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수사 검사' 대법관 퇴임식... "당신의 과오, 기억하겠다"
[현장] 박상옥 대법관 퇴임식 맞춰 법원노조 24명 피켓팅 시위... 탑승 차량 서둘러 빠져나가
▲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상옥 대법관이 퇴임식을 마치고 법원을 떠나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검사 박상옥, 우리는 대법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이희훈
"우리는 당신을 대법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당신의 과오를 기억할 것이다."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수사 검사였던 박상옥 대법관은 불명예스러운 퇴임을 맞아야 했다.
관행대로라면 퇴임한 대법관을 태운 차량이 대법원 정문 주위를 크게 한바퀴 돌며 나가야 하지만, 박 대법관은 그렇지 못했다. 그가 탄 차량은 탑승과 동시에 빠르게 대법원을 빠져나갔다.
박상옥의 꼬리표, '고 박종철 사건 은폐 논란'
박 대법관은 2015년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될 당시에도 '고 박종철 고문 사건' 수사 검사라는 이유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해 4월 7일 진행된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는 ▲ 1차 수사검사였던 박 대법관이 고 박종철 사건의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수사를 은폐한 의혹 ▲1차 수사 자체가 부실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에 박 대법관은 청문회 자리에서 "1차 조사에서 경찰의 조직적 은폐·축소를 다 밝히지 못한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답한 바 있다.
박 대법관은 과거 취임식에 이어 이날 퇴임식에서도 그를 대법관으로 인정하지 않는 '법원 구성원'의 목소리를 마주했다.
박 대법관이 퇴임식을 마치고 나온 시간은 오전 10시 15분 무렵이다. 그는 구호를 외치며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찬찬히 쳐다본 후, 배웅하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여러 대법관들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박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진행된 퇴임식에서 "대법관으로 부름을 받아 임명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면서 "임기 마지막날까지 대법원장님과 동료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서 변함없이 보내주신 성원에 힘입어 막중한 소임을 다 할 수 있었다"며 6년간의 소회를 전했다.
▲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상옥 대법관이 퇴임식을 마치고 법원을 떠나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검사 박상옥, 우리는 대법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이희훈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시 수사 검사 였던 박상옥 대법관의 퇴임식에 맞춰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이상원 법원노조 교육선전국장은 "노조는 처음부터(2015년) 그의 대법관 임명을 반대했지만, 양승태 대법원장과 친박근혜 인사였던 그가 끝내 임명됐다"면서 "박 대법관과 같은 신뢰 없는 사람이 대법관으로 임명된 것은 큰 문제다. 대법원은 이후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대법관의 후임으로는 천대엽 대법관이 취임할 예정이다. 천 대법관의 취임은 8일이며, 10일 오전 10시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취임식이 열린다. 이밖에 8일에는 김상환 대법관이 신임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한다. 공석이 된 김 대법관의 자리에는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다시 합류할 예정이다.
▲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상옥 대법관이 퇴임식을 마치고 법원을 떠나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검사 박상옥, 우리는 대법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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