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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약' 추락, KBO 외국인 감독들의 반격은 언제쯤?

KIA 윌리엄스, 한화 수베로, 롯데 서튼... 외인 감독 삼국지

등록|2021.05.26 14:03 수정|2021.05.26 14:03

▲ 지난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팀당 40~42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현재 2021 KBO리그 판도는 '7중 3약'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느 한 팀이 뚜렷하게 치고 나가지 못하고 지난주에는 1위팀이 무려 다섯 차례나 바뀌는 대혼전 양상을 띠었다. 1위부터 7위까지의 승차가 불과 2.5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든 연승과 연패 한 번으로 상위권과 중하위권의 위치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순위경쟁에서 한 발 뒤처져 있는 팀들이 한화 이글스-KIA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다. 현재 7위 NC 다이노스(21승 20패)와 8위 한화(17승 24패)의 승차는 4게임으로 현재 10개 구단 팀간 격차 중 가장 크게 벌어져 있다. 한화와 9위 KIA(16승 24패)-최하위 롯데(15승 25패)까지 세 팀은 다시 1.5게임차이로 박빙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5할 승률을 기준으로 중상위권과 하위권의 경계가 확실하게 나누어진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올시즌 3약은 하필이면 모두 외국인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KBO리그 2년차를 맞이한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을 비롯하여 올해 한국무대에 첫 도전장을 던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최초의 KBO리그 선수출신 외국인 감독이라는 기록을 세운 래리 서튼 롯데 감독까지 프로야구 초유의 '외인 감독 삼국지'가 펼쳐지며 야구팬들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외국인 감독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KBO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은 총 5명뿐인데 이중 4명이 최근 5년 사이에 등장했다. 2009년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을 시작으로, 2017년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 2020년 윌리엄스 감독, 2021년 수베로-서튼 감독이 잇달아 한국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같은 시기에 리그 내 두 명 이상의 외국인 감독이 공존한 것은 올시즌이 사상 처음이다.
 

▲ 지난달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한화 수베로 감독이 7회 초 더그아웃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아직 표본은 많지 않았지만 프로야구 외국인 감독들은 국내 팬들에 대체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로이스터 감독은 부임 당시 당시 하위권에서 맴돌던 팀을 3년 연속(2007-2009)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며 '노피어(No fear)' 신드롬을 일으켰다. 힐만 감독은 2년차인 2018년 SK 와이번스를 정상으로 이끌며 한국 무대에서 우승한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 됐다.

두 감독은 선이 굵은 메이저리그식 빅볼과 선발야구를 정착시켰고, 권위적인 한국야구 문화와는 또다른 수평적인 리더십과 부드러운 소통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재임기간 소속팀을 100%(5/5) 가을야구로 이끌며,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도 외국인 감독들의 리더십이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KBO리그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와 감독을 통틀어 가장 거물급이다. 선수 시절 다섯 번의 올스타와 골든글러브와 실버슬러거 수상 경력도 있는 메이저리그의 레전드였고, 지도자로서도 2014년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한국무대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20년에는 6위(73승71패)에 그치며 KBO리그 최초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외국인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받아들었다.  그래도 한국야구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선수들과 소통하는 덕장의 리더십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윌리엄스호 2년차에 접어들며 KIA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타선, 마운드, 수비 등 무엇 하나 뚜렷한 강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팀 득점(169점)과 홈런(15개)이 모두 리그 꼴찌고, 평균자책점 9위(5.44)-최다실점은 2위(234점)다. KIA는 4월 개막 후 한 달 동안 12승11패로 공동 4위에 오르며 선전했으나 5월 들어 17경기에서 단 4승밖에 추가하지 못하고 무려 13패를 당하며 이제 4할 승률 붕괴와 꼴찌 추락의 위기에 몰려있다.

윌리엄스 감독에게는 운도 따르지 않고 있다. 부임 첫해 지휘봉을 잡자마자 내야수 안치홍이 FA자격을 얻어 롯데로 떠났고, 올해는 부동의 에이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할 베테랑 최형우와 나지완은 부상과 부진이 겹쳐 전력에서 이탈해있다. KIA는 최근 8경기에서 6연패 포함 1승 7패에 그치며 추락세가 심각하다. 8위를 기록했던 2013시즌 이후 8년 만에 가장 나쁜 페이스다.

반면 수베로와 서튼 감독에게는 팀의 '리빌딩'이라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한화는 지난 시즌 역대급 최하위에 그쳤고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은퇴하거나 방출시키며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시도해 올시즌 전력이 하위권을 맴돌 것임이 일찌감치 예상됐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한화의 순위와 경기력은 오히려 나쁘지 않은 편이다.

수베로 감독은 미국에서 마이너리그 지도자로 오랫동안 활약하며 '육성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에서도 외부 FA 영입 대신 젊은 유망주 중심의 라인업을 구성했고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고정 주전 없이 폭넓은 플래툰시스템을 가동하며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인 그림에 맞춰 팀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겠다는 방향성을 지키고 있다. 젊은 팀답게 경기력의 기복은 있지만 지난 시즌처럼 무기력한 연패는 많이 줄었고, 가끔씩 강팀들을 압도하기도 하는 '언더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슬럼프에서 탈출한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의 부활과 노시환의 빠른 성장세는 한화 팬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 지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5-4로 승리한 롯데 새 사령탑 래리 서튼 감독이 박수를 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튼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허문회 감독의 뒤를 이어 롯데의 지휘봉을 잡았다. 로이스터에 이어 12년 만에 등장한 구단 역사상 두번째 외국인 감독이며, KBO리그에서 선수생활을 보낸 외국인 감독이자 시즌 도중에 부임한 것은 모두 서튼이 최초다. 서튼 감독은 지난시즌에도 롯데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일이 있으나 허문회 감독에게 밀렸고 최근까지 롯데의 2군 감독을 맡아왔다. 기존의 외국인 감독들과 달리 이미 한국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서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전임 감독에게 외면받는 포수 지시완의 약진 등 내부 경쟁이 살아나는 변화도 있었다. 하지만 서튼 감독 부임 이후 팀성적은 3승 7패에 그치며 아직은 감독교체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롯데의 경우 장기적으로 '프런트야구'의 색채가 강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의 순위만으로 세 외국인 감독의 역량과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 어떤 감독은 연이은 악재로 자신의 야구 색깔을 구현하는데 애를 먹고 있고, 어떤 감독은 당장의 성적보다 팀의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점진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감독은 성적으로 평가받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올시즌이 끝난 이후 세 외국인 감독들이 남긴 성과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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