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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끗 차이로 갈린 승부, 울산 윤빛가람 환상 프리킥의 힘

[2021 K리그1 18라운드] 울산, 동해안더비서 포항에 1-0승

등록|2021.05.23 09:43 수정|2021.05.23 09:44

▲ 울산의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포항전에서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 끗도 아니고 반 끗 차이로 졌다. 프리킥으로 패배했다."

좋은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패배한 포항 김기동 감독의 발언대로 동해안더비에서 승부가 갈린 것은 윤빛가람의 프리킥 한 방이었다. 울산이 포항과의 라이벌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신바람나는 선두 질주를 이어나갔다.

울산은 2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18라운드 동해안 더비에서 윤빛가람의 프리킥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9승 6무 2패(승점 33)를 기록한 울산은 2경기 덜 치른 전북(승점 29)에 4점차로 앞서며 선두 자리를 고수했다. 포항은 승점 24로 5위에 머물렀다.

에이스 윤빛가람, 팽팽한 영의 행진 깨뜨린 환상 프리킥 골

울산의 홍명보 감독은 주중 열린 전북전과 같은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4-3-3 포메이션에서 바코-힌터제어-김민준이 최전방에 포진하고, 허리는 윤빛가람-원두재-고명진으로 구성됐다. 포백은 설영우-불투이스-김기희-김태환,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송민규, 크베시치, 타쉬, 신진호 등 주전급 자원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며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 4-3-3 포메이션에서 임상협-이승모-팔라시오스가 전방에 위치하고, 미드필드는 고영준-오범석-신광훈이 맡았다. 포백은 강상우-권완규-이광준-전민광, 골문은 강현무가 지켰다.

전반전 두 팀의 양상은 호각세였다. 각각 5개의 슈팅을 시도했는데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전북전에서 120%의 힘을 쏟은 탓인지 울산 선수들의 몸놀림은 다소 무거웠다.

포항은 강한 압박을 통해 울산의 전진을 가로막았다. 득점에 근접한 장면은 포항이 좀더 많았다. 전반 초반 강상우의 코너킥에 이은 이광준의 헤더가 골문을 벗어났고, 이승모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26분 오범석이 올린 크로스를 임상협이 머리로 돌려놨지만 골문을 살짝 넘어갔다. 2분 뒤에도 임상협의 왼쪽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조현우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22세 자원인 김민준을 조기에 빼고 백전노장 이청용을 교체 투입해 2선 공격진을 새롭게 했다. 전반 40분 페널티 아크에서 윤빛가람의 오른발 다이렉스 슈팅이 골 포스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후반 3분에는 오른쪽에서 이청용이 수비수 2명 사이에서 내준 패스를 바코가 오른발을 갖다댄 슈팅이 골문 위로 떠오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김기동 감독은 후반 초반 아껴둔 주전급 자원인 신진호, 송민규, 크베시치를 모두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송민규와 크베시치의 가세로 포항 공격은 한층 활기를 띠었다. 송민규는 후반 10분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지만 앞서 핸드볼 파울을 지적받은 탓에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중반 외국인 공격수 2명 힌터제어, 바코를 불러들이고, 주력이 빠른 김인성과 이동준을 넣으며 속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긴장감이 넘치던 두 팀의 승부는 후반 33분 세트피스에서 판가름났다. 울산은 페널티 아크 지역에서 윤빛가람의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 슈팅으로 승부의 균형추를 깼다. 이후 울산은 선수비 후역습을 통해 포항의 공세를 차단했고, 결국 1-0으로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울산의 확실한 무기, 윤빛가람의 세트피스 킥 능력

이날 울산은 포항을 상대로 굉장히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하루의 휴식이 더 주어진 포항은 기민하고 민첩한 활동량을 선보였던 것에 반해 지난 19일 전북전 이후 3일 만에 경기를 치른 울산은 빠른 템포의 운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활동량과 압박의 강도 역시 평소와 비교해 느리고 느슨했다.

지만 울산은 끈끈한 투지와 정신력으로 실점 없이 버텨냈다. 그리고 후반 중반 김인성을 교체 투입한 홍명보 감독의 능동적인 전술 변화가 적중했다. 윤빛가람의 침투패스를 받은 김인성은 저돌적인 돌파로 포항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윤빛가람은 포항 수비벽을 절묘하게 피하는 프리킥 슈팅을 골문 오른편에 꽂아넣었다. 결국 이 골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울산의 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를 받은 윤빛가람은 어려울 때 팀을 구하며, 에이스 다운 면모를 발휘했다.

윤빛가람의 명품 세트피스 능력은 비단 이번 포항전뿐만 아니다. 올 시즌 강원과의 개막전에서도 강력한 오른발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으며, 지난 전북과의 17라운드에서는 코너킥과 프리킥으로 각각 힌터제어, 블투이스의 득점을 어시스트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윤빛가람의 프리킥 골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전북전 이후 회복할 시간이 없었다. 체력적인 위험성을 안고 임했다. 악조건 속에 선수들이 잘 버티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울산은 시즌 초반 다소 기복있는 경기력으로 전북과의 선두 경쟁에서 밀려난 채 2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 5월 이후 전북전 무승(3무 4패) 징크스를 깨뜨린데 이어 2019년과 2020년 중요한 승부처에서 울산의 우승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든 포항마저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라이벌전 2연승을 발판삼아 전북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울산은 2005년 이후 16년 만에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기를 맞았다. 신바람을 내고 있는 홍명보가 지금의 흐름을 꾸준하게 이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하나원큐 K리그1 2021 18라운드 (2021년 5월 2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울산 1 - 윤빛가람 78'
포항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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