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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심덕출 할아버지처럼 날아오르렵니다

등록|2021.05.03 13:19 수정|2021.05.03 13:27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윤여정 배우가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재치와 위트 그리고 돌직구 같은 말들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사랑하는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그녀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50년 넘는 그녀의 연기 인생도 재조명되고 있고, 그녀의 과거 영화 또한 줄줄이 재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TV 영화 채널을 돌리다 그녀의 영화를 자주 접하곤 한다.

윤여정 배우는 긴 시간 동안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모의 아이콘도,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섰던 인물도 아니었다. 그저 오랜 시간 연기자로서 삶을 살아왔고,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늘 맡은 배역마다 윤여정만이 할 수 있는 역할로 소화해 냈다.

이런 모습을 두고 오래전부터 박수를 보내며, 경외심을 표한 후배들도 많았을 것이다. 일흔이 훌쩍 넘은 노년의 배우가 그녀의 커리어나 연륜과는 어울리지 않는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것 또한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연기에만 매달려 온 그녀를 알아본 여러 시상식들이 드디어 그녀의 가치를 알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최근에서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이렇게 사랑한 일을 꾸준히 지켜내다 보면 언젠가는 그 어떤 사람보다 가장 빛이 날 때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자랑스러운 사건이다.

하지만 난 한 우물을 파면서 무언가 이루어내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오늘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은, 나이가 젊든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해 도전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우연히도 최근에 내게 이런 용기와 희망을 주고, 큰 감동까지 선사했던 작품이 있다. 난 원래 장르물이나 로맨틱 코미디, 액션 장르의 드라마를 많이 찾아서 보는 편이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나빌레라>라는 드라마는, 원래 보던 드라마의 폐지 결정으로 시청하기 시작한 작품이었다.

첫 3회를 시작으로 난 지난주 완결될 때까지 딱 한 번 빼고 매주 정주행했다. 당분간 내게는 매주 월요일, 화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했던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빌레라'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과 스물셋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의 성장을 그린 사제 듀오 청춘 기록 드라마이다.  ( 출처 : tvN )

극 중에서 주인공 심덕출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집배원으로 일하면서 가족을 위해 오랜 시간 가장의 짐을 지고 가족을 지켜왔고, 은퇴 후 자신이 처음으로 하고 싶은 발레를 시작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발레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것도 신선한데,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하고, 그 발레로 노년에 새롭게 꿈꾸는 삶을 그려나가는 게 내겐 너무 감동적이었다.

극 중 심덕출 할아버지 나이는 일흔이다. 그 늦은 나이에도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위해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족들을 설득하고, 일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의 나를 반성했다. 이제 고작 21년을 달려온 직장 생활 그리고 내 나이 아직 쉰도 넘지 않은 시간에서 난 새롭게 시작하는, 혹은 변화된 환경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난 매너리즘에 빠져도 될 만큼 전문적인 직군에 있는 것도 아니고, 생산직에 속해 있거나, 오랜 기간 갈고닦는다고 장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있지도 않다. 지금 하는 일은 익숙해지면 조금은 편해지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하고 싶던, 꿈꾸던 일이 아닌 그런 비생산적인 일을 하며 나의 직장 생활 퇴사의 카운트다운만을 하루하루 손꼽고 있는 모습이 얼마 전까지의 나였다.
 
내가 살아보니까, 완벽하게 준비되는 순간은 안 오더라고. 그냥 지금 시작하면서 채워. 무작정, 부족해도 들이밀어.
 -  나빌레라, 심덕출 할아버지 대사 중 

몇 년 만에 현재의 자리에서 툭툭 털고 날고 싶어 졌다. 늘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뤄왔던 그 현실에서 이제는 새로운 변화를 꿈꾸게 됐다. 아직은 확신도 없고, 조금 걱정도 많이 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 어떤 일이 생기는지 궁금해진 난 이제라도 시작을 해보려고 한다. 나빌레라의 심덕출 할아버지처럼 날아오르기 위해.

내 인생 앞에 몇 번 더 도전의 기회는 주어지겠지만 난 이번이 그 첫 번째 출발이라는 생각으로 내일을 준비할 생각이다. 더 많은 도전을 꿈꾸는 앞으로의 나를 위해, 내일로 날아오르는 하루를 꿈꾸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 개인 브런치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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