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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드라마' 펼쳐진 K리그 후반전 추가 시간

[2021 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포항 스틸러스

등록|2021.05.12 12:21 수정|2021.05.12 12:21

▲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광석이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헤더 슛을 날리고 있다.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의 파랑 검정 세로 줄무늬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K리그의 전설 김광석이 시즌 두 번째 친정 팀 포항 스틸러스와의 게임에 나섰다. 하필이면 이적 후 첫 게임이 친정 팀 포항과의 어웨이 게임(2월 28일, 포항 스틸야드)이었으니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72일만에 옛 동료들을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자신의 새로운 홈 그라운드였다. 이렇게 K리그 개인 통산 424번째 게임을 뛴 김광석은 아마도 화요일 밤 잠을 제대로 못 잤을 듯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자신의 반칙으로 내준 프리킥 때문에 아쉬운 동점골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1일(화)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1 1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게임에서 주장 김도혁의 멋진 골을 지키지 못하고 1-1로 아쉽게 비겼다.

김도혁의 아름다운 발리 슛

지난 토요일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0-3으로 완패하고 돌아온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428명 홈팬들 앞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게임을 운영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게임 중 패스를 분석할 수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인천 유나이티드는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롱 패스 비율이 5.7%(성공한 패스 612개 중 35개)였고 짧은 패스 비율이 61.7%(성공한 패스 612개 중 378개)였다. 전반적인 공 점유율도 66.4%로 대구 FC를 앞질렀지만 결과는 초라할 뿐이었다.

그래서 조성환 감독은 포항을 상대로 뛴 이번 게임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운영 방법을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이것은 패스의 유형 변화에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게임 5.7%였던 롱 패스가 15.9%(성공한 패스 214개 중 34개)로 늘었고 짧은 패스가 52.8%(성공한 패스 214개 중 113개)로 지난 게임에 비해 8.9% 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물론 포항 스틸러스 특유의 스틸 타카가 인천 유나이티드 필드 플레이어들을 정신 없게 만들기는 했지만 항상 상위권을 노리는 포항을 상대로 공격적 효율성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준비한 만큼 펼쳤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게임 시작 후 34분만에 송시우의 재치있는 왼발 슛이 포항 골문을 먼저 열었다. 전반전 도중에 함께 교체로 들어온 네게바의 크로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는 움직임이 유연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종혁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온 필드 뷰 시스템을 통해 간발의 차로 오프 사이드 판정을 내렸다.

비록 골이 취소됐지만 핵심 미드필더 아길라르와 간판 골잡이 무고사에게 집중되는 공격 패턴을 분산시키기 위해 비교적 이른 시간 선수 교체로 '송시우-네게바' 조합을 선택했고 선 굵은 크로스 비중을 높였다는 것은 분명히 상대 팀을 위협하는 방법이었다.
 

▲ 57분 2초,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혁의 왼발 발리 슛이 포항 골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가 선택한 횡단 크로스 전개 방법은 57분에 그림같은 첫 골 작품으로 탄생했다. 지난 2일 강원 FC를 1-0으로 이길 때와 거의 비슷한 궤적의 횡단 크로스와 결승골 주인공까지 김도혁으로 일치하는 묘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5월 2일 강원 FC와의 홈 게임 김도혁의 왼발 하프 발리 결승골 순간이 57분 17초, 바로 이 게임 김도혁의 발리 슛이 골 라인을 통과한 시각이 57분 2초였으니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9일만에 거의 똑같은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111초, 극장 동점골

주장 김도혁의 멋진 골로 포항을 물리칠 줄 알았던 인천 유나이티드는 단 3분만에 휘청거렸다. 시즌 첫 게임에 나선 골키퍼 김동헌이 높은 공을 잡다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포항 스틸러스 송민규에게 로빙 슛 동점골을 내준 것이다.

하지만 이 골도 신중한 VAR 온 필드 뷰 절차를 거쳐 취소됐다. 김동헌이 공을 잡다가 놓치기 직전 포항의 크로스가 올라올 때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권완규의 오프 사이드 반칙을 잡아낸 것이다.

아찔하게 가슴을 쓸어내린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김동헌은 67분에 포항의 교체 선수 임상협이 날린 왼발 중거리슛을 기막히게 쳐내 자신의 능력을 믿음직스럽게 다시 보여주었다.

그러나 축구는 거기서 끝나는 게임이 아니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6분이 공지되고 반전 드라마가 그라운드 북쪽 골문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하필이면 포항 스틸러스의 전설이었던 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광석이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안에서 반칙을 저질렀다. 포항 센터백 이광준이 헤더로 연결하려는 순간을 막기 위해 강하게 부딪친 것이 옐로 카드로 돌아온 것이다.

반원 안에 직접 프리킥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포항 스틸러스의 새로운 살림꾼 신진호였다. 그의 오른발 감아차기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필드 플레이어들이 쌓은 수비벽을 넘어 기막히게 휘어날아가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방향을 예측하지 못한 김동헌 골키퍼가 뒤늦게 몸을 날렸지만 걷어내기 어려운 궤적이었다.
 

▲ 후반전 추가 시간 111초, 포항 스틸러스 신진호(맨 왼쪽)의 오른발 프리킥 동점골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 심재철


신진호의 이 극장 동점골(90+1분 51초)이 터지고도 추가 시간이 더 남았으니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승점 3점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추가 시간 4분 20초에 김도혁이 침착한 방향 전환 드리블과 패스로 결정적인 슛 기회를 또 다른 교체 선수 지언학에게 열어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언학은 이 좋은 패스를 무리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시도하는 바람에 공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렇게 다 이긴 게임, 정말로 이길 수 있었던 순간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역시 축구는 우리 인생과 비슷하여 누구도 함부로 속단하거나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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