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과학탐구 과목에는 왜 정보과학이 없을까?
[주장] 3개월 전까지 고등학생이었던, 스무 살 대학생이 말하는 SW 의무 교육의 미래
수능 과학탐구 과목에는 왜 정보과학이 없을까? 고등학교 3년 동안 함께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던 친구들과 항상 하던 말이다.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던 우리는 물리학·화학·생물학·지구과학의 4가지로 이루어진 과학탐구 과목 중 2개나 응시해야 한다는 사실에 골치를 앓았다. 전공과 관련 있어 보이는 부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오로지 단기간에 등급을 올리기 쉽다는 이유로 지구과학Ⅰ을 선택하여 그나마 관심이 있었던 물리학Ⅰ과 함께 수능을 응시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었으나 양과 질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교육이 강화된다면 정보과학이 수능 과학탐구 과목에 포함될 수 있을까?
2018년부터 시행된 소프트웨어 의무 교육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초등학생은 5~6학년 때 실과 과목의 한 형태로 2년간 17시간 필수 이수한다.
• 중학생은 3년간 정보 과목을 34시간 필수 이수한다.
• 고등학생은 정보 과목이 일반 선택에 배치되어 선택 시 3년간 68시간 이수한다.
소프트웨어 강국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경우 고등학교 이과생은 컴퓨터과학을 3년간 270시간 이수해야 하고 심화 과정을 선택할 경우 최소 450시간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적은 시수이다.
올해 4월 20일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인공지능 및 디지털 소양에 대한 교육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컴퓨팅 사고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정보 교사 부족, 실습 환경 열악 등의 현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 의무 시수를 늘린다고 해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1학년 때 프로그래밍 과목을 이수하고 현재는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와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 고등학교 때 프로그래밍 수업 열심히 들었나요?
"아니요··· 잔 기억 밖에 없네요. (웃음)"
- 왜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로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니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저는 초·중학교 때 소프트웨어를 의무로 배우지 않아서, 코딩이나 이런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 또 이유가 있다면요?
"고등학교 교육 시스템 상, 어쨌든 최종 목표는 대입이죠. 그러다 보니 여유가 없고, 아이디어를 생각할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어요. 스스로 생각해서 코딩을 해야 하는데, 선생님에 비해 학생은 많고 내용은 생소하니 따라가는 교육 밖에 안되는 거죠. 컴퓨팅을 왜 배우는지 알 수 없는, 목적 없는 교육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 기존의 일방적인 국영수 수업 방식 그대로 정보 교육이 진행되니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로 이해해도 될까요?
"네, 맞아요. 그거예요. 게다가 저는 문과라 정보 과목의 등급이 내신이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수능에도 없으니 따로 공부를 더 하기가 부담스럽더라고요. 체육, 음악 이런 예체능 과목들과 비교해서 중요도가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높다고 할 수 는 없는 거죠. 대학으로 따지면 교양 느낌이랄까요?"
학생들의 디지털 소양 향상에 정보 수업의 시수 확대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대입에 도움도 전혀 안되는 정보 수업을 왜 들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에 답을 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많이 외우고 많이 풀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라는 관념이 정보 교육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학생들에게 패배감을 안겨주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건국대학교 임상범 교수는 "프로그래밍은 암기로 되는 과목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프로그래밍 책을 다 외워도 못 푸는 문제는 못 푼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이해하는 수업의 형태가 갖춰져야 한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골든타임은 초등학교 때다. 중학생만 되어도 많은 학생들이 선행학습에 바빠 자유롭게 상상하며 배우는 수업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현재 초등학교 수업 시수에서 국어는 21%, 수학은 14%, 외국어는 6%를 차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이와 비슷한 양의 수업을 가져가, 어릴 때부터 컴퓨팅적 사고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컴퓨팅적 사고는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로 나아가는 수단으로, 학생들이 대한민국 입시 제도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유로울 때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생활 예시의 활용, 지속적인 학습 등을 통해 분해, 패턴 인식, 추상화,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컴퓨팅적 사고 단계가 학생들의 사고방식에 충분히 자리 잡아야 한다.
이것은 교육 현장의 엄청난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예시로, 학생들은 엘레베이터가 어떠한 순서로 작동하는지, 집에서 학교까지 어떠한 순서로 등교하는지를 컴퓨팅적 사고로 생각할 수 있다.
그 후 스크래치 등의 블록 코딩을 진행하여 프로그래밍 언어와 친숙해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컴퓨팅적 사고란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고 익숙해진다. 현 인력과 환경으로도 진행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과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고등학교 때 심화된 과정을 정규 교육 과정만으로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사교육 조장 문제인데,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해나가면 기존 과목들의 사교육 양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능 과학탐구 과목에 정보과학이 포함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진정한 뜻은 다음과 같다. 정보과학이 대중적으로 교육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정당하게 평가될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 의무 교육의 강화'에는 그에 맞는 교육 및 평가 방식의 도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제2외국어는 이제 프로그래밍 언어가 될 것이다.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아닌 컴퓨터와 대화하고, 컴퓨터 너머의 사람과 대화하는 시대에 진짜 발맞춰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Z세대'의 대표 주자, 첫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이었던 2002년생 필자 다음 차례로 사람보다 컴퓨터가, 말보다 코딩이 편한 '알파 세대'의 등장을 맞이해야 할 시간이다.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던 우리는 물리학·화학·생물학·지구과학의 4가지로 이루어진 과학탐구 과목 중 2개나 응시해야 한다는 사실에 골치를 앓았다. 전공과 관련 있어 보이는 부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었으나 양과 질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교육이 강화된다면 정보과학이 수능 과학탐구 과목에 포함될 수 있을까?
2018년부터 시행된 소프트웨어 의무 교육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초등학생은 5~6학년 때 실과 과목의 한 형태로 2년간 17시간 필수 이수한다.
• 중학생은 3년간 정보 과목을 34시간 필수 이수한다.
• 고등학생은 정보 과목이 일반 선택에 배치되어 선택 시 3년간 68시간 이수한다.
소프트웨어 강국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경우 고등학교 이과생은 컴퓨터과학을 3년간 270시간 이수해야 하고 심화 과정을 선택할 경우 최소 450시간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적은 시수이다.
올해 4월 20일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인공지능 및 디지털 소양에 대한 교육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컴퓨팅 사고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정보 교사 부족, 실습 환경 열악 등의 현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 의무 시수를 늘린다고 해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1학년 때 프로그래밍 과목을 이수하고 현재는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와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 고등학교 때 프로그래밍 수업 열심히 들었나요?
"아니요··· 잔 기억 밖에 없네요. (웃음)"
- 왜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로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니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저는 초·중학교 때 소프트웨어를 의무로 배우지 않아서, 코딩이나 이런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 또 이유가 있다면요?
"고등학교 교육 시스템 상, 어쨌든 최종 목표는 대입이죠. 그러다 보니 여유가 없고, 아이디어를 생각할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어요. 스스로 생각해서 코딩을 해야 하는데, 선생님에 비해 학생은 많고 내용은 생소하니 따라가는 교육 밖에 안되는 거죠. 컴퓨팅을 왜 배우는지 알 수 없는, 목적 없는 교육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 기존의 일방적인 국영수 수업 방식 그대로 정보 교육이 진행되니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로 이해해도 될까요?
"네, 맞아요. 그거예요. 게다가 저는 문과라 정보 과목의 등급이 내신이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수능에도 없으니 따로 공부를 더 하기가 부담스럽더라고요. 체육, 음악 이런 예체능 과목들과 비교해서 중요도가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높다고 할 수 는 없는 거죠. 대학으로 따지면 교양 느낌이랄까요?"
학생들의 디지털 소양 향상에 정보 수업의 시수 확대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대입에 도움도 전혀 안되는 정보 수업을 왜 들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에 답을 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많이 외우고 많이 풀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라는 관념이 정보 교육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학생들에게 패배감을 안겨주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건국대학교 임상범 교수는 "프로그래밍은 암기로 되는 과목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프로그래밍 책을 다 외워도 못 푸는 문제는 못 푼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이해하는 수업의 형태가 갖춰져야 한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골든타임은 초등학교 때다. 중학생만 되어도 많은 학생들이 선행학습에 바빠 자유롭게 상상하며 배우는 수업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현재 초등학교 수업 시수에서 국어는 21%, 수학은 14%, 외국어는 6%를 차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이와 비슷한 양의 수업을 가져가, 어릴 때부터 컴퓨팅적 사고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컴퓨팅적 사고는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로 나아가는 수단으로, 학생들이 대한민국 입시 제도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유로울 때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생활 예시의 활용, 지속적인 학습 등을 통해 분해, 패턴 인식, 추상화,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컴퓨팅적 사고 단계가 학생들의 사고방식에 충분히 자리 잡아야 한다.
이것은 교육 현장의 엄청난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예시로, 학생들은 엘레베이터가 어떠한 순서로 작동하는지, 집에서 학교까지 어떠한 순서로 등교하는지를 컴퓨팅적 사고로 생각할 수 있다.
그 후 스크래치 등의 블록 코딩을 진행하여 프로그래밍 언어와 친숙해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컴퓨팅적 사고란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고 익숙해진다. 현 인력과 환경으로도 진행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과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고등학교 때 심화된 과정을 정규 교육 과정만으로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사교육 조장 문제인데,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해나가면 기존 과목들의 사교육 양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능 과학탐구 과목에 정보과학이 포함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진정한 뜻은 다음과 같다. 정보과학이 대중적으로 교육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정당하게 평가될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 의무 교육의 강화'에는 그에 맞는 교육 및 평가 방식의 도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제2외국어는 이제 프로그래밍 언어가 될 것이다.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아닌 컴퓨터와 대화하고, 컴퓨터 너머의 사람과 대화하는 시대에 진짜 발맞춰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Z세대'의 대표 주자, 첫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이었던 2002년생 필자 다음 차례로 사람보다 컴퓨터가, 말보다 코딩이 편한 '알파 세대'의 등장을 맞이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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