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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원 쥐여 주던 오락실 아저씨, 아 생각난다

유튜브 알고리즘 영상 때문에 생각난 그 시절의 추억

등록|2021.06.15 08:38 수정|2021.06.15 09:58

▲ 드라마 응답하라 1988 ⓒ tvn


옛날 90년대 오락실 죽돌이 시절, 돈이 없어서 오락실 기판 앞에 앉아서 손가락만 빨던 적이 있었다. 기계에 몇 초간 코인이 안 들어오면 홍보용으로 데모화면이 뜨는데, 순진했던 나는 게임이 시작된 줄 알고 기뻐하면서 데모게임 영상에 맞춰 열심히 버튼을 두드리곤 했다.

그러나 다시 타이틀 화면이 뜨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한 번 그 맛보기 게임 영상이 나오길 간절히 빌면서 스타트 버튼을 연타했다. 그렇게 게임데모 기우제를 지내다가 어깨 위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내심 엄마의 습격인가 하며, 침 한번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 근데 웬일? 지저분한 수염의 오락실 주인 아저씨가 50원짜리를 내 손에 쥐여 주고 말없이 카운터로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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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르탄X보다 우리에게 이소룡게임으로 더 익숙한 게임 ⓒ irem


그렇게 진짜로 `이소룡(스파르탄X)` 한판하고 카운터에 꾸벅 인사하고 집에 왔다. 그때 그아저씨의 은혜를 입은 후, 내 장래희망 리스트에는 오락실 주인이 항상 꼭대기를 차지했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장의 성지인 노량진 정인 오락실도 망하고 이제는 내 어릴적 무지개와도 같았던 그 꿈도 점차 희미해졌다. 심심한 지하철 퇴근길에 켰던 어플의 알고리즘이 건넨 영상 '매일 전시용 게임하러 오는 아이'를 보니, 그때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50원을 주셨던 그 아저씨의 미소가 아련히 떠오른다.
 

매일 전시용 게임하러 매장에 오는 아이에게 '직원들이 내린 조치' ⓒ 포크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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