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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투성이...'동아일보' 사장 딸의 수상한 프리패스

[하성태의 사이드뷰] < PD 수첩 >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등록|2021.05.27 11:02 수정|2021.05.27 11:02

▲ 2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편 ⓒ MBC


"우리 검찰의 생리는 무조건 기소할 것 같다는 게 특수 수사의 현실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위험과 폭주를 많은 국민들이 보았으니까, 이것이 결국은 검찰 개혁으로 이끄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10월 방송된 MBC < PD 수첩 > '장관과 표창장'편이 전한 당시 울산지검 임은정 부장검사의 바람이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바람이 실현됐는지는 의문이다.

"이 표창장 한 장에 장관과 검찰의 운명이 달려 있습니다"라던 당시 < PD 수첩 >은 표창장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동양대 관계자 등의 증언을 듣는 한편 정치권과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수상한 만남, 검찰의 석연찮은 수사 및 기소 정황, 검찰발 기사를 쏟아낸 언론의 행태 등에 대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조국 장관 가족을 향한 검찰의 수사 과정은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특수부 검사들이 대규모로 동원될 정도로 권력형 비리인지, 먼지털듯이 수사한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혐의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언론이 검증없이 기사를 쏟아내는 관행도 반복됐습니다.

표창장을 포함해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의혹들은 여전히 수사 중입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죄가 있다면 그 만큼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통제 받지 않은 검찰권력, 세대와 계층 간의 불평등 문제, 우리사회가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질문 등이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개혁이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습니다." (진행자 한학수 PD)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심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 PD 수첩 >의 질문은 지금껏 유효해 보인다. 반면 검찰의 기소 전부터 고위 공직자 가족의 입시부정 의혹에 대한 '사회적 단죄'를 끝내 버린 이들이 상당수였다. 당시 소위 명문대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일부 청년들은 '조국 퇴진'과 '공정'을 부르짖으며 촛불을 들었다.

그럼에도 < PD 수첩 >은 이후 '검찰 기자단', '검찰 특수수사' 2부작 등을 통해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던 장관 후보자와 일가족을 대상으로 전무후무한 강제수사를 벌일 정도로 기세등등한 검찰 권력을 꾸준히 해부해왔다. 25일 방송된 < PD 수첩 >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과 그의 딸이 연루된 갖가지 부정과 비리의 의혹 끝에 여전히 검찰 권력이 버티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었다. 짐작했다시피, 명목상 같은 '입시 부정'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결론은 사뭇 달랐다.

공정, 그리고 허탈감
 

▲ 2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편 ⓒ MBC


"그런 (고위 권력층) 사람들은 참 쉽게 사네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 잘 조사하고 잘 밝혀내서 잘못했던 사람들은 벌을 받게 하고, 그런 일이 벌이지 못하게 그렇게 바뀌어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 2014년 8월 하나고 편입학 최종 불합격자 박지현씨(가명)

누군가가 붙으면 누군가가 떨어져야 한다. 입시가 공정하게 치러지고 그 과정이 냉정하게 관리돼야 할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자신이 과거 하나고 입시에서 동아일보 사장 딸로 인해 불합격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고 그 의혹이 국회 국정감사에서까지 논란이 됐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는 박씨. 그는 꽤 충격을 받은 듯 보였고, 관련자들의 처벌을 강조하면서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고 입시 비리 사건은 동아미디어그룹의 대표이자 고려대 병원을 운영하는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인 김재호 사장 딸 김아무개씨가 연루된 것은 물론 학교 입시팀장부터 학원 이사장, 그리고 검찰까지 고위 권력층이 고루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안이었다.

이 사건에 앞서, 방송은 먼저 현재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 중인 김씨의 수상한 채용 과정을 소개했다. '사장 딸'인 김씨는 지난 2020년 7월 동아일보의 채용 연계형 인턴 공개모집에 응시, 8주 간의 인턴 기간에 이은 최종 면접을 거쳐 합격했다. 그 과정에서 김씨가 '사장 딸'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레 알려졌다.

업계 및 언론사 입시 준비생 사이에서 채용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문이 제기됐고, 김씨의 한 인턴 동기생 A씨는 현직 기자와 기자 지망생들이 상주하는 공개 채팅방에 최종 면접 과정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글을 올렸다.

A씨가 김 사장이 딸의 면접을 봤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 3월 동아일보는 그를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한 뒤 '김 사장이 김씨의 최종면접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국내 최대 일간지 중 하나인 동아일보의 사주가 인턴기자 최종면접에 참여하면서 딸의 면접에만 들어가지 않았다는 주장을 믿어야 할까.

믿는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현직 기자 및 기자 지망생들은 < PD 수첩 >에 김 사장이 딸의 면접만 불참했다고 해도 이미 '불공정'한 룰이었다고 지적했다. 함께 인턴기자들의 면접을 본 편집국장 등 면접관들이 김씨가 사장 딸이란 사실을 몰랐을 리 없고, 몰랐다 해도 김 사장의 불참이 무언의 제스처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으리란 관측이었다.

"이미 한 자리는 내정돼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뭐가 달라질 수 있었겠는가. 결국은 더 좁아진 문턱에서 더 치열한 경쟁이었던 건데 그런 걸 미리 알지도 못했던 거고. 아무리 노력하고 해도 이런 부분 앞에서는 가로 막히는 거구나 허탈감이 있죠." (김씨의 인턴 동기)

동아일보 사장 딸이 사용한 특권의 프리패스
 

▲ 2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편 ⓒ MBC


"입시부터 채용까지 생애 전 과정에 있어서 특권의 프리패스."

< PD 수첩 >이 비유한 김씨의 생애다. 기자 채용 과정만 의심스러운 게 아니란 얘기였다. 앞서 언급한 하나고 부정 입학 의혹의 수상한 정황은 한 둘이 아니었다. 전국의 '전교 1등'들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당시 편입학 입시에서 최종 면접자 3명 중 1명이 김씨였다. 김씨는 앞서 정규 입시에서 탈락을 맛본 상태였고, 하나고 편입학 입시는 정규 입시보다 훨씬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그런 김씨에게 당시 하나고 선생님들로 구성된 2명의 평가위원들은 비상식적인 채점을 통해 점수를 높게 줬다. 점수 변환 과정에서 김씨의 점수가 1점 더 높게 나온 것이다. 소수점으로 당락이 갈리는 하나고 입시에서 1점은 엄청난 것이었다.

내신 점수도 미스터리였다. 김씨보다 내신 평가가 월등한 학생이 B를, 내신 성적이 비교적 좋지 않았다던 김씨가 A를 받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평가위원들의 서명 위조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국회 교육위원회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면접을 본 동일한 채점위원의 채점표에서 다른 필적의 서명이 발견됐다. 위조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물적 증거까지 나온 셈이다.

앞서 2015년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 편입학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2016년 검찰은 점수를 잘못 입력했지만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15년 8월 서울시의회는 하나고 특혜 의혹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며 조사에 나섰지만 하나고는 완강히 버텼다. 교육계의 반발은 계속됐다. 내부 고발 교사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의 불기소가 하나고의 방패막이 되어줬다.

이 모든 과정의 배후에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과 하나고 김승유 전 이사장과의 특별한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김 사장은 2012년 5월 고려중앙학원재단 이사장에 취임했고, 같은 시기 김승유 전 이사장은 고려중앙학원재단 이사로 임용됐다.

김승유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하나고를 설립한 하나금융그룹의 회장이기도 했던 그의 이사장 재임 기간 김씨의 하나고 비리의혹이 일어났다. 김 전 이사장에 이어 김각영 이사장이 취임했다. 검찰이 불기소를 했던 2016년 취임한 김 이사장은 역시 고려대 법대를 졸업, 1975년 검사로 임관한 후 제32대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검찰 동우회 회장을 역임 중인 김각영 현 이사장은 과연 검찰의 수상한 불기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지난 2019년 10월, 전국교직원노조는 서울중앙지검에 김재호 사장과 김승유 전 이사장을 고발했지만 1년 넘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20년 10월, 윤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차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첩됐고, 지금까지 1년 넘도록 수사 진행 상황은 감감 무소식이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 PD 수첩 >은 "현재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부지검 형사 5부, 그런데 결재 라인에 익숙한 이름이 있다"며 "바로 2016년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김도균 검사가 현재 서부지검에 차장 검사"라고 꼬집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검찰의 의지 부족"을 지적했다. 하나고 편입학 비리 의혹의 공소시효는 오는 8월까지다.

권력형 카르텔의 한 축, 검찰
 

▲ 2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편 ⓒ MBC


"입시비리나 부정 이런 것들은 고위권력과 관련되어 있는 분들의 부정행위나 이런 부분들과 관련돼서는 실질적으로 권력층과 연관되어 있는 영향력 내에서의 수사에서의 어떤 외압이랄까, 이런 것들이 상당히 있을 수가 있거든요." (박경준 변호사)

"특히 사학재단의 이사장은 어떤 겁니까? 족벌이 (운영) 하는 거잖아요. 왜냐하면 학교를 소유할 수 없는데 어디를 통해서 소유합니까? 학교 재단을 통해서 소유를 해요. 그 재단은 누구의 사람들로 구성되느냐, 이사장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거죠.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과 (김재호씨는) 고려중앙학원의 이사장과 이사로 (서로를) 알고 있고 고려대 인맥으로 묶여 있죠. 검찰수사가 필요한 합리적 의심이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입시 부정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닐 것이다. 족벌언론 및 권력층의 학원 소유를 통한 비리와 전횡 역시 해묵은, 그러나 뿌리 뽑아야 할 폐단이요, 적폐일 것이다. 문제는 이를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검찰의 수상한 봐주기다.

교육계는 물론 법조계 모두 석연치 않은 의심을 표한다. 필적이 위조된 평가표란 명확한 증거까지 나왔다. 그런 마당에 5년 전 불기소에 이어 또 다시 1년 넘게 수사를 뭉개고 있는 검찰의 행태. 누가 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선택적 불기소', '그들만의 커넥션'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문제는 또 있다. 언론의 선택적 보도와 그에 따른 대중의 선택적 분노 말이다. 동종업계 신문 사주와 딸이 연루된 의혹이기 때문일까. 일부 독립 언론이나 미디어 매체, 진보 매체 등을 제외하고 김씨 관련 의혹은 '수박 겉핥기'식 보도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기생충>을 들먹이며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들쑤셨던 2년 전 언론의 보도행태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래서일까. 2년 전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 당시는 물론이요 작금의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공정' 이슈와 관련해 동아일보 사주와 김씨가 연루된 의혹에 대해선 별다른 '분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

특권과 특혜가 의심스러운 정황까지 제기된 김씨에 대해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일부 청년층이나 적어도 동아일보로부터 고소를 당한 A씨와 같은 입장인 취준생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날 사건 아닌가. 그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던 언론들은 왜 침묵하나. 불기소에 이어 뭉개기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이 기소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서인가.

그게 아니라면, 다른 족벌언론의 경우처럼 김재호 사장의 딸인 김씨의 고속 승진 코스가 이미 확정돼 있다는 권력층 비리를 향한 체념의 발로인 걸까. 끝으로 < PD 수첩 >은 이런 의문을 던졌다. 이와 함께 과연 어떤 쪽이 진짜 특혜이고 특권인지, 권력형 카르텔의 한 축인 검찰이 누구를 끌어주고 누구를 도왔을지, 또 그 반대편에 선 이들에게 어떤 칼을 휘두르는지도 되짚어 볼 때다.

"동아일보 사주와 그 딸이 얽힌 사건을 저희가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공정의 가치가 훼손된 흔한 사건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거대언론, 사학재단, 그리고 검찰이란 우리나라 권력들이 카르텔처럼 얽혀 있습니다. 이들이 서로를 끌어주고 도와주면서 공생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입시와 입사에서 반칙이나 특권층의 특혜가 당연하지 않은 그런 세상이 상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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