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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떨고 있나? 어마무시한 부동산 자료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앞두고 무리수 벌인 이유

등록|2021.06.10 18:21 수정|2021.06.10 18:21
 
감사원이 국민의힘 산하기관입니까? 아니면, 감사원을 정치권이 의뢰하면 법에도 없는 일을 해주는 하청기관으로 생각하는 겁니까?(...) 아직도 보궐선거 승리의 달콤함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국민들은 뭔가 찔려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 10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글 중

국민의힘이 하루 만에 태세를 전환했다. 전날(9일) 감사원에 자당 의원들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 의뢰서를 제출했던 국민의힘이 10일 오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받는 것으로 급선회했다. 감사원이 감사원법 제24조(감찰사항)에 따라 국민의힘 의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직후다.
 

▲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왼쪽부터),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 원내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은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 권익위 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의원 12명의 명단을 공개한 다음날 '굳이' 감사원을 찾아 의뢰서를 제출했다. 이는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등 비교섭단체 5개 정당들이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한 것과 대비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일자 당 대표 후보 중 빅3에 해당하는 이준석‧나경원‧주호영 후보는 '감사원 강행' '특위 구성' 등의 의견을, 홍문표‧조경태 후보는 '권익위도 무방'이란 의견을 내놨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국민의힘이 전수 조사를 무척이나 껄끄러워하고 끝끝내 피해가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국민의힘은 왜 불을 보듯 빤한 '내로남불'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애초 감사원으로 향했던 걸까.

무리수의 연원
 
국회 내에서 조사특위를 구성해서 하는 방법이 있고,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감사원은 삼권분립의 원칙 때문에 국회의원을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원리상 맞지 않고요.
-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3월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

LH사태 이후 부동산 투기 관련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대해 판사출신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금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입니다. 그래서 중립성 때문에 할 수가 없고"라며 국회 내 조사특위를 주장한 바 있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9일 감사원으로 달려갔다. 역시나 판사 출신 전주혜 의원 등이 의뢰서를 들고서였다. 주 전 원내대표가 이미 지적한대로 감사원은 삼권분립 상 국회의원 감찰 기능이 없음에도 '감찰 말고 조사'라는 엉뚱한 주장을 내놓거나 입법을 하겠다는 가히 초법적 발상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국민들을 '조삼모사' 고사 속 원숭이로 인식하지 않는 이상 보여주기식 쇼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행태였다.

중립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위선이다. 국회 재산신고 및 관련 각종 수치가 국민의힘이 벌인 무리수의 연원이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0년 말 기준 국회의원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298명 중 톱10에 국민의힘 의원(출당 및 탈당으로 인한 무소속 포함)은 무려 8명이 포함됐다. 여기엔 부동산 부자로 유명하거나 관련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전봉민‧박덕흠‧강기윤 의원 등도 포함됐다.

지난 1월 경실련이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아파트 재산 신고액 기준 상위 30명도 마찬가지다. 21대 총선 당선 기준으로 분류하면, 민주당 9명, 국민의힘 19명, 무소속 2명이다. 무소속 의원조차 향후 복당이 점쳐지는 윤상현‧홍준표 의원이었다. 21대 총선 직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의석 수(180대 103)와 의석 비율(60%대 34.3%)을 감안하면 실제 국민의힘 내 부동산 및 아파트 부자의 비율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또 경실련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부동산 신고재산 분석결과'도 엇비슷했다. 당시 경실련은 "정당별로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1인당 부동산재산이 평균 20.8억(5건)으로 가장 많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인당 평균 9.8억(3.4건), 정의당은 4.2억(2.2건), 국민의당은 8.1억(3.7건), 열린민주당은 11.3억(3.7건)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비중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 숫자가 월등했다. 당시 민주당은 다주택자 24%·무주택자 20%였고, 미래통합당은 다주택자 40%·무주택자 9%였다. 반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총 16명으로,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포함) 9명,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포함) 5명이었다. 경실련은 이들 중 적지 않은 의원들에게서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탈당한 박덕흠 의원이나 '23억 시세 차익' 주호영 의원 등 일부 언론의 집중보도 이후 국민적 공분을 산 의원들을 제외하더라도, 권익위의 조사망에 걸릴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12명 보다 많을까 적을까?

권익위 조사망에 걸린 민주당이 12명... 국민의힘이 궁금하다
 

▲ 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하는 나경원(오른쪽부터), 주호영, 조경태, 이준석, 홍문표 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9일 JTBC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에 대한 경기도 연천 땅 농지법 위반 의혹과 민주당 김한정‧임종성 의원 등에 대한 추가 의혹을 보도했다. 반면 농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포천 땅은 모친 묘지 및 실제 농사로 활용 중'이란 반박을 내놓고 포천시까지 나서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한 우상호 의원 등 탈당 및 출당 요구를 받는 민주당 12명 의원 중 다수가 억울함을 호소 중이다.

민주당이 '선당후사'를 강조하며 전례 없이 단행한 명단 공개 및 출당 요구 이후 개별 의원들의 해명에 무게가 실릴지 경찰 조사와 함께 의혹이 더 짙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의 이번 조치는 부동산 이슈를 타개하고 '내로남불' 이미지를 탈피하고자하는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셜미디어 상에선 12명 명단 발표 직후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벌써 제기되는 중이다.

관건은 하루 만에 항복을 선언하고 권익위 전수 조사 의뢰를 선언한 국민의힘의 행보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준석 후보는 본인이 당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보다 더 엄격하게 부동산 문제를 검증받을 것이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부자정당', '부동산 부자 정당' 이미지가 강하다. 동시에 기울어진 언론지형 탓인지는 몰라도, 보수야당 의원들의 부정부패나 각종 의혹들은 실제보다 덜 이슈화됐던 게 사실이다.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똑같은 잣대로 권익위의 검증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등의 수사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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