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손실보상 못 해"... 꿈쩍도 않는 기재부
[국회 손실보상법 청문회] 여야 '법 제정' 한목소리 냈지만... 자영업자들 울먹이는 호소 외면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에서 조주현(왼쪽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곽아름 숨스터디카페 대표,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 등이 이학영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노용규 리코스타 코인노래연습장 대표 "저희는 정말 벼랑 끝입니다. 지난 4월 28일, 손실보상법 국회 처리가 무산됐습니다. 1년 넘게 피해 본 자영업자들을 정부가 또다시 외면했습니다. 너무 무책임하십니다. 또 5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유미화 명동 곰국시집 대표 "그 자랑하는 모범적인 'K-방역'은 저희에게는 고통입니다. 대한민국의 공무원, 대기업 회사원 같은 분들이 코로나 사태로 봉급이 줄었습니까. 왜 자영업자들만 사지로 내몰려야 합니까…"
이장한 아이엔지여행그룹 대표 "코로나에도 정부는 꼬박꼬박 세금 받아가면서 손실보상엔 왜 이렇게 인색한 겁니까. 저 적선 받으러 여기 온 거 아닙니다. 수백만 소상공인들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안 들리시는 겁니까…"
어렵사리 국회 회의장에 발을 디딘 자영업자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들 대답엔 영혼이 없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결국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대해선 중기부나 기재부는 소급적용이 안된다고 확실하게 이해를 하면 되나요? 네, 아니오로만 대답해 주세요."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 "네. 소급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입장입니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 "소급적용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말씀 드립니다."
25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코로나19 손실보상 입법청문회 풍경이다.
여야 한 목소리로 반발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곽아름 숨스터디카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곽아름 숨스터디카페 대표,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 ⓒ 공동취재사진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코로나 손실보상을 반대하는 논리로 ▲이미 지급된 재난지원금과의 중복지원 문제 ▲형평성 문제 ▲재정 문제를 들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의원들과 자영업자들의 야유만 샀다.
복수의 여당 핵심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1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양동안갑)이 처음 코로나19 손실보상법을 발의한 이후 줄곧 이 법의 통과를 가로막아왔다.
"아니,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할 생각은 않고 참고인들한테 또 대못을 박아도 되는 겁니까? 그냥 이렇게 앉아서? 정말 너무들 하신 거 아닙니까?"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부산 연제)은 공무원들을 향해 "법이라는 게 국민을 위해 있는 거지 정부의 예산이나 재정,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힐난했다. 이 의원은 "헌법에도 국가가 국민에게 행정명령 등으로 피해를 줬다면 보상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라며 "당장 목말라 쓰러져가는 사람한테 물 한 모금이 필요한 거지, 다 지난 다음에 양동이로 준들 무슨 소용이냐.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빨리 손실보상법이 되도록 도와달라"라고 촉구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의 반대 논리를 하나하나 논박하고 나섰다. 민 의원은 중복지원 문제에 대해 "(이미 지급된) 지원금이 (자영업자들에게) 남았나. 택도 없다"라며 "임대료도 못 내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재정 문제와 관해선 "(자영업자들 상황이 심각한데) 재정 때문에 지급할 용의가 없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민 의원은 "소상공인과 비소상공인 간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을 향해 "특별히 희생했다면 특별히 보상하겠다는 게 도대체 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국가의 행정명령을 직접 받은 분들께 보상을 하겠다는데 그게 왜 형평성의 문제냐"라고 따졌다. 현장에선 "우리도 이해가 안 된다"라며 맞장구가 나왔다.
"소상공인이 2등 시민이라 그런 거 아닙니까?"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비례대표)은 "소상공인을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라고도 반발했다. 조 의원은 "홍남기 기재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부터 시작해서 많은 분들이 아주 쉽게 얘기하면 '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준다'고 했지만, 손실액을 추정해 계산해보니 1조3000억 원이다. 지금까지 중기부가 5조3000억 원을 지원했다. 돈 없어서 못 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럼 도대체 왜 못 주는 건가"라며 "솔직히 얘기해서 소상공인을 여러분들이 상대하지 않는 2등 시민, 눈에 안 보이는 2등 시민으로 보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는 전문가들의 해석도 잇따랐다.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 23조 3항을 보면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라며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따른 소상공인들에 대해 (손실보상법) 소급을 제한할 명분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 역시 "재산권 침해에 관해 헌법상 보상 의무가 발생하는 23조 3항에 따라 정당하게 (손실을)보상해야 한다"라고 봤다. 최재섭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건전성이 중요한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살아남도록 하는 게 중요한지 정책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기재부 앞에 무력한 174석?... '5월 통과'도 물 건너가나
▲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여야 국회의원ㆍ소상공인 자영업자 신속한 손실보상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왼쪽부터),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코로나19가 터졌던 지난해(2020년) 국내 자영업자들이 받은 신규 대출이 전년(2019년) 대비 2배 수준인 총 120조 원을 기록하는 등 중소 자영업자들에게 'K-방역'의 부담이 과도하게 전가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174석 여당은 아직 기재부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4.7 재보선 참패 후 손실보상법을 밀어붙였어야 했다는 자성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4월 통과' 역시 힘없이 무산됐다. 이후 민주당은 곧장 '5월 통과'를 공언했지만, 5월도 거의 다 갔다.
이날 입법 청문회를 앞두고 여야 7당은 국회에서 손실보상법 제정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입법청문회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보듯 모처럼 여야가 모두 힘을 모았지만, 정작 손실보상법 통과는 아직 요원한 이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 이름을 올린 의원 118명 명단이다.
강선우·고영인·기동민·김경만·김남국·김원이·김정호·김주영·김철민·김회재·민병덕·민형배·박 정·박주민·서삼석·서영석·소병훈·안민석·양기대·양이원영·오기형··오영환·위성곤·유정주·윤미향·윤영덕·이개호·이광재·이동주·이병훈·이소영·이수진·이용빈·이원택·이탄희·임호선·정일영·정필모·조오섭·진성준·천준호·최기상·최종윤·허 영·허종식·홍기원·홍정민(이상 더불어민주당)
강대식·강민국·구자근·권명호·권성동·김 웅·김미애·김선교·김성원·김승수·김영식·김예지·김용판·김은혜·김정재·김태흠·김형동·김희곤·박대수·박대출·박성민··박형수·배준영·배현진·백종헌·서범수·서정숙·송석준·신원식·양금희·엄태영·유상범·유의동·윤재옥·윤주경·이 용·이달곤·이만희·이 영·이종성·이주환·이채익·장제원·전주혜·정경희·정동만·정진석·정희용·조명희··지성호·최승재·최춘식·최형두·태영호·하영제·한무경·허은아·황보승희(이상 국민의힘)
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이상 정의당)
강민정·김의겸(이상 열린민주당)
권은희·최연숙(이상 국민의당)
조정훈(시대전환)
용혜인(기본소득당)
송언석(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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