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 LH, 4억8천만원 '내부직원 꽃잔치'
[단독] 사장과 노조 명의로 꽃바구니 8000개 돌려... LH "화훼농가 돕기 차원"
▲ LH는 최근 4억8000만 원을 들여 꽃바구니를 구입해 직원들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선물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내부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아래 LH)가 최근 사장과 노조 명의로 꽃바구니 8000개를 구입해 직원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꽃바구니 구입에만 들어간 비용은 무려 약 4억8000만 원(배송비 포함)에 이른다.
작년에도 약 5억 원어치 꽃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2년 동안 꽃 구입비용으로 10억 원 정도를 지출한 것이다.
꽃바구니 리본에 적힌 'LH 사장'과 '노조위원장'
<오마이뉴스>는 최근 사진 두 장을 입수했다. 서울 양재동의 한 꽃집에서 만든 화려한 꽃바구니 사진이다. 이 꽃바구니에 달린 리본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김현준'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노동조합 이광조·장창우'라고 적혀 있었다. 김현준 LH 사장과 이광조·장창우 공동위원장이 보내는 꽃바구니라는 뜻이다.
김현준 사장은 국세청 조사통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장을 지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변창흠 전임 사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4월). 내부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에게는 조직쇄신과 임직원 기강 확립 등의 임무가 주어졌다.
이광조·장창우 공동위원장은 작년 11월에 치러진 LH노조 공동위원장(임기 3년) 선거에서 54.3%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3개 노조체제였던 LH노조는 2019년 3월 통합노조를 출범시킨 바 있다. LH노조는 현재 한국노총 공공노련(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에 소속돼 있다.
또한 꽃바구니에는 인수증과 함께 '225 박◯◯', '284 신◯◯'이라고 적힌 메모가 달려 있다. 꽃바구니를 받을 사람의 이름과 꽃바구니의 배송순번으로 추정된다. 이 꽃집에서만 최소 200개 이상의 꽃바구니가 제작됐음을 짐작케 한다.
꽃바구니 수량과 금액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지난 25일 이 꽃바구니를 제작한 A꽃집(서울 양재동 소재) 대표와 통화했다.
- 최근 LH로부터 꽃바구니 주문받은 적이 있나?
"그렇다."
- 주문받은 수량은 얼마나 되나?
"(이렇게 많은 수량은) 처음하는 거여서... 회사(LH)에서 하는 거라 제가 (수량을) 왈가왈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 몇 백 개 정도?
"몇 백 개 정도 된다."
- 전체 주문받은 수량은 얼마나 되나?
"일부분만 담당하고 있어 (전체는) 모른다."
- LH에서 주문받은 수량을 여러 꽃집에서 나눠서 제작했다고 들었다.
"수량에 맞추어서 기한 안에 해야 하니까... 수량은 제가 담당한 부분밖에 모른다."
- 꽃바구니 한개당 5만 원 하나?
"그 정도 한다."
- 꽃바구니 리본에 노조위원장의 이름도 적혀 있던데.
"우리야 하라는 대로 하는 거니까 그거까지는 잘 모르겠다."
- 사징과 노조가 직원들에게 보낸 걸로 보면 되나?
"그렇다."
양재동 꽃상가 상인 "자숙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 LH는 최근 4억8000만 원을 들여 꽃바구니를 구입해 직원들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선물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서울 양재동 꽃상가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 21일 기자와 만나 "정확한 수량은 모르겠는데 (상가에서는) 1000개 이상, 2000개 이상 나갔다는 말이 있다"라며 "꽃바구니 1개당 5만 원이어서 1000개만 해도 5천만 원이고, 2000개면 1억 원이다"라고 말했다.
B씨는 "납품 날짜를 맟추기 위해서는 꽃집 한 곳에서 그 많은 물량을 만들 수 없다"라며 "LH에서 주문받은 곳이 다른 꽃집들에 하청을 줘서 꽃바구니를 제작한 뒤 납품한 것으로 들었다"라고 전했다. B씨는 "꽃집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물량이 1000개 미만"이라며 "우리 (양재동) 시장에서는 1만5000개 정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B씨는 "내가 꽃 시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는데 이렇게 대량으로 주문받은 적은 없었다"라며 "개인기업에서 신입사원들 입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100개, 200개 주문한 경우는 있었지만, 공기업에서 이렇게 주문한 것은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계시면 부모님에게, 안계시면 처갓집에 전달하고, 장인·장모님이 안계시면 형님이나 누님 등에게 보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B씨는 LH의 행태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내부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와중에 수억 원을 들여 꽃바구니를 구입해 직원들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물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그는 "꽃을 제작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직원들 투기 의혹 때문에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시국에 이렇게 공금으로 꽃을 대량으로 구입한 것은 상식 이하"라며 "자숙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고, 해체 얘기까지 나오는데 LH가 역주행하는 거다"라고 꼬집었다.
LH측 "화훼농가 돕기 차원... 작년에도 5억 원어치 구입"
▲ 지난 7일 출범한 LH 혁신위원회(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현준 현 사장). ⓒ LH 홈페이지
LH측은 대량으로 꽃바구니를 구입해 직원들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물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차원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LH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꽃바구니를 구입한 것은 맞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화훼농가가 어렵고, 농림부(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에서 화훼 소비를 촉진하고 있어서 화훼농가 돕기 캠페인 차원에서 구입한 걸로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3월에 (직원들의) 투기사태가 생겨서 경영진과 노조가 (내부)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담아 (꽃바구니 받을 사람을) 신청받아서 전달했다"라며 "가정의 날과 스승의 날이 있어서 부모님이나 은사님 등에게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신청하면 원하는 곳으로 배송해주었다"라며 "(내부)변화와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자는 의지를 담아 시행했고, 이것을 화훼 소비 촉진과 접목해서 추진했다"라고 강조했다.
구입 물량 및 비용과 관련, 이 관계자는 "구매건은 8000건 정도 된다"라며 "배송비까지 포함해 4억8000만 원 정도 지출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꽃바구니 명의는 노조와 같이했지만 비용은 사측에서 다 부담했다"라고 전했다. LH 임직원의 수는 작년 말 기준 9566명(무기계약직 포함)에 이른다.
특히 이 관계자는 "작년에도 5억 원의 꽃 구매 실적이 있다"라며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구매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에 구입한 꽃은 내방하는 민원들이나 (LH에서 분양한 주택의) 입주민들에게 전달했다'라며 "일부는 사무실 내부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내부에 비치하기도 했고, 임직원들 헌혈 이벤트를 해서 선물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내부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와중에 수억 원을 들여 꽃바구니를 구입한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희가 가만히 있다가 한 것도 아니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 것이고, '화훼농가를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한 것이니 좋게 봐달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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