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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아픔에도... 내 삶은 계속 될 것이다

등록|2021.06.16 15:05 수정|2021.06.16 15:05
세계관이란 세계에 대한 관점이며, 우주관이라고도 한다. 그것은 삶의 방향을 인도하는 가치관과 가치의 취향을 결정하는 인생관의 종합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까지 흔들림 없는 '세계관'을 가지고 한 치의 후회도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뒤 이날까지 계속 한 길을 걸어왔고, 힘 있는 자들에게 무릎 꿇지 않고 고통받는 대중과 연대하는 삶을 지향했다.

언제나 나의 마음은 오직 민주화운동과 사회 개혁으로 충만되어 있었고, 내가 고심했던 것은 그것의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 어떠한 방향이 더 좋을 것인가의 방법론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을 '훈장'으로 삼아 정치에 뛰어들거나 '출세'의 발판으로 삼지도 않았다.

본래부터 그런 것들을 나의 목표로 삼지도 않았거니와 사실 그런 것들에는 관심도 없었다. 나는 이 길을 일관되게 계속 실천해 나가는 것이 나의 삶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렇듯 분명하다고 믿었던 나의 모든 것들은 지난해 아내가 세상을 안타깝게 떠나면서 모조리 형체도 없이 사라져갔다. 문득 나의 삶이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덧없어지고 아무런 의미도 지닐 수 없게 되었다.

최근 유상철 선수가 세상을 떠났다. 유상철 선수는 아내와 거의 같은 시기인 2019년 10월 말에 췌장암 4기 확진을 받았고 또 같은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특별히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었다. 결국 그는 아내보다 10개월 더 이 세상에 머물렀다. 그가 세상을 떠났던 날, 나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아픔은 도무지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너무나 견뎌내기 어렵다. 아내는 병상에서 나와의 결혼 생활 중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누군가 그런 부부간의 깊었던 사랑은 내게 너무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고통스럽다. 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 말한다. 그렇지만 나의 이 아픔은 내 삶에서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 같다.

하루하루 세상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일어나 나아가야 한다. 오늘도 나는 계속 글을 쓴다. 오늘을 견뎌내기 위함이고, 내가 살아남기 위함이다. 이 견디기 어려운 아픔 속에서도 그 아픔이 조금씩 조금씩 작아져 가는 것을 느낀다. 슬프고 때론 억울하기도 하지만, 아내는 흔들리지 않는 나의 삶을 반드시 원할 것이다. 그래서 아내의 몫까지 내가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일이다.

아마 내가 여태까지 지녀왔던 대부분의 인생관과 가치관 그리고 세계관은 거의 변함 없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다만 아내와의 영원한 이별로 생명과 환경을 더 중시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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