서 그걸 살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칵테일로는 모히토가 있다. 보통의 리큐르와 달리 말리부는 럼에 담가서 만든 리큐르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인지 병의 앞부분 잘 보이는 곳에 케리비안 럼으로 만들었다고 쓰여 있다.
이 날에는 헤어리 네이블과 스크류 드라이버, 럼콕을 만들었다. 이때 헤어리 네이블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쉐이킹을 시도해 보았다. 아직 칵테일 쉐이커는 사지 못했지만 미숫가루를 섞는 플라스틱 쉐이커를 이용했다. 저어서 만든 헤어리네이블과 쉐이킹해서 만든 헤어리네이블을 비교해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헤어리네이블은 피치트리, 보드카, 오렌지주스를 1대 1대 4 정도로 넣고 저어서 만들거나 쉐이킹을 해서 만든다. 비율이나 재료를 보면 도수가 조금 높아진 퍼지네이블이다. 다음으로 스크류드라이버는 보드카와 오렌지주스를 1대 3 정도로 넣고 저어서 만든다. 럼콕은 럼과 코카콜라를 1대 3 정도로 넣고 저어서 만든다.
이렇게 몇 번 칵테일을 만들고 서빙을 하다 보니 인터넷에서 다양한 칵테일 레시피를 직접 찾아보게 되었고, 더 많은 칵테일을 만들어 보기 위해 또 E 대형마트로 향했다. 마트에 가는 길에 친구집에 들러서 앱솔루트 보드카 50미리와 블루 큐라소 50미리를 교환했다. 블루큐라소는 이름처럼 파란색을 가진 리큐르이고, 오렌지 껍질을 담가서 만들었다. 그날에는 진과 크랜베리 주스를 샀다.
"20대 추억이 느껴져" 엄마도 빠진 이 맛
▲ 고든스 진만원대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 이승효
"진은 증류주에 노간주나무열매인 주니퍼베리를 첨가하여 만든다. 네덜란드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이후 널리 퍼졌다." -증류주개론(이종기 외 6인, 진한앰앤비)
진이 사용되는 잘 알려진 칵테일로는 진토닉, 마티니 등이 있다. 이날에는 부모님께 진토닉을 만들어드렸는데 어머니께서 20대 때의 추억이 느껴지는 맛이라고 하셨고, 다른 칵테일보다 진토닉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고 하셔서 진토닉을 많이 만들어드리게 되었다.
점차 재료가 늘면서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 많아졌고 술 한 종류와 음료 1개만으로 만드는 칵테일이 아니라 여러 가지 술이 들어가는 칵테일에 도전해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만들어 본 칵테일은 블루 사파이어이다. 블루큐라소 3, 피치트리 3, 말리부 3, 라임즙 2, 사이다 24의 비율로 넣어서 만들었다.
처음이라 실수를 해서 라임즙을 빼먹었지만 그대로 먹어도 상당히 맛있었고, 블루큐라소가 들어가서 파란색이 나오다 보니 비주얼이 엄청났다. 엄청난 사이다의 비율을 보면 예상되겠지만 양이 상당히 많다. 이렇게 양이 많고 오랫동안 마시는 칵테일을 롱드링크라고 부른다.
두 번째로 만들 때는 까먹지 않고 라임즙을 넣어서 만들었더니 조금 더 상큼해지면서 더 맛있어졌다. 굉장히 맛있었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 먹는 칵테일 중 하나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피치크러쉬를 만들어 보았다. 피치트리 3, 래몬즙 1, 시럽(설탕) 1, 크랜베리주스 4의 비율로 만들었다. 이 칵테일은 쉐이킹으로 만드는 레시피이기 때문에 칵테일 쉐이커를 산 날 바로 만들어 보았다.
크랜베리주스가 들어가서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가진 칵테일이다. 열대의 느낌이 물씬 나는 상큼하고 맛있는 칵테일이다. 생일 기념으로 또 만들었는데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쌍둥이 동생도 한 컵을 다 마신걸 보니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칵테일인 것 같다.
이외에도 깔루아밀크, 블랙러시안 등의 칵테일을 만들었다. 깔루아는 커피리큐르라서, 깔루아밀크의 맛은 술이 약간 들어간 커피우유였다. 우유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부드러워서 좋았다. 블랙러시안은 아버지께 만들어드린 칵테일인데 칼루아와 보드카를 1대1로 넣어서 만들었다. 도수가 높아서 먹지 않았는데, 나름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처음 홈텐딩에 입문하고 나서 지금까지 만들었던 칵테일에 대해서 소개했다. 홈텐딩에 흥미가 생겼다면, 앞으로는 매일 먹던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직접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고, 즐기고,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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