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눈대중'을 경계함

선풍기 고정 링 새로 사려다 얻은 교훈

등록|2021.06.08 10:06 수정|2021.06.08 10:06
6월에 들어서자 금세 여름 날씨를 보인다. 한낮에는 땡볕이 내리쬐어 모자를 쓰지 않고는 바깥에서 일하기 힘들 정도다. 오래된 선풍기를 꺼내 날개를 닦으려다 덮개를 연결하는 고정 링이 부러지고 말았다. 플라스틱 재질인데 너무 낡아선지 살짝 건드렸는데도 뚝 부러졌다.

순간접착제로 부러진 부위를 연결해 보려 몇 차례 시도해 보다가 포기하였다. 겨우 붙여놔도 덮개를 씌울 때면 부러진 부위가 곧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고장난 선풍기 고정 링을 들고 시내로 나갔다.

중고 가전제품 고치는 가게에 들러 "이 크기에 맞는 거를 하나 주세요"라고 했다. 주인아주머니는 "그거(고정 링)로 맞춰봐서는 몰라요. 선풍기 덮개를 가져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굳이 덮개 없어도 이 고정 링 크기에 맞으면 됩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1cm만 차이 나도 잘 안 맞아요. (고정) 링이 대강 맞는다고 가져가신 분들은 대부분 다시 돌아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덥지 않아 하는 내게 여러 개의 선풍기 고정 링 뭉치를 꺼내주며 맞는 걸 직접 찾아보란다.
  

선풍기 고정링과 덮개겨우 구입한 선풍기 고정링과 덮개 ⓒ 정병진


비슷한 규격의 링을 찾았다. 내가 가져간 고장난 링과 크기를 맞춰 보니 거의 치수가 같아 보였다. 그걸 사서 집에 돌아와 선풍기를 끼우려 하였더니 아주 살짝 작아서 끼워지지 않았다. 약이 올라서 집게로 선풍기 덮개를 약간 구부려 끼워 보려 하였으나 그마저도 되지 않았다.

성가셨지만 선풍기 덮개 하나를 들고 다시 그 가게에 갔다. 이번엔 주인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계셨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더니 "대강 눈대중으로 맞겠지 하고 고정  링을 사 간 사람은 100% 다시 돌아온다"며 "정확히 맞는지 덮개와 일일이 맞춰봐야 맞는 링을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잠시 이것저것 맞춰 보시더니 약 5분 만에 겨우 맞는 걸 찾아내셨다.
 

수리 마친 선풍기고정링 사다가 덮개를 연결한 선풍기 ⓒ 정병진


가전제품 수리 전문가인 주인아저씨조차 거의 치수가 비슷한 걸 끼우다 아주 살짝 작거나 커서 몇 차례 다시 시도하였다. 하물며 나같이 기술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야 오죽하랴. 이번 일로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눈대중으로 대충 하다가는 일이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한 아주머니 말을 너무 가볍게 듣다가 괜한 수고를 하였다. 선풍기 뚜껑 연결조차 이토록 '정확성'을 요구하는데 '눈대중'으로 하다가 헛수고를 하는 게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을까.

그러면서도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선풍기 회사들은 왜 선풍기의 크기를 모두 제각각으로 만들어 이런 수고를 끼칠까, 라는 거였다. 표준 규격을 만들어 놓았다면 부품 찾기도 쉽고 고장난 선풍기 고치는 일이 훨씬 간편하였을 텐데 말이다.

뚜껑 연결 고정 링은 내가 잘 찾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넷 쇼핑몰 같은 데서는 아예 팔지도 않았다. 그만큼 꼭 맞는 링을 찾기도 힘들거니와, 설령 맞는 제품이 있다고 해도 값이 너무 싸기에 수익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선풍기 덮개를 보다 간편하게 연결하는 제품이 새로 나오면 좋겠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