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23호까지 낸 '진단주보'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 / 42회] 언론을 통해 독립정신과 항일투혼 그리고 내외정세를 분석하였다
▲ 예관 신규식 선생. ⓒ .
『진단주보』는 1920년 10월 10일 창간호를 내고 1921년 6월 3일 제23호로 폐간될 때까지 거의 단독으로 주간지를 발행하다가 자금난으로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창간사①」은 '본사 동인(同人)'의 명의로, 「창간사②」는 발행인 신규식의 명의로, 「창간사③」은 좌치수첸(佐治徐謙)의 명의다. ③은 중국의 지인이거나 호법정부 요인인 듯하다.
창간사①은 △한국인에게 고함 △중국인에게 고함 △일본인에게 고함 △구미인에게 고함 등의 항목으로 짜여있다. '한국인에게 고함'에는 다음의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한국의 시조 단군(檀君)은 동방의 제왕으로서 헌정(憲政)의 비조(鼻祖)인데 자손들이 불행히도 대업을 승계하지 못하고 몰락의 아픔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근 십 년래에 한국인들은 와신상담하며 월(越)나라가 원수를 잊지 않듯이, 올바른 기개가 울분에 차 있다가 작년 3월부터 독립을 선포하며 한 번 펼쳤으니 이는 더욱 더 분발해야 할 정신이다.
정의와 인도를 위해 분투하고, 평화를 무장(武裝) 속에 포함하고, 공리를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에 호소하면 만산초목이 모두 병사가 되기 충분할 것이다. 옛날 하(夏)나라의 소강(小康)은 일려(一旅)의 병력으로 나라를 중흥시켰고, 고구려의 대무신왕은 조그만 영토에 건국하였으나 많은 사람이 일치단결해서 강대한 힘을 이루어 일마다 성공하지 못한 것이 없었다.
나는 힘 있는 사람들은 종군하고, 재물이 있는 사람은 군비를 보내고, 지혜 있는 사람은 지략을 다하여 각기 할 수 있는 바를 다하기를 바란다. 곤란과 위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갖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기초하여 옳은 것을 탐구하고, 바른길의 도움을 받아들이며 정론을 끝까지 지키면 비록 적이라도 역시 친구가 될 수 있고, 정론을 위배하면 비록 친구라도 적이 될 수 있다. 동인(同人)이 불민하나 동아(東亞)의 같은 문자를 쓰는 우의로 여러 군자의 뒤를 따라 힘써 공리와 인도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를 원한다. 이것이 한국인에 대한 것으로, 정의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모두 함께 돕기를 바라는 것이다.(주석 1)
다음은 「일본인에게 고함」의 중후반이다.
일본 정부를 보자면 열강들에 대해서는 속임수를 주로 하고, 중국과 한국에 대해서는 강도 행위를 한다. 오래된 사상으로 새로운 시대적 추세에 대응하면 실패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하물며 일본의 고대교화(古代敎化)는 중국과 한국에서 나온 것인데 스승에게 칼을 들이미는 것은 도리에 더욱 어긋나는 것이다.
삼도(三島, 일본열도)에도 명철한 인사가 적지 않을진대 어찌 그 근원을 생각하지 않고 근본을 자각하지 않는가. 그러나 언론이나 신문을 보면 간혹 정부에 반대하는 이가 있으나 역시 명확한 표현이 없었다.
오호라 나는 진실로 일본 국민을 위해 애석해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릇 강권 세계는 이미 종말의 날에 이르렀다. 독일을 패하게 한 것은 독일이지 연합국이 아니다. 러시아를 어지럽힌 것은 러시아지 과격당이 아니다.
독일과 러시아는 땅이 넓고 생산물이 많은데도 파산의 위기가 왔는데 소소한 일본이 잘못에서 깨어날 줄을 모르니 그 위험은 더욱이 말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일본에 대한 것으로, 국민들이 스스로 깊이 반성하여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정상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주석 2)
주석
1> 『전집②』, 41쪽.
2> 앞의 책, 42쪽.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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