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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포토] 전두환 집 대문에 붙은 시 '학살2'

등록|2021.05.18 16:01 수정|2021.05.18 16:01

▲ 전두환 연희동 집 대문에 붙은 고 김남주 시인의 '학살2'. ⓒ 공동취재사진

 

▲ 김남주 시인의 <학살2>를 들고 전두환 집 대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인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집 앞에서 서대문지역에서 활동하는 진보당, 민주노총 등 단체들이 전두환의 대국민 사죄와 제대로 된 처벌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전두환씨 집 대문에 김남주 시인의 시 '학살2'와 규탄 구호가 적힌 피켓을 붙였다.

<학살2> 김남주

오월 어느 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과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산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이었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이었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이었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밤이었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고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버렸다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 전두환 집 앞에서 '학살자 전두환이 있어야 할 곳은 감옥이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인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집 앞에서 서대문 지역에서 활동하는 진보당, 민주노총 등 단체들이 전두환의 대국민 사죄, 제대로 된 처벌을 촉구했다. ⓒ 권우성

  

▲ 전두환 집 대문에 피켓을 붙이기 위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김남주 시인의 시 '학살2'와 구호가 적힌 피켓을 전두환 집 대문에 붙인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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