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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비호감' 민주당을 구하라

[해설] '친문 핵심' 홍영표 접전 끝 승리... 당심-민심 고차방정식 어떻게 풀까

등록|2021.05.02 20:15 수정|2021.05.03 09:05

▲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어 보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당심 역시 '조금 더 민심 가까이'였다.

2일 더불어민주당은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송영길 의원을 신임 당 대표로 선출했다. 득표율은 35.60%, 2위를 차지한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과 단 0.59%p 차이밖에 나지 않는 박빙 승부였다.

결과 자체도 복잡 미묘했다. 송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서 34.97%,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40.38%로 1위를 차지했지만, 권리당원 투표(35.95%)와 국민 여론조사(34.70%)에선 홍 의원에게 조금씩 뒤졌다. '당대표 3수생'이라 그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대의원 투표 결과에서 홍 의원이 많이 따라잡았고(33.47%), 홍 의원이 우세하다고 점쳐졌던 권리당원 투표에서 송 대표가 단 0.67%p만 뒤쳐졌다. 접전 또 접전이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송영길, 홍영표, 우원식 세 후보 모두 그만큼 역량이 있고 차별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도 "송 대표는 (당대표 후보 가운데) 제일 젊고,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가장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민이나 당원이 변화와 혁신을 선택한 것이니 민주당의 (쇄신)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결과"라고도 봤다.

'K-방역' 뒤에 신음하는 민생... '경제 잘못된 방향' 평가 늘어
 

▲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 초선의원들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적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사실 이번 당 대표는 만만찮은 자리가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관리형'이라고들 말하지만 단촐한 세 글자로 정리하기에는 그의 앞에 놓인 과업이 혹독하다.

급한 불은 역시 코로나19 대응이다. 한국은 누구도 예측 못한 신종 바이러스의 위협을 나름 성공적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백신 수급을 둘러싼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국민의힘은 백신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불평등 문제 역시 타개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4월 수출액이 10년 만에 최대로 상승했지만, 집 값은 폭등하고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누적된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의 4월 사회지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대한민국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기록 갱신'만이 아니라 부정평가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4월 이후 '잘못된 방향' 의견은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이념·연령·직업 등을 떠나 거의 모든 계층에서 '잘못된 방향' 의견이 다수였다.

케이스탯리서치는 "가장 문제되는 것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여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부동산, (백신 아닌) 방역, 이대남(20대 남성 표심) 등 현안에만 매달릴 뿐, 비전이 안 보인다는 냉정한 비판"이라고 분석했다. 또 "경제성장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낮아진 상태"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충격은 여전할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 일부에선 그 해법으로 '손실보상제부터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29일 민병덕·이탄희 등 민주당 의원 57명은 "법안 처리가 다음 달(5월)로 미뤄져 국민께 면목이 없다"며 "상처뿐인 코로나 극복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 지도부가 취임일성으로 손실보상법을 힘 있게 추진할 것이라 믿는다"고도 전했다. 이제 그 공은 송영길 신임 대표 손으로 넘어왔다.

무능·위선 논란에 비호감도 증가... 내년 대선도 '빨간불'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기준으로 312일 남은 대통령 선거 준비도 차기 지도부 핵심 과제다. 현재 상태라면 민주당은 내년 대선 패배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불안한 삶에 분노했고, 분노는 투표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 21곳 가운데 호남을 뺀 17곳에서 졌다. 서울의 경우 지역구 49곳에서 약 305만 표를 얻었던 1년 전 총선보다 115만 표가량 잃었다. 그래도 아직은 옐로우카드(경고)다. 내년 3월 대선에서도 진다면 레드카드(퇴장)나 마찬가지다. 곧이어 열리는 지방선거 판세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심은 갈수록 여당을 천덕꾸러기 취급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실시한 정당 호감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역대 최저치 호감도(30%), 역대 최고치 비호감도(60%)'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방역으로 호평 받던 2020년 6월까지만 해도 38%에 불과했던 비호감도는 그해 9월 49%로 오른 데 이어 훌쩍 치솟아버렸다.

정권 심판 분위기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차기 대선과 관련해 '정권 유지론(44%)' 대 '정권 교체론(41%)'으로 팽팽했으나 올 들어 정권 교체론이 역전했고, 4월 조사에선 정권 교체론 55%-정권 유지론 34%로 격차가 확연히 벌어졌다. 4월 다섯째 주 정례조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마저 처음으로 30%선이 붕괴, 29%를 기록했다.

당심-민심의 고차방정식 풀어야... '민주당을 구하라' 
 

▲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 모든 상황을 가리켜 '당심과 민심이 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영길 대표 역시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는 지난달 2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도 민주당이 조국 사태, 박원순 시장 사건 등에 "운동권 온정주의"로 일관했고, "무능한 개혁"을 했다고 자성했다. 또 "(우리의) 내로남불과 위선적인 태도를 더 이상 용서하지 않겠다는 게 지금의 민심"이라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일부 강성지지자들이 당심을 '과다대표' 하는 사례로 꼽히는 문자폭탄에도 단호한 편이다. 그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해버리면 당이 경직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 유리된다"며 "소통은 얼마든지 하겠지만 (서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을 '강성' 보다는 '열성 지지자'라고 부르며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오세훈 사과 잘했다, 우리가 그래야 했는데..." http://omn.kr/1sy3e)

한 초선 의원은 "극성 당원들을 통제할 필요가 있지만 그들도 당원이고 정당의 주인"이라며 "적대시하기 보다는 이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영표 의원이 거의 따라잡았던 당 대표 선거 결과를 봐도 "홍 의원이 조직력에서 앞섰다"며 송영길 대표가 향후 당 운영을 할 때 친문 핵심세력이나 강성 지지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선 등을 생각해 친문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도 있다"며 "일단 우리가 민심이 이반된 상황을 그대로,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패배 후 예정보다 서둘러)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쇄신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분출되지 못했다"며 "지금부터는 철저하게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당이 일상적으로, 평온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기사에 나오는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기관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① 케이스탯 리서치 4월 사회지표조사 : 4월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93명 대상 실시,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2.96%p
② 한국갤럽 5개 정당 호감도 조사 : 4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 대상 실시, 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③ 한국갤럽 4월 다섯째 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 : 4월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실시,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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