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일본에 있는 '경남 기념물 1호' 유물, 반환운동 다시 해야"

진주 옥봉고분군 관심 고조... '가야고분 유네스코 등재 추진' '경남도의회 결의안'' 계기

등록|2021.05.25 09:33 수정|2021.05.25 13:53

▲ 경상남도 기념물 제1호인 '진주 옥봉고분군'. ⓒ 윤성효

  

▲ 경상남도 기념물 제1호인 '진주 옥봉고분군'. ⓒ 윤성효


"경상남도 기념물 제1호를 아시나요. 그곳에서 나온 유물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진주 옥봉고분군'이고, '일본 동경대학 박물관에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과 경남·경북·전북도가 가야시대 고분군(7개)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하고, 경남도의회에서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 촉구'를 결의한 가운데, '경남 기념물 제1호 진주옥봉고분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상은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창녕 교동·송현동, 고성 송학동, 합천 옥전, 전북 남원 유곡·두락리,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다. 진주 옥봉은 들어 있지 않다.

가야 고분군 등재'를 위한 신청서는 올해 1월 유네스코에 최종 제출됐고, 3월 '완성도 검사'를 통과했으며, 202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20일 열린 임시회에서 '국외 소재 경남 문화재 환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제강점기 등에 반출돼 국외에 소재하는 문화재는 22개국 20만 4693점에 이르고, 일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나온 문화재 가운데 국외 소재는 680여 점이다.

결의안은 "유네스코를 비롯한 관련 국제기구와의 논의 등을 통해 국외소재문화재 실태파악과 문화재 환수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국외소재문화재 환수를 위해 지원할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을 강구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되어 있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던 표병호 의원은 "불행했던 과거사를 치유하고 인류문화 복원을 위해서 우리 문화재를 제자리에 되돌려놓는 시대적 소명을 실천할 때이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 기념물 제1호'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석영철 진보당 경남도당 지방자치위원장은 "역사를 잊고 헛된 꿈을 쫓지 마라고 했다. 가야사 공부를 하면서 섬뜩섬뜩 놀랄 때가 있다"며 "가야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좋지만, 일제가 약탈해 간 '경남 기념물 1호'에서 나온 유물부터 찾아오는 게 더 시급하다"고 했다.

강호광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장은 "몇 해 전 일본에 갔을 때 동경대 박물관을 찾아간 적이 있었고, 진주 옥봉고분군 유물은 전시되어 있지 않았으며, 수장고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 경상남도 기념물 제1호인 '진주 옥봉고분군'. ⓒ 윤성효

  

▲ 경상남도 기념물 제1호인 '진주 옥봉고분군'. ⓒ 윤성효


도굴에 가까운 발굴... 1974년 기념물 지정

진주 옥봉고분군은 가야국 지배세력의 무덤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진주 옥봉과 수정봉에 걸쳐 있다. 옥봉·수정봉 정상부와 능선을 따라 모두 7기의 큰 무덤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3기 무덤만 남아 있고 그 중에 옥봉에 있는 1기가 '경남도 기념물 제1호'로 지정돼 있다. 기념물 지정은 1974년 2월 16일.

도시화로 옥봉·수정봉 정상부까지 집들이 들어서 있다. 나머지 고분 가운데 일부는 주택 마당에 있기도 한다.

7기 가운데, 수정봉 2·3호와 옥봉 7호가 일제강점기 때 발굴 조사됐다. 일본인 학자(세키노타다시)가 1910년에 그야말로 도굴에 가까운 발굴조사를 했던 것이다.

당시 조사 내용은 <조선고적도보>에 실려 있고, 간단한 실측도와 함께 유적, 유물의 사진과 간략한 설명이 담겨 있다.

당시 이곳에서는 '철제 말갖춤'과 각종 토기류, 가락바퀴, 구슬, 철칼, 도끼, 재갈 등이 나왔다. 3기 가운데 2호분과 7호분의 출토 유물이 동경대에 있는 것이다.

이 무덤은 전형적인 가야의 돌방(석실) 무덤으로, 6세기 전반에 만들어졌다. 학계에서는 이곳이 진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야문화의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에 있는 옥봉고분군의 유물의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 전 진주에서 나오기도 했다. 1994년 진주시의회에서는 의원들이 몇 차례 질의하면서 제안했던 것이다.

당시 진주시의원들은 옥봉·수정봉 고분군의 '석실 복원' 등을 제기하기도 했고, 일본에 문화재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 경상남도 기념물 제1호인 '진주 옥봉고분군'. ⓒ 윤성효

  

▲ 경상남도 기념물 제1호인 '진주 옥봉고분군'. ⓒ 윤성효


세계문화유산 등재 포함은?

현재 진주 옥봉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대상 포함과 일본에 있는 유물 반환 추진이 가능할까.

경남도 관계자는 "출토 문화재는 현재 동경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문화재 반환은 외교적 문제가 지자체 차원에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민간 영역에서 환수운동을 하면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조례가 있어, 민간 영역에서 구체적인 운동이 일어나면 내년에 지원 계획을 세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대상 포함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현재 진주 옥봉고분군은 포함돼 있지 않다. 등재 대상은 2012년~2013년부터 진행해서 여러 학술 연구조사가 이루어져 진행되고 있으며, 옥봉고분군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경남도 김수한 학예사는 "2019년 경남도에서 지원해 '비지정 가야 문화재 연구사업' 했을 때 옥봉고분군은 정밀 지표 조사를 했고, 당시 7기 무덤의 위치를 확인했다"며 "고분 보존 정비를 위해서는 향후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인근 민가로 인해 전체 고분군이 훼손됐다. 민가가 없는 구역은 문화재 지정을 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분 성격 규명과 가치를 알리기 위한 연구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분 명칭과 관련해 그는 "도 기념물 제1호는 '진주 옥봉고분군'으로만 되어 있다. 수정봉과 함께 명칭을 사용해 '진주 옥봉·수정봉고분군'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상남도 기념물 제1호인 '진주 옥봉고분군'. ⓒ 윤성효

  

▲ 경상남도 기념물 제1호인 '진주 옥봉고분군'. ⓒ 윤성효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