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성소수자의 사랑과 고민, '옥에 티'가 아쉽다
[미리보는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관련 이미지. ⓒ 레인보우팩토리
정체성 문제, 특히나 성 정체성은 대한민국 사회에선 분명 뜨겁게 달아오를 주제 중 하나다. 여러 소수자 운동이 이어졌고, 사회적 갈등 또한 존재했다. 그렇기에 현실의 일부 반영인 퀴어 영화도 제법 논란의 소지를 품거나, 억압받고 괴로워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곤 했다.
김조광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은 그런 면에서 자유롭다. 동시에 과감하다. 성소수자 외부에서 카메라를 들이댄 게 아니라 그대로 성소수자들의 일상에 들어가 그들 틈에서 사랑과 청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을 준비하는 하늘(이홍내)은 남자친구와 결별 이후 BJ인 봉식(정휘)과 함께 산다. 수 없는 결별을 겪고도 다시 만나곤 했던 사연을 알기에 봉식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봉식에겐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데 영화는 이처럼 오랜 커플과 이제 막 사랑의 입구로 들어가려는 캐릭터를 교차시키며 지금의 청춘이 직면한 가장 큰 고민, 그리고 사랑 문제를 드러낸다.
▲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관련 이미지. ⓒ 레인보우팩토리
▲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의 한 장면. ⓒ 레인보우팩토리
흔히 우리가 상상하던 퀴어 영화는 정체성 문제로 괴로워하다 모종의 결심을 하는 인물이 대부분 주인공이었다. 그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도 무겁고 진지한 경향이 강했다.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도 일부 그런 모습이 묘사되지만 오히려 이성애자들이 보내는 일상과 다름 없이 지내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성이라는 걸 한 번 더 상기시킨다.
동성애라는 코드만 제외하면 영화는 영락없는 청춘 영화다. 삶의 목표를 잃은 채 현재를 즐기는 봉식, 연인과 갈등에 괴로워하다가 취업마저 녹록하지 않음을 깨닫고 좌절하는 하늘은 1990년대 생의 일부 상징이기도 하다. 집세를 낼 돈이 없어 옥탑방에서 지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화 제목을 직관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7일 언론시사회에서 김조광수 감독이 "우선 청춘 영화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듯 <메이드 인 루프탑>은 보편성에도 신경을 쓴 흔적을 군데군데 선보인다.
물론 영화적 정서가 현실에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고 다소 들뜬 채 이야기가 진행된다거나 음악 사용의 과잉 등은 옥의 티처럼 보인다. 퀴어 영화가 너무 발랄해서 어색한 걸까. 이 지점에선 관객의 성향과 취향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한줄평: 다양한 삶의 모습에서 포착한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진실
평점: ★★★☆(3.5/5)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관련 정보 |
감독: 김조광수 각본: 염문경 출연: 이홍내, 정휘, 곽민규, 강정우, 염문경, 이정은 등 제작: 레인보우 팩토리 배급: ㈜엣나인필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87븐 개봉: 2021년 6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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