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온다... 한화-롯데가 보여준 대반전
[2021 KBO리그] 중상위권팀들 상대로 기적적 대역전승... 상승세 계속 될까
▲ 지난 5월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KBO리그 한화와 LG의 더블헤더 1차전. 한화 노시환이 1회초 2사 3루에서 1타점 적시 2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6일 프로야구에서는 이색적인 장면이 나왔다. 올시즌 프로야구 최하위권을 다투고 있는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같은날 원정에서 중상위권팀들을 상대로 나란히 기적적인 대역전승을 연출한 것이다.
9위 한화는 6일 경남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 NC와 난타전 끝에 13-10으로 승리했다. 한화는 6회까지 1-9, 무려 8점차로 끌려갔으나 7회에만 노시환의 만루홈런 등으로 대거 8점을 뽑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를 탄 한화는 8회 1점, 9회 3점을 더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최하위 롯데는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까지 2-7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롯데는 9회초 마지막 이닝에서 무사 1, 2루 찬스를 만들어내며 전준우, 정훈의 적시타와 강로한의 시즌 2호 홈런으로 단숨에 5득점을 뽑아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롯데는 연장으로 접어든 10회초 추재현의 2루타에 이어 전준우, 정훈의 연속 안타로 결승점을 뽑는데 성공했다. 롯데는 19승 31패(승률 .380)으로 순위는 여전히 최하위지만 6월 들어 키움과 kt에 2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4승 2패로 꼴찌 탈출에 대한 희망을 살릴 수 있게 됐다.
한화와 롯데의 공통점
한화와 롯데 두 팀은 묘하게 닮은 부분이 많다. 올시즌 나란히 감독교체를 단행했다는 점, 현재 외국인 감독(카를로스 수베로-래리 서튼)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점, 오랜 역사와 전통이 무색하게 최근 몇 년간 심각한 부침을 겪으며 성적이 부진하다는 것도 비슷하다.
더 넓게보면 두 팀은 마지막 우승이 20세기이고 2000년대 프로야구 꼴찌 구도를 양분해왔다는 흑역사도 공유하고 있다. 21세기 이후 한화가 꼴찌 6회, 롯데가 5회로 1,2위를 달리고 있으며 야구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슬픈 비밀번호(롯데는 '8888577'(2001-07시즌 팀순위), 한화는 '5886899678'(2008-17시즌 팀순위))'로 통하는 장기간 암흑기로도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1992년 롯데의 마지막 우승 당시 상대가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였고, 1999년 한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에는 롯데가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인연이다.
야구팬들은 양팀이 각각 독수리(한화)-갈매기(롯데)를 구단 마스코트로 쓰고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조류동맹'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올시즌에는 KIA까지 포함하여 '3약'으로 분류되며 일찌감치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험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두 팀이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한화에 있어서 NC와의 주말 시리즈는 '젊은 피'들의 성장세와 위기극복 능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김민우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토종 선발이 부족하던 상황에서 지난 5일 경기에서는 비록 패전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1군 데뷔전을 치른 신예 김기중이 4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치는 성과도 있었다. 지난 1일 KIA전에서 선발로 전환하여 호투한 윤대경에 이어 한화로서는 숙원인 토종선발진의 재구성에 대한 희망을 되살린 것이다.
또한 6일 NC전에서는 팀타율(.239) 최하위에 그치며 침묵하던 타선이 모처럼 폭발했다. 하위타선에 배치된 조한민은 첫 만회점을 올린 솔로포와 동점타를 포함하여 4타수 3안타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인생경기를 펼쳤다. 정은원(3타점 3루타)과 노시환(1안타 2볼넷, 만루홈런)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올시즌 수베로 감독이 부임한 이후 그동안 뼈를 깎는 시행착오를 감수하며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던 이유를 증명한 장면들이다.
롯데도 감독교체 이후 한때 6연패를 당하는 등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 팀 전력이 조금씩 안정궤도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지난 4일에는 선발 박세웅이 kt를 상대로 토종 선발투수 시즌 첫 완봉승을 올리는 역투를 펼친데 힘입어 15-0의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6일에는 9회에만 5점차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그동안 뒷심이 유난히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서튼호의 이미지를 반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서튼호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추재현은 kt전에서는 무려 4안타를 때려내며 승리의 주역이 됐고, 다소 부진하던 마무리 김원중은 7-7 동점에서 올라와 10회까지 2이닝 역투를 불사하며 팀의 승리를 지키고 개인 첫승까지 올렸다. 롯데가 지난해 10월 15일 수원 kt전 이후 이어오던 일요경기 연패 징크스를 9연패 만에 드라마틱하게 끊어냈다는 것도 의미있는 장면이다.
한화와 롯데에는 충분한 시간과 저력이 있다
올시즌 프로야구는 7중 3약 구도로 불리우며 역대급 전력평준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1위부터 7위까지의 승차가 4.5게임에 불과하다. 현재 팀간 승차가 가장 크게 벌어져있는 것이 7위 키움과 8위 KIA의 3.5게임차다. 8위부터 10위까지 3팀간은 다시 2게임차이로 언제든 순위가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을 박빙의 구도다. 언제든 연승과 연패 한번으로 상하위권의 판도가 요동칠 수 있는 흐름이다.
한화와 롯데에는 아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저력이 있다. 오랫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성적에 익숙해진 팬들도 이제는 당장의 승패를 떠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야구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이번주 두산-KIA를 잇달아 불러들여 홈 6연전을 치르고, 한화는 키움(홈)-kt(원정)를 잇달아 상대한다.
15일부터는 꼴찌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한화와 롯데간의 대전 4연전 맞대결이 예정되어있다. 지난주를 기분좋은 역전승으로 마무리하며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은 조류동맹의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