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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최연소 해녀, 그 뒤엔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다

[TV리뷰] EBS <다큐 프라임> - Z세대, 오래된 미래 속으로 1부 해녀

등록|2021.05.25 17:09 수정|2021.05.25 17:09
Hey, so let's go
Cos ah ah I'm in the stars tonight
So watch me bring the fire and set the night alight

흥겹게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부르며 바람부는 제주 바닷가를 걷는 정희선 씨, 그녀는 올해 25살이다. 그리고 최연소 해녀이다.
 

▲ <ebs 다큐 프라임 - z세대, 오래된 미래 속으로 1부 해녀> ⓒ ebs


내성적이고 조용한 소녀가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태어나 자란 곳이 제주라 '마사학과'에 진학을 했다. 말을 타는 건 쉽지 않았다. 가볍게 말을 타기 위해서는 몸이 가뿐해야 했지만, 몸을 가뿐하게 만들려니 체력이 딸렸다.

말과의 기나긴 악전고투, 겨우 졸업은 했다. 하지만 말을 타며 사는 걸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수많은 불면의 밤, 제주 바다에서 살아온 아버지가 해녀를 권하셨다. '푸른 곳간'이라는 제주 바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막내딸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밥벌이라 생각하셨다고 한다.

마음이 시키는 일만 하기로 했다

제주 남서쪽 모슬포, 제주에서도 바람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이 젊은 아기 해녀 정희선씨가 물질을 하는 곳이다.

해녀들의 쉼터인 모슬포 해녀 이용실, 그곳에 희선씨가 출근을 한다. 22살에 처음 물질을 시작해서 이제 4년 차, 하지만 74세의 53년 차, 82세에 48년 차, 50세 8년 차 등 평균 연령 70세의 해녀들 사이에서 희선씨는 아기다.

하지만 젊은 해녀의 몫은 만만치 않다. 워낙도 파도가 거센 동네이지만 유독 심상치 않을 때면 나이드신 '삼춘'들이 파도에 밀려 다치실 수도 있으니 젊은 해녀가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살핀다. 기세는 거세도 물 아래 시야가 확보되면 해녀들은 물밭으로 간다. '칠성판을 등에 지고 산다'는 해녀의 숙명이다.

들숨과 물숨을 오가며 물질을 하기를 3시간 여, 희선씨가 제일 먼저 뭍으로 나선다. 물질을 배우는 과정에서 삼춘들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먼저 나서서 나이드신 해녀들에게 버거운 태왁(해녀들가 자맥질을 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을 뜨게 하는 뒤웅박) 나르는 걸 도와드리기 위해서이다.

"다 모르던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가족보다 더 많이 함께 지내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아요."

물질이 끝나면 함께 밥을 지어먹고 그때부터 골라내고 씻어내는 '노가다' 작업을 5시간 넘게 해야 한다. 5~7월 보리가 익을 무렵에 난다고 해서 '보리 성게'라 이름붙여진 성게는 제주에서도 잔치 때나 맛보던 귀한 것이었다. 가시가 많아서 손질이 쉽지 않다. 내장을 제거하고 바닷물에 씻고 나면 끝이 아니다. 잠수복 손질에서 정리까지 꼬박 10시간이 걸린다.
 

▲ <ebs 다큐 프라임 - z세대, 오래된 미래 속으로 1부 해녀> ⓒ ebs


아름다운 제주, 하지만 막상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할 만한 일이 많지 않다. 활동 영역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희선씨의 친구들도 고향을 떠났다.

막상 해녀라는 직업을 택했지만 삼춘 말처럼 '물질만 하면 굶어 죽'기에 해녀로 하루 일과를 마친 희선씨는 건축 일을 하는 아버지의 현장에 가서 돕기도 한다. 파도가 거센 모슬포 바다, 막상 바다에 나설 수 있는 날은 한 달에 절반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한 달 평균 40만 원, 식대, 휴대폰비, 생활용품을 사는 것도 빠듯하다. 짠 물에 입이 헌 삼춘들 드시라고 떡 한 팩 사는 것도 이리저리 고민하게 되는 처지이다.

그래도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게 말이다. 하루를 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물질을 더 잘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이다! 

시간이 여유가 생기면 그림을 그린다. 오래도록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던 것, 하지만 이젠 해 본다. <나의 삼춘들>, <홍해삼> 등 일상을 기록한다. 제주도의 모습을 그림 엽서로 만들고 싶단다. 작업한 그림을 프린팅한 티셔츠, 가방을 들고 판매해줄 만한 가게를 찾는다. 낯 가리는 희선씨에게는 장족의 발전이다.

그리고 우도로 향한다. 바람많은 모슬포에서는 전업 해녀로 사는 건 쉽지 않다. 상군 해녀가 되려면 육지 물질을 가야 한다는 삼춘들의 조언에 우선 해녀들을 만나러 나선다. 25년을 살며 가장 잘 한 선택이 해녀라는 희선씨가 너른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100여 차례 숨을 참아야 하는 해녀의 삶, 그래도 이제 희선씨는 3분까지 물숨을 쉬며 수심 10m까지 자맥질을 하는 미래의 상군 해녀다. 숨비소리가 끊어질 위기의 제주 바다를 책임질 미래다. 그녀가 선택한 오래된 미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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