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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가까이하면 꽃 같은 인생이 된다고

벚나무 100주, 철쭉 30주 심고, 기분 최고입니다

등록|2021.04.25 15:45 수정|2021.04.25 15:52
온 산이 하얗게 물들었다. 여기저기 꽃이다. 답답한 가슴이 확 트인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꽃을 가까이하면 꽃 같은 인생이 된다고 하던가. 꽃과 사람들이 한데 어울렸다. 모두가 환한 얼굴이다.
 

철쭉벚나무 100 주, 철쭉 30 주를 심었다. 꽃을 보기 힘들 줄 알았는데,철쭉은 심자 마자 꽃을 피웠다. 밭 언덕이라 군락을 이루면 아름다울 것 같다. 1 년에 100 주면 10 년이면 1000주... ⓒ 문운주


가꾸면 즐거움이 배가되지 않을까. 가꾸는 것 또한 보는 재미 못지않을 것 같아서.

지난 8일 벚나무 100주, 철쭉 30주를 고향 밭 언저리에 심었다. 조금 늦었지만 내가 꽃을 볼 수 있으면 다행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거나 누구든 보고 즐거워한다면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느티나무10 여년 전 심은 나무가 훌쩍 자랐다. 퇴직 기념으로 두그루를 심었다. 한 그루는 죽고 말았다. 친구와 지구에 온 흔적을 남기자고, 우스개 소리였지만... 느티나무 밑 의자에 앉아 추억에 젖곤 한다. 멱 감고 놀던 하천, 500 년 된 숲이 눈에 들어온다. ⓒ 문운주


직장 퇴직 후에 한 일이 나무 심는 일이었다. 편백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배롱나무 등을 심었다. 한 5년 정도는 미치다시피 쫓아다녔다.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힘든 줄 몰랐다. 즐거우니까 노동이 아니라 놀이인 셈이다.

가장 힘든 것은 잡초 제거다. 농작물을 키우다 보면 잠깐 한눈 팔면 주작물이 풀 속에 묻히고 만다. 뽑고 베고 해도 끝이 없다. 나무 키우기도 마찬가지다. 묘목 때는 풀 제거가 힘들다. 에초기로 베다 보면 묘목까지 자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풀베기에 지치기도 하고,  마침 손녀를 돌봐야 할 사정이 생겼다. 육아일기도 쓰고 성장 사진도 찍어주면서 몇 년이 지났다. 그토록 애정을 갖었던 나무 가꾸기가 소홀해졌다. 손녀들은 초등학생이 되었다.

4월 초, 벚꽃이 필 무렵이다. 고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꽃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이다. 전에 심었던 나무에서 꽃이 핀 모양이다. 진입 도로변에 심었던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바람에 꽃 잎이 휘날린다고. 내가 심은 꽃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니...

나무를 심기로 했다. 기왕이면 꽃나무다. 몇 년 후, 아니 몇 백 년 후의 누군가를 위하여... 배롱나무 꽃은 백일 동안 붉게 피어나고, 건너 숲에서는 새들이 노래 할 테고.
 

배롱나무백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부른다. 꽃이 세번 피면 벼를 수확한다고... 몇 년 간 소홀히 했더니 수형이 별로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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