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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아트'... 어쩌다 사회적기업가가 되었습니다"

[휴먼스 오브 경기] 경기 화성 예비사회적기업 시드플러스 대표 박용희

등록|2021.05.06 10:15 수정|2021.05.06 10:31
박용희씨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주말이면 벽화 봉사활동을 다니던 서울 청년이었어요. 이후 30대에 경기 화성으로 이사와 '우연히' 사회적기업 관련 수업을 듣게 됐는데요. 수업 마지막에 '논아트' 아이디어를 낸 것을 시작으로 또 '우연히',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회사가 바로 지금의 (주)시드플러스인데요.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시드플러스 대표 박용희씨를 지난 4월 22일 만나봤습니다.
 

▲ 시드플러스 박용희 대표. 시드플러스는 지난 2016년 화성시 사회적경제 창업아카데미 육성팀, 2017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우수창업팀으로 선정됐고, 이후 2018년엔 부처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 좋아지지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도 화성에 쭉 정착할 박용희입니다. 화성에 온 지는 10년정도 됐네요. 문화예술로 지역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원래 화성 분인지 궁금해요.
"20대까지는 서울에 살았어요. 디자인을 전공하고 벽화 그리는 일 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이 점점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30대부터 부모님이 계시는 화성으로 와서 지내고 있어요."

-지금은 예비사회적기업 시드플러스의 대표이시기도 한데요. 시드플러스는 어떤 일을 하나요.
"주로 디자인과 영상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관공서 및 다른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 공동체에 포스터, 브로슈어, 캐릭터, 로고, 홈페이지, 영상 등을 제작해드리고 있어요. 논아트 사업, 다문화 이주민 창작물 상품화 사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시드플러스 포트폴리오의 일부. https://seedplus.kr/에서 더 많은 작업을 볼 수 있다. ⓒ SEEDPLUS


- 사회적기업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쩌다' 사회적기업가가 된 케이스입니다. 화성에 온 뒤 벽화 그리기 외에 다른 일을 찾다가 우연히 화성시사회적공동체지원센터(현 화성시사회적경제센터) 강의 홍보물을 보게 됐어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이길래 한번 들어보자 싶었죠. 그런데 의미가 되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추가로 사회적경제 창업아카데미 수업도 들어 봤는데요. 마지막에 창업 아이템 발표 시간이 있었거든요. 이때 낸 아이템이 제가 사회적기업가가 되는 시작이 됐습니다."

- 어떤 아이템이었나요.
"'논아트'였어요. 온라인에서 우연히 해외 논아트를 사진으로 봤는데 멋지더라고요. 실제로 보고 싶어서 가까운 일본 아오모리로 갔죠. 직접 눈으로 보니 더 좋았어요. 저도 한국에서 직접 한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이후 사회적경제 창업아카데미에서 아이디어를 제출하라길래 논아트와 또다른 아이템, 총 두 개의 아이디어를 냈는데 팩스가 하나만 갔더라고요. (웃음)"

- 팩스로 제출된 아이디어가 '논아트'로군요.
"네, 맞아요. 이후 멘토링을 거치면서 사업 모델이 많이 다듬어졌어요. 작년엔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2019년까진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평창올림픽 캐릭터를 표현했던 강원 강릉부터, 화성, 여주, 충남 괴산 등 많은 곳에서 논아트를 진행했습니다."
 

▲ 시드플러스는 다양한 색상의 벼를 활용해 그림을 연출하는 논아트를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논아트는 새로운 지역 홍보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 SEEDPLUS


- 기업은 아무래도 이익 창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요. 논아트의 수익성을 어떻게 설득했나요.
"심사위원들의 핵심 질문이었죠. 계절성을 어떻게 극복할 거냐, 수익화할 수 있냐 등의 질문을 받았어요.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사실 사회적 가치라는 게 수익이 꼭 나진 않더라도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그 자체로도 의미를 갖잖아요. 사실 처음엔 논아트를 기업과 연계하고, 축제를 규모화하는 것에 초점을 잡고 있었어요. 근데 이게 실제로 해보니 어려운 게 많더라고요."
  

▲ 박용희씨는 논아트를 위해 농촌 지역 주민분들을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 좋아지지


- 어떤 점이 특히 어려웠나요.
"농촌 분들을 설득하는 게 진짜 어려웠어요. 어르신들이 '이거 왜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당장 내년 일도 예측하기 어려운 분들께 '나중에 좋아질 거예요'라고 말씀드리는 게, 정말 의미 없는 거였단 걸 깨달았죠. 그래서 접근법에 변화가 필요했는데요. 처음 뵙는 분들과 술 한잔 하고, 이장님께 인사드리고, 하룻밤 자고 오고, 정말 '내성적인 집돌이'로서 안 익숙한 일들을 모두 다 시도했어요. 계속 노력하니 '그럼 뭐 한번 해보자' 하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논아트를 직접 한두번해보고 나니 사회적 책임(CSR)의 실행을 원하는 기업에게 그 방법을 설계해주면 되겠다 싶었고, 그래서 2019년도에 몇몇 대기업과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서로 콘셉트가 잘 맞았죠. 하지만 작년엔 코로나19 때문에 외부 행사를 전혀 상상할 수가 없게 돼서 좀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 코로나19가 끝나면 논아트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겠네요.
"지금은 우선 회사 경영 유지에 주력하고 있고, 논아트는 어떻게 보면 제가 장기적으로 실행하고자 하는 목표 중에 한가지인 것 같아요. 매번 고민이죠. 기업의 생존을 위한 메인 사업과 제가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를 일치시키는 것이요.

최근엔 외국인 이주민들의 창작물을 모아 콘텐츠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시작했습니다. 제 전공인 미술치료를 살려 다문화가정 주민분들과 미술치료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작년엔 화성과 오산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 (왼쪽) 베트남 출신 이주민이 그린 그림을 휴대폰 액세서리로 만들었다. (오른쪽) 시드플러스에서 만든 다양한 굿즈들. ⓒ 좋아지지


- 지금 휴대폰 뒷면에 있는 액세서리도 이주민 분의 작품인가요.
"네, 맞아요. 베트남에서 오신 분이 본인이 키웠던 고양이를 그린 작품으로 만든 거예요. 화성시는 경기도에서 3번째로 외국인이 많은 도시입니다. 저희 사무실이 있는 병점은 그 중심지죠. 병점에만 다문화센터가 두곳이나 있어요. 앞으로 이러한 창작물을 상품으로 개발해서 판매 수익금을 생활고를 겪는 다문화가정과 사회에 환원하려고 해요.

스토리가 담긴 작품을 굿즈로 만들고, 이 판매 수익을 다시 미술 치료에 쓰는 거죠. 그러면 저희 입장에선 계속 상품 소재가 발굴되고, 동시에 그 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어요. 앞으로 시드플러스가 다문화 가정 이주민분들이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화성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지역사회는 왜 중요할까요.
"지역사회는 '내가 살아가면서 얽히는 최소한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영역이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니까 굉장히 중요해요.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잖아요. 전 통칭 '집돌이'지만, 지역사회가 없어진다면 제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는 것들도 하나둘씩 없어지겠죠. 그래서 지켜야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드플러스가 지역사회의 성장과 재생 그리고 소통과 공감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으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경기도 사회적기업·예술인·소상공인 특화 미디어 'JOAGG 좋아지지'(joagg.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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