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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에 묻고싶다, '50대 남성' 국회는 공정한가

[93년생 당대표 이성윤의 청년정치] '여성할당 반대'와 '실력주의'가 공정? 그렇지 않다

등록|2021.06.17 15:13 수정|2021.06.17 15:26
1993년생 남자인 나는 요즘 언론에서 말하는 소위 '이대남' 중 하나다. 나 또한 남녀를 불문하고 요즘 보편적인 2030 청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중 하나인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위직 자녀들의 입시비리, 채용비리 소식이 들릴 때면 보편적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분노한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아이스하키팀 논란이 일 때도 대의를 위해 공정을 잠시 내려놓자던 선배 세대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물론 남북평화라는 대의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구슬땀 흘러왔을 한국 대표팀들의 노력 또한 대의만큼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어떤 세대보다 '공정'을 중요하게 여기던 2030 청년들 그중에서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가시화된 20대 남자들을 사회는 '이대남'이라 불렀다. '공정'이라는 가치관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이대남'이라 불리는 것에 수긍했지만, 최근 '공정'이 '할당제 반대', '실력주의', '능력주의'로 집중되면서 이런 것들이 정말 20대 남자가 생각하는 '공정'인가를 자문하게 됐다.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주장하는 '할당제 없는 실력주의 우선'이 '공정'의 새로운 개념으로 정착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대표의 주장처럼 '여성 할당제 반대', '실력주의'만 추구하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인가? 만약 이것이 '공정'이고, 이것이 '이대남'들이 추구하는 것이라면 난 오늘부터 이대남으로 불리는 걸 거절하려고 한다.

실력주의가 공정인가?

실력 있는 사람이 더 좋은 우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한국 사회도 실력 있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뽑고 있다. 스펙 없는 여성이 풀 스펙을 가진 남성 대신 대기업에 뽑히는 사례? 이런 건 부정청탁이 아니고서야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청년이 평창 아이스하키팀 구성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한 것 또한 이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할당 없는 실력주의 우선'은 이런 케이스가 아니라고 본다.
 

▲ 베트남 월드컵 진출을 알리는 베트남 축구협회 포스터 ⓒ 화면갈무리


16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하게 됐다. 베트남의 피파 랭킹은 92위로, 아마 월드컵에 오른 국가 중에는 최약체 중 하나일 것이다. 92위 베트남의 월드컵 진출은 공정할까? 유럽 축구 강국들은 수해 전부터 월드컵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해왔다. 일리도 있긴 하다. 비교적 축구를 잘하는 유럽 국가들끼리의 경쟁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종종 피파 랭킹 최상위일지라도 결국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보다는 다소 축구를 못 하는 아시아에서는, 피파 랭킹 하위인 베트남도 월드컵에 진출한다. '할당제 없는 실력주의'로만 본다면, 베트남의 진출은 대단히 불공정해 보이는 사례 중 하나다. 그러나 베트남도 끊임없는 노력과 아시아 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월드컵에 진출한 국가 중 하나다. 베트남이 자력으로 진출했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월드컵은 왜 최약체 국가에도 자리를 내어줄까? 그건 월드컵이 세계인들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보다는 조금 못하는 아시아 국가에서도 아시아 내에서의 경쟁을 통해 월드컵 본선에 오르도록 티켓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 21대 국회의 구성은 공정한가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능력주의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검토와 성찰에 <공정하다는 착각>은 좋은 불쏘시개라 할 만하다. ⓒ 와이즈베리


대한민국 또한 지난 2002년, 월드컵에 진출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랭킹으로도 월드컵에 출전했다(물론 개최국 혜택도 보았다). 덕분에 국민들이 목격한 고 유상철 선수의 중거리 골, 박지성 선수의 포르투갈전 골, 안정환 선수의 반지 세레모니 등은 20년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으며,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이 대표의 실력주의 논리대로라면 공정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진짜 그런가? 4강 신화의 울림은 불공정하고 비겁한 건가?

월드컵이 세계인을 위한 축제라면 국회는 5천만 국민의 목소리가 모이는 곳이다. 이곳에는 남성, 여성뿐만 아니라 청년과 노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어야 마땅한 곳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 모습과 구성은 그러한가?

아니다. 지금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구성은 55세를 훌쩍 넘은 아저씨들이 대부분이다(관련 기사: '50대 아저씨 국회', 4.15 총선 지나도 똑같다 http://omn.kr/1n3ab ). 여기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나이 55세 이상의 아저씨들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며, 숱한 경험을 가져 이른바 '능력주의' 중심의 사람들이라 그렇기도 할 것이다.

이런 곳에서 청년과 여성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나는 비유하자면 '월드컵은 유럽 국가들 위주로만 치르겠다'는 것과 같다고 본다. 이것이 정말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 지난해 5월, 여의도 국회본청앞 계단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초선당선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 권우성


이대남은 다 안티 페미니즘이라고?

공정 못지않게 '이대남' 하면 보통은 안티 페미니즘을 떠올린다. 페미니즘에 대해 남성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일부 과격한 주장에 반대하는 정서일 뿐이라고 본다.

4.7 재보궐 선거 이후 민주당은 청년들이 등을 돌렸다고 하는데 왜 돌렸을까? 일부 과격한 민주당 기성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 때문에 생긴 선거인지도 모르고 당헌까지 바꿔가면서 후보를 낸 내로남불의 선거에서 오히려 청년들이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 이상한 거다. 마찬가지로 보수정당 지지율이 낮았던 이유도 일부 과격한 지지자들이 박근혜 씨의 탄핵을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게 태극기 들고 광장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2030 청년들은 어느 세대보다 성인지 감수성이 높다. 한국일보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75.9%와 30대 남성 74.3%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병역의무에 따른 남성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방안에도 20대 여성 57.9%, 30대 여성 66.7%가 동의했다. 또 2030 세대는 5060 세대보다 고정적인 성역할론에 대해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남녀는 혐오할 때보다 사랑할 때가 더 아름답다고 믿으며, 실력주의만으로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분명 나의 생각에 동의하는 이대남들이, 혐오와 실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대남보다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혐오와 실력주의가 '이대남'의 특성이라면 난 오늘부터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걸 거절하겠다.

또 이를 기반으로 20대 남자 모두를 '이대남'으로 엮어버리는 일부 언론과 기성 정치인들에게 선언한다. 요즘 청년들을 몇 가지 속성들로 그리 쉽게 규정짓지 말라고, 우리의 존재는 하나, 하나 다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서른을 6개월 앞둔 지금은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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