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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승... 관전포인트로 떠오른 '인천 유나이티드 FC'

[2021 K리그 1] 13라운드 종합 보고서

등록|2021.05.04 06:12 수정|2021.05.04 06:12

▲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의 중심 김광석(가운데)이 강원 FC 공격 시도를 헤더로 차단하는 순간 ⓒ 심재철

대구 FC와 인천 유나이티드 FC 두 시민 구단이 축구의 봄 기운을 제대로 뿜어내고 있다. 대구 FC는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더니 최근 4게임 연속 승리(7득점 2실점) 휘파람을 불며 4위까지 올라서서 다음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대구 FC는 원래 잘 했던 팀이기에 이 상승세를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항상 하위권을 맴돌며 강등 1순위로 꼽히던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이렇게 일찍 기지개를 켤 줄은 몰랐다. 대구 FC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3게임 무패(2승 1무, 4득점 1실점)의 상승세를 타고 9위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2013년 떠올리며 놀라다

대구 FC가 또 이겼다. 이번에는 1-0 승리가 아니라 수원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4-2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에드가는 역시 대구 FC 승리의 파랑새였다. 홈 팀 수원 FC의 과감한 공격으로 4게임 결승골 기록까지 만들지는 못했지만 1-2로 끌려가던 흐름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실점 후 3분만에 코너킥 헤더 골로 터뜨린 것이다.

에드가는 이 귀중한 동점골도 모자라 6분 뒤에 감각적인 전진 패스로 츠바사의 역전 결승골을 도왔다. 키다리 골잡이에게 이렇게 유연한 발목 기술이 있었다는 것을 자랑할만한 명장면이었다.

대구 FC의 믿음직스러운 슈퍼 서브 이근호가 토요일 비바람을 뚫고 재치있는 쐐기골까지 터뜨렸으니 4게임 연속 승리의 기쁨은 배가 되었다.

화창한 봄 날씨를 되찾은 일요일에도 슈퍼 서브들이 맹활약한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햇살처럼 활짝 웃었다. 강원 FC와의 홈 게임에서 이긴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인천 유나이티드였기에 감회가 남다른 게임이었다. 2013년 5월 19일 강원 FC를 1-0으로 이긴 이후 8년만에 홈 게임 승리 기록을 다시 세운 것이다.

강원 FC는 간판 선수 둘(FW 고무열, DF 임채민)이 뜻밖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베스트 멤버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반전 내내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를 압도했다. 특정 필드 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는 탄탄한 조직력의 병수볼이 지닌 장점이 잘 드러난 게임이었다.
 

▲ 54분, 강원 FC 황문기(오른쪽 흰색 88번)의 중거리슛을 인천 유나이티드 GK 이태희(노란 유니폼)가 몸을 날려 막아내는 순간 ⓒ 심재철


전반전에도 여러 차례 홈 팀 골문을 위협한 강원 FC는 후반전 초반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54분, 미드필더 황문기의 과감한 무회전 중거리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노린 것이다. 여기서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의 순발력과 놀라운 집중력이 돋보였다.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황문기의 뚝 떨어지는 중거리슛을 쳐낸 것도 모자라 곧바로 달려드는 박상혁의 밀어넣기 시도까지 온몸으로 막아낸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태희 골키퍼가 이 위기를 넘긴 덕분에 4분 뒤에 멋진 결승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들어온 교체 선수 송시우가 또 다른 교체 선수 김도혁에게 기막힌 방향 전환 크로스를 날려주었고, 이 공을 가슴으로 떨어뜨린 김도혁이 왼발 하프발리 대각선슛을 강원 FC 골문 오른쪽 구석에 정확하게 차 넣었다. '크로스 궤적-섬세한 트래핑-시원한 마무리 슛'에 이르기까지 교체 선수 둘이 만들어낸 완벽한 작품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후에도 '무고사-오반석-김채운'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교체 카드를 활용하며 강원 FC의 안간힘을 끝내 뿌리치고 귀중한 승점 3점을 보탰다. 시즌 13게임만에 네 번째 승리 기록을 찍은 것이다. 지난 시즌 또 하나의 1부리그 생존왕 드라마를 찍은 시즌 통산 7승 기록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매 시즌마다 4승 기록을 이룬 시점을 모아보면 이번 2021년 13게임만에 4승을 거둔 이 게임이 실로 대단한 결과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2020년 네 번째 승리는 FC 서울을 상대로 홈에서 1-0으로 이긴 8월 16일에 이뤘다. 시즌 21게임 만에 어렵게 생존 가능성을 밝힌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은 2019년 8월 10일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을 1-0으로 이겨 시즌 25게임만에 4승을 역시 어렵게 따냈다. 2018년에도 25게임만에 전남 드래곤즈를 홈에서 3-1로 이기고 4승을 거뒀다.

2017년은 가장 늦게 시즌 네 번째 승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상주 상무와의 8월 12일 어웨이 게임에서 2-1로 어렵게 이긴 것이다. 시즌 26번째 게임이었다.

그 이전에는 이만큼 늦게 시동이 걸리지는 않았다. 2016년 18게임만에 4승(인천 유나이티드 2-1 제주 유나이티드), 2015년 16게임만에 4승(포항 스틸러스 0-2 인천 유나이티드), 2014년 19게임만에 4승(인천 유나이티드 2-0 경남 FC) 기록이 찍혔다.

2013년 4월 20일은 2021년보다 훨씬 빨리 시즌 네 번째 승리 기록이 찍힌 날이다. 상대 팀도 전북 현대라는 강팀이었지만 홈에서 3-1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날이다. 시즌 개막 후 8게임만에 4승을 거뒀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던 때다.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8년만에 매우 '낯선' 옛모습을 되찾은 셈이다. 해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가 되어서야 승리 기록을 조금씩 쌓던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정말로 달라져서 돌풍의 눈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들이 어디까지 치고 나갈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2021 K리그1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됐다.
 

▲ 인천 유나이티드 FC 후반전 교체 선수 셋(송시우-김도혁-무고사, 사진 아래쪽부터)이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는 순간 ⓒ 심재철


13라운드 득점의 41.2%, '측면 크로스'로 만들다

지난 라운드는 총 6게임을 통틀어 6골밖에 안 나왔지만 각 팀 골잡이들이 그 수치에 자극받은 것처럼 바로 다음 라운드에 무려 17골이 나왔다. 그 중 '페널티킥 1골', '세트 피스 3골'도 무시할 수 없는 장면이지만 모두 7골이 나온 '측면 크로스로 만든 골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번 라운드 총 득점의 41.2%에 해당하니 매우 중요한 득점 방정식이라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코너킥이나 프리킥 세트 피스의 크로스 정확도까지 보태면 절반 이상에 해당하니 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열린 금요일(4월 30일) 게임에서 84분에 홈 팀의 귀중한 동점골이 나왔는데 FC 서울 윤종규가 동료 공격수 나상호를 빛내는 날카로운 방향 전환 크로스 실력을 보여주었다.

수원 FC도 오른쪽 수비수 정동호가 동료 골잡이 라스에게 정확한 크로스 실력을 뽐냈고, 대구 FC의 첫 번째 동점골로 기록된 수원 FC 수비수 박지수의 자책골 순간도 김진혁의 오른쪽 얼리 크로스 날카로움이 원인이었다.

빅 버드에서 만들어진 1-1 점수판도 모두 크로스의 정교함이 돋보이는 득점 순간이었다. 게임 시작 후 3분도 안 되어 포항 스틸러스 전민광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아 임상협이 재치있는 첫 골을 넣었는데 친정 팀을 위한 예우 차원에서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그리고 토요일 빅 버드를 구한 극장 동점골이 88분에 김태환의 이마에서 나왔다. 빈 골문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왼쪽 끝줄 앞에서 절묘하게 감아올린 이기제의 왼발 크로스가 압권이었다.

울산 문수구장에서 나온 힌터제어의 K리그 데뷔골도 오른쪽 풀백 김태환의 정확한 크로스가 아니었다면 어려운 궤적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를 예상보다 훨씬 일찍 9위까지 끌어올린 결승골도 송시우의 터닝 크로스가 1930명 인천 홈팬들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였다. 송시우의 터닝 크로스 궤적과 방향을 예감한 김도혁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왼발 결승골을 꽂아넣은 것이다.

5월 8일(토)에 이어지는 14라운드에서는 최근 상승세 흐름을 탄 대구 FC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만나기 때문에 많은 팬들의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지휘봉을 바꿔 잡은 전 감독 더비 매치 '광주 FC(김호영 감독) - FC 서울(박진섭 감독)' 게임도 최근 부진에 빠진 팀을 구해야 하는 특별한 목표가 충돌하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빅 게임이다.

2021 K리그1 13라운드 결과(왼쪽이 홈 팀)

★ FC 서울 2-2 성남 FC [득점 : 팔로세비치(44분,PK), 나상호(84분,도움-윤종규) / 박용지(6분,도움-이규성), 홍준호(57분,자책골)]
- 관중 1972명

★ 수원 FC 2-4 대구 FC [득점 : 양동현(22분,도움-무릴로), 라스(55분,도움-정동호) / 박지수(38분,자책골), 에드가(58분,도움-안용우), 츠바사(64분,도움-에드가), 이근호(75분)]
- 관중 570명

★ 수원 블루윙즈 1-1 포항 스틸러스 [득점 : 김태환(88분,도움-이기제) / 임상협(3분,도움-전민광)]
- 퇴장 : 신광훈(90+1분) / 관중 3045명

울산 현대 2-0 광주 FC [득점 : 힌터제어(21분,도움-김태환), 바코(55분,도움-김태환)]
- 관중 2650명

★ 전북 현대 1-1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일류첸코(59분,도움-김보경) / 정우재(45+1분)]
- 관중 4295명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강원 FC [득점 : 김도혁(58분,도움-송시우)]
- 관중 1930명

2021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29점 8승 5무 25득점 9실점 +16
2 울산 현대 25점 7승 4무 2패 18득점 9실점 +9
3 제주 유나이티드 20점 4승 8무 1패 14득점 9실점 +5
4 대구 FC 19점 5승 4무 4패 15득점 17실점 -2
5 수원 블루윙즈 19점 5승 4무 4패 14득점 10실점 +4
6 포항 스틸러스 19점 5승 4무 4패 13득점 14실점 -1
7 성남 FC 16점 4승 4무 5패 10득점 11실점 -1
8 FC 서울 14점 4승 2무 7패 15득점 17실점 -2
9 인천 유나이티드 FC 14점 4승 2무 7패 13득점 21실점 -8
10 강원 FC 13점 3승 4무 6패 12득점 17실점 -5
11 광주 FC 13점 4승 1무 8패 11득점 15실점 -4
12 수원 FC 10점 2승 4무 7패 11득점 22실점 -11

2021 K리그1 U22 득점 순위(총 166골 중 24골)
1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1999년 9월생) 5골
2 정상빈(수원 블루윙즈, 2002년 4월생) 3골
2 김민준(울산 현대, 2000년 2월생) 3골
4 김태환(수원 블루윙즈, 2000년 3월생) 1골
4 김봉수(제주 유나이티드, 1999년 12월생) 1골
4 강현묵(수원 블루윙즈, 2001년 3월생) 1골
4 엄지성(광주 FC, 2002년 5월생) 1골
4 이성윤(전북 현대, 2000년 10월생) 1골
4 구본철(인천 유나이티드, 1999년 10월생) 1골
4 김진성(FC 서울, 1999년 12월생) 1골
4 정한민(FC 서울, 2001년 1월생) 1골
4 이중민(성남 FC, 1999년 11월생) 1골
4 김대우(강원 FC, 2000년 12월생) 1골
4 엄원상(광주 FC, 1999년 1월생) 1골
4 조상준(수원 FC, 1999년 7월생) 1골
4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2001년 7월생) 1골

2021 K리그1 14라운드 일정(왼쪽이 홈 팀)
대구 FC - 인천 유나이티드 FC [5월 8일(토) 오후 2시, DGB 대구은행파크]
☆ 제주 유나이티드 - 수원 FC [5월 8일(토) 오후 2시, 제주 월드컵]
☆ 포항 스틸러스 - 강원 FC [5월 8일(토) 오후 4시 30분, 포항 스틸야드]
광주 FC - FC 서울 [5월 8일(토) 오후 7시, 광주 전용]
☆ 전북 현대 - 수원 블루윙즈 [5월 9일(일) 오후 4시 30분, 전주성]
☆ 울산 현대 - 성남 FC [5월 9일(일) 오후 6시, 울산 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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