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먼 인 윈도> 포스터 ⓒ 넷플릭스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영화에 있어 <캐빈 인 더 우즈>처럼 후반부 크리쳐를 다수 등장시켜 재미를 준 다다익선(多多益善)에 성공한 영화가 있는가 하면, <와일드 씽>처럼 잦은 반전으로 그 흥미를 떨어뜨리는 영화가 있다. <우먼 인 윈도>는 재미를 주기 위해 성공한 영화의 공식에 다양한 스릴러 요소를 집어넣는다. 허나 다다익선이 아닌 과유불급에 머문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구성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이다. 안나는 맞은편 집에 새 이웃이 이사를 오자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본다. 그 과정에서 살인을 목격한다. <이창>이 서스펜스를 유도했던 방법은 이웃의 살인을 훔쳐본 제프가 다리를 다쳐 휠체어 신세였다는 점이다. 제프는 자신의 힘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설 수 없고, 동시에 범인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다.
▲ <우먼 인 윈도> 스틸컷 ⓒ 넷플릭스
정신 이상 증세가 있는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은 주인공의 시각에서 보는 현상이 과연 실체인지 아니면 환각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살인을 목격한 후 안나의 주변은 달라진다. 그녀에게 고통을 호소했던 에단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입을 다물고, 사람 좋은 세입자였던 데이비드는 거친 면모를 보인다. 무엇이 진실이고 허상인지에 대한 두뇌싸움을 유도하며 심리 스릴러의 인상을 만들고자 한다.
허나 이런 인상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경우 소설의 모든 부분을 가져오지 않는다. 원작의 팬들에게는 아쉽게 느껴질 만큼 많은 부분을 생략한다. 소설의 요소를 다 가져올 경우 영화는 그 부분들을 모두 설명해야 한다. 설명하지 못하는 만큼 요소만 던져놓고 의미를 연결하지 못하기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이 과유불급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 <우먼 인 윈도> 스틸컷 ⓒ 넷플릭스
안나가 아동심리 상담가라는 점은 에단과의 유대감이나 에단이 당하는 학대를 알아내는 요소로 작용하는 코드다. 헌데 에단이 자신의 고통을 안나에게 털어놓고 먼저 유대감을 형성하려 한다는 점은 직업의 의미를 무실하게 만든다. 되레 심리학 전문가인 안나가 스스로의 심리를 조절하지 못하고 폭주하는 모습이 의아하게 그려진다. 안나가 고전영화를 좋아한다는 점과 이를 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점은 영화의 내용과 별다른 연결을 그리지 못하며 심리 스릴러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낭비를 보여준다.
요일을 바탕으로 한 전개 역시 마찬가지다. 각 요일에 맞춰 복선을 깔아두고 결말부를 눈치챌 수 있는 힌트가 있다면 모를까, 왜 굳이 요일을 강조하는 전개를 선보였는지 의문이 든다. 여기에 중반 이후 안나가 체념을 느끼며 자신의 처지 비관에 빠지는 부분부터는 다소 지루함이 느껴진다. 극적인 하강 이후 강력한 상승을 만들려는 의도를 눈에 띄게 드러내면서 플롯에 있어 약한 기교를 보여준다.
이는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품으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아쉬움이라 볼 수 있다. 이것저것 다 챙기려다 보니 심리와 플롯, 스릴러와 드라마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 걸출한 드라마를 만든 조 라이트 감독에 연기파 배우로 유명한 에이미 아담스와 게리 올드만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이지만 그 결과는 자못 아쉬움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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