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전공한다니까 "복수전공 꼭 생각하라"는 친구
내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기까지... 물리가 우리 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이유
▲ 물리학과에 대한 반응이다 ⓒ 이주환
"힘내고... 복수전공은 꼭 생각해보고."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에게 물리학과를 다닌다고 하니 돌아온 답장이다. 공부가 어렵다거나 힘들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힘내라는 응원을 들었다.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이런 반응은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학과를 선택할 때도 있었다.
가슴의 떨림과 마음의 울림
중학교 때, 영화와 드라마 보기를 좋아했다. 특히 <셜록 홈즈>와 같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추리물을 좋아했다. 여느 때와 같이 드라마를 찾던 중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삶을 그려낸 드라마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지니어스>를 보게 됐다.
"공이 더 먼 우주에서 움직이는 것을 상상했어요. 그곳에는 항성도 행성도 없죠. 가속도란 시간에 따라 속도가 변하는 정도를 의미하잖아요? 공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죠? 움직임을 비교할 대상이 없잖아요. 바꿔 말하면, 시간은 무엇인가요? 같은 맥락에서 공간은 무엇일까요?"
아인슈타인이 뉴턴 역학을 배우면서 교수에게 던진 질문이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온몸에 전율이 흘렀고 나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과 공간. 우리의 삶과 절대 떨어뜨릴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가 친구와 약속을 잡는다면 "몇 시 몇 분 어디서 만나"와 같이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일어나서 가장 먼저 보는 것도 시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과 공간에 의구심을 갖고, 이것들이 무엇인지 잠시라도 생각해 본 적 있을까.
드라마에서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의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한다. 나는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창의력, 탐구심에 매료됐고 본격적으로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관심은 학습으로 이어졌고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탐구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우리 주변에 있는 물리적 요소들을 탐구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학습이 진행됨에 따라 더 많은 물리적 요소들을 찾을 수 있었다. 지식이 늘어나면서 다른 과목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탐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교 전공 서적을 보기도 하고 논문을 찾아보기도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열정적으로 학습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수식으로 증명됐을 때의 쾌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만약 주변 요소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와 같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상상력을 키워줬고 자연스럽게 나를 물리학과로 인도했다.
물리의 소중함
▲ <모아나>에서 물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친구들에게 물리학을 이야기하면 어려운 과목, 계산 복잡한 과목을 먼저 떠올린다. 몇몇은 물리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물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보다 더욱 중요한 학문이다. 왜냐하면 물리학이 다른 기술들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시를 들자면 컴퓨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컴퓨터는 우리 삶에 있어서 이제는 필수적인 기계다. 아마 이 글도 컴퓨터를 통해 읽고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컴퓨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구성하는 cpu, 쿨러, 모니터, 스피커 등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컴퓨터 장치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이다. 그리고 기술들은 물리학의 한 분야인 전자기학이 발달함에 따라 생겨났다. 그러므로 과학의 발전은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기술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리와 같은 기초과학 없이는 기술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물리학은 기술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CG)에서도 사용된다. 물리학이 애니메이션에 사용된다는 말이 의아할 수는 있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왜냐하면 물리학은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이고, 애니메이션은 자연 현상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시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를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모아나가 저주에 걸린 섬을 구하기 위해 항해를 떠나는 이야기다. 영화의 전체적인 배경이 바다이므로 영화 제작에 있어서 파도의 움직임, 물의 움직임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에 애니메이션에서 강한 바람이 부는데 바다가 잔잔하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 장면이 이상하다는 것을 바로 눈치채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가 평소 손을 씻을 때, 물을 마실 때, 물총놀이를 할 때 등의 상황에서 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봐왔기 때문이다.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즉 영화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와 매우 유사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물리학 방정식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사용된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란 점성을 가진 유체에 대한 일반적인 운동방정식이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물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정리했다는 말이다. 물리에서 이 움직임을 수식화해놨기에 우리는 간편하고 정확하게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다. 물리학이 없었다면 실제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더욱 복잡한 방법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을 것이다.
뿌리 깊은 공학을 만들기 위해
물리학과 교수님께서 왜 물리학과가 다른 공과대보다 취업률이 낮은지 설명해주신 적이 있다. 이유는 우리가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과학적 지식보다는 공학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학이 실용성 없는 학문은 아니다. 기초과학이 기술의 기초가 되듯 물리학은 다른 분야로의 발전, 융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학과, 학문을 취업을 위한 단계로 생각하여 판단하지 말고 학문 자체로 가치 판단해주었으면 한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공학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이라는 나무의 뿌리가 탄탄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공학과 같이 기초과학도 많은 관심을 받고 필요성을 느꼈으면 좋겠다. 나도 이러한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더욱 학습에 정진하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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