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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허문회-불안한 서튼, 롯데 감독 잔혹사

롯데 서튼호의 행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

등록|2021.05.12 10:17 수정|2021.05.12 10:18
성적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 '감독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 11일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래리 서튼 2군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했다.

허문회 감독, 임기 절반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

허문회 감독은 올 시즌 불과 개막 30경기만에 프로야구 10개구단 사령탑 중 가장 먼저 교체되는 굴욕을 겪었다. LG와 키움에서 타격코치로 명성을 쌓았고 2020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3년 계약으로 첫 감독 도전에 나섰던 허 감독은 결국 임기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롯데 구단은 '성적보다도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의 차이가 컸던 것'이 경질 사유임을 드러내며 그간 계속해서 불거졌던 갈등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허문회 감독의 퇴진은 본인이 자초한 결과라는 반응이 많다. 이미 지난 시즌부터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허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던 데다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대로라면 허 감독이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허 감독은 검증된 주전과 베테랑 위주의 라인업을 선호하고, 유망주들에게는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 선수단 운영 방식을 고수했다. 지난 시즌의 민병헌, 올 시즌 손아섭이 부진에 시달려도 라인업에서 끝까지 제외하지 않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심리적-체력적 부담으로, 젊은 선수들은 기회의 불공정으로 인한 의욕저하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성적이 잘 나온 것도 아니었다. 허 감독의 부임 첫해인 2020시즌 롯데는 개막 5연승으로 산뜻하게 출발하는 듯 했지만 최종 성적은 7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71승1무 72패로 승률은 5할에 거의 근접했지만 지난 시즌은 '2약' 한화와 SK의 예상밖 동반부진으로 중위권에 역대급 승률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 올 시즌에는 개막 30경기에서 12승 18패의 부진에 빠지며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허 감독은 롯데 사령탑 재임 기간동안 83승 1무 90패로 승률 .480의 성적을 남겼다.

롯데 새로운 사령탑 서튼 감독
 

▲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롯데 신임감독 래리 서튼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허문회 감독의 실패로 롯데 구단으로서는 또 한번의 비극을 되풀이한 셈이 됐다. 롯데는 2014년 김시진 감독을 시작으로 이종운-조원우-양상문-허문회까지 최근 5명의 감독기간이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흑역사를 거듭했다. 이 기간 5할 이상의 승률을 달성한 감독과 포스트시즌 진출과 조원우 감독(2016-18, 214승 4무 214패)과 그가 이끌었던 2017시즌 한번 뿐이다.

롯데의 전성기는 제리 로이스터(2008-10)와 양승호(2011-12) 감독으로 이어지는 '영광의 5년'이다. 이 기간 롯데는 비록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5년 연속 가을야구에 개근하며 성적과 인기 모두 절정을 달렸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의 암흑기를 극복하고 팀을 매년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으로 바꾸어놨고, 양승호 감독은 역대 롯데 사령탑 사상 최고승률(.537, 137승 11무 118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난 이후 롯데는 만년 중하위권을 전전하는 평범한 팀으로 다시 회귀했고 구단 운영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는 경우가 더 빈번했다. 프로 원년부터 39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롯데는 올해까지 총 19명의 사령탑이 바뀌었을만큼 감독교체가 유난히 잦았고, 이중 재계약을 포함하여 3시즌 이상 연속으로 장기집권한 경우는 강병철과 로이스터, 단 2명 뿐이었다.

이제 롯데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한 서튼 감독이 과연 얼마나 순항할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은다. 롯데는 "서튼 감독이 그동안 퓨쳐스 팀을 이끌며 보여준 구단 운영 및 육성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세밀한 경기 운영과 팀 체질 개선을 함께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선임배경을 밝혔다.

서튼 감독은 2007년 로이스터 감독에 이어 구단 역사상 2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KIA의 맷 윌리엄스, 한화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 이어 올 시즌에는 무려 3명의 외국인 감독이 KBO리그에서 경쟁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게 됐다.

서튼 감독은 미국 피츠버크-캔자스시티 마이너리그팀의 타격코치를 지냈고 지난해부터 롯데 2군 감독을 역임했지만, 1군 사령탑은 올해가 처음이다. 역시 타격코치 출신으로 초보 감독이었던 전임자 허문회 감독과 비슷하다. 외국인 감독이지만 한국야구 문화와 롯데 구단 상황에 이미 적응이 끝났다는 것은 강점이다. 롯데 구단이 서튼 감독을 선임한 것은 미국식 프런트 야구문화에 익숙한 외국인 감독을 통하여 메이저리그식 리빌딩과 육성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서튼 감독은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11일 SSG와의 경기에서 6-7로 패하며 험난한 출발을 예고했다. 서튼 감독은 4-2로 앞선 8회 마무리 김원중을 조기에 투입하여 2이닝을 맡기는 강수를 뒀으나 최정에게 3점홈런을 맞는 등 난타를 당하며 이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서튼 감독으로서는 초보 사령탑으로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었다.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순위, 베테랑들의 부진, 정체된 유망주들, 이미 개막 초반부터 혹사당하며 피로누적을 드러내고 있는 불펜, 여기에 사령탑의 경험부족과 프런트와의 관계 설정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불확실성에 휩싸여있는 롯데 서튼호의 행보는 한 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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