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 찬성 44%, 반대 38.4%... 민주당 지지층 반대 높아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부과 기준 완화 찬반 오차범위 내 팽팽
▲ ⓒ 리얼미터
정부와 집권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완화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종부세 완화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보다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을 아래와 같이 물었다.
문. 최근 종합부동산세 관련 여러 의견이 있는데요, 귀하께서는 다음 두 주장 중 어디에 더 공감하십니까? (선택지 1~2 번갈아)
1. 종부세 부과 기준 9억원이 설정된 지 11년이 됐고 주택가격이 올라 대상자가 늘었으니 완화해야 한다.
2. 국민 3~4%만 종부세 대상이고, 자산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완화할 필요가 없다.
3.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종부세 부과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44.0%, '완화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38.4%로 나타났다. 종부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완화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보다 5.6%p 많았지만 격차는 오차범위(±4.4%) 내로,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7.7%에 달했다.
종부세 완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찬성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심 수습책으로 종부세 부과 기준 완화를 밀어붙이고 있는데도, 정작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종부세 완화 반대' 응답이 더 많았는 점이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종부세 완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9.8%로, 찬성(29.5%)보다 30.3%p나 많았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찬성' 응답이 63.7%(반대 15.4%)로 압도적이었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보수 성향 응답자의 64.4%가 종부세 완화를 찬성한 반면 진보 성향 응답자 중 절반(48.8%) 가까이는 종부세 완화를 반대해 대조를 이뤘다. 중도성향 응답자들은 찬반(찬성 44.4%, 반대 43.6%)이 팽팽했다.
지역별로 보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많은 수도권에서 찬반 의견이 엇비슷하게 갈렸다. 서울에서는 찬성(48.1%)이 반대(40.2%)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고 인천·경기 지역에선 찬성(41.9%)과 반대(41.8%)가 거의 같았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찬성이 50.5%로 반대(29.8%)보다 훨씬 많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30~40대에선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40대의 경우 찬성이 38.2%, 반대 52.9%였고 30대는 찬성이 33.1%, 반대가 49.8%로 나타났다. 50대에서는 반대(36.2%)보다 찬성(56.5%)이 많았고, 60대도 찬성(45.5%)이 반대(30.6%)보다 다소 우세했다. 20대에서는 찬성(44.1%)과 반대(41.0%)가 엇비슷했다.
전문가들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 전가에 대한 반발"
종부세 완화를 지지하는 응답이 예상외로 높게 나타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종부세 부과 기준 완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다소 높게 나타났는데, 사실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상위 3% 정도에 불과하다"며 "종부세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정확하지 않은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핀셋규제와 임대업자 특혜 등 정부가 연이은 정책 실패로 집값을 올린 것에 대한 반발 심리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극히 소수고, 종부세의 실질적인 부담도 크지 않아 오히려 세금을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보수 언론들이 연일 극히 이례적인 사례를 들면서 세금 폭탄론으로 공세를 펴왔고, 그런 공세가 일정부분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도 "집값이 급등하면서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 것을 왜 종부세 부담까지 늘리면서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느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책임을 나에게 지우지 말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종부세 손보기 착수한 정부·여당
현재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기준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종부세 부과기준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기준을 12억~13억원으로 높여, 종부세 납부 대상자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부동산 관련 정책을 점검·보완할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보유세 완화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20일에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종부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종부세ㆍ재산세 완화 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부도 종부세 완화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종부세 기준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9억원이라는 (종부세 부과) 기준은 2011년에 설정된 것인데 상향 조정을 검토할 여지가 있지 않으냐는 의견을 많이 들어서 짚어보고 있다"면서 "다만, 그것이 잘못된 신호가 돼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무선(90%)·유선(1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21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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