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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ㆍ동지들에 대한 시문과 서한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 / 45회] 선열들에 대한 추도문과 만장을 지었다

등록|2021.06.16 18:07 수정|2021.06.16 18:07
 

▲ 상하이 망명 당시의 신채호, 신석우, 예관 신규식 선생 ⓒ 독립기념관


신규식은 독립운동의 최일선에게 활동하는 동안 일가친지와 독립운동 선후배ㆍ동지들과 수시로 서한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저서 『아목루』에는 역사인물과 활동중인 애국지사와 중국지인들에 대해 기록을 남겼다. 또 선열들에 대한 추도문과 만장을 지었다. 여기서는 임의로  '향기나는' 몇 편(수)을 골라 소개한다.(제목은 한글로 고쳤음을 밝힌다)

       신채호에게 부치다

 넓디넓은 산하 그물에 걸렸는데
 황백필 흩날리며 마음 못 놓네
 강개한 마음 홀로 주먹 쥐며 천주(天柱,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기둥)를 기대하고
 종횡무진 웅필은 대공지정(大公至正, 공평무사)의 도를 잡았도다
 오늘날의 국토는 단단한 껍데기일 뿐
 창생들은 어디서 사충(沙蟲)이 되어 우는가?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게 잘못된 일일 터
 어찌 전도가 만 겹의 길임을 한탄하리오.

       박은식의 편지에 답하다

 이날 홀로 신강(申江, 상하이 황푸강)가 누각에 섰노라니
 강물도 구름도 아득히 흘러만 가네
 겨레를 떠나 한 마음으로 3년이 지났는데
 고통과 치욕의 한 해가 또 다시 저물었네
 말 탄 이의 굳센 마음 갈수록 장하거니
 거울 속 백발이 무슨 대수리오
 새해의 만사에 기원도 많으련만
 저마다 굳게 다진 맹세만 잊지 말자 하네.

       조소앙에게 주다

 한 조각 맑은 영혼에
 죄과일랑 나와는 무관하다
 하늘 우러러 길게 읊조리며 섰노라니
 밝은 달빛이 고요한 산에 가득하고나.

       홍명희에게 드리다

 재주가 뛰어나단 그 이름 일본에 떨쳤거니
 중원에서 악수하고 깊은 마음 보였어라
 천궁에 분명히 알리니 시조가 계시고
 해상에서 맹세하니 위인이 알아보누나
 한 세상 함께 함이 어이 뜻이 없으랴
 젊은 시절 좋은 벗으로 기약할 만 하리
 산 첩첩 물 겹겹한 이번 길 떠나거든
 그대 몸조심 하시고 깃발 날리시기를.

      노백린에게 부치다

 품은 마음 다 말하지 못했는데
 앞길은 티끌먼지로 어두워지네
 온 중국 땅 지금 복잡하게 돌아가니
 바다 너머에서는 일을 해내리라
 기쁜 마음으로 앞날을 기약했는데
 아쉬울 손, 흰 눈발만 휘날리누나
 비바람 속에 닭 우는 소리 급하니
 누구를 일깨워 호기를 만들려나.

      손병희의 회갑축하

 내 고향의 놀랍고도 걸출한 분
 평지에서 본 신선이로다
 의무는 백성이 곧 나라이며
 인내천은 그 이념이어라
 신력으로 세 번째 되는 해
 회갑을 맞으신 초여드레인데
 감금당하신 일 죄가 아니니
 그 이름 길이 빛내리라.

      안중근 의사 만사

 눈물 뿌리며 모친께 하직하고 나와
 손가락 자르며 대중에게 맹세하셨네
 평소의 뜻 이루지 못함을 통한하시고
 몸 바쳐 적 죽이길 사양치 않으셨도다
 온 세상 사람들 일시에 모두 놀랬으리니
 선생은 참다운 열사이기에 부끄럼 없도다
 평화를 유지함이여
 독립을 회복함이여!
 유언 저버리는 신세를 면치 못하더니
 결국 도적들 국통 차지했도다
 이 강산에 뼈 묻을 곳 물을 데 없으니
 뒤에 죽을 자가 어이 위령할꼬.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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