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선도까지 나돌아... '인천2호선 일산연장' 갈등 과열
주민들 "내집 앞으로" 민원 고조, '탄현큰마을' '후곡역' 주장일 뿐... "합리적 노선 추진력 얻어야"
▲ 한국교통연구원이 4월 제4차 국가철도망 공청회에서 발표한 인천2호선 일산서구 연장안 노선도. ⓒ 고양신문
지난 4월 제4차 국가철도망에 '인천2호선 일산서구' 연장이 반영되면서 지역 분위기가 고조돼 있다. 하지만 이번 국토교통부 발표는 종점의 위치를 상세히 설명하지 않고 있어 지역에서는 환영 분위기와 함께 주민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역 위치가 어디일까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4차 국가철도망 공청회 자료를 보면, 이번에 반영된 전국의 신규노선 중 종착역(노선도에 원으로 표현)에서 조금 더 길게 '돼지꼬리'처럼 표현한 노선은 인천2호선이 유일하다. 종점의 이름도 '일산서구'로만 적시해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인천2호선의 일산서구 연장 노선의 경우 기지창이 그 인근에 설치될 수 있어 가능성을 조금 열어놓은 것일 뿐 노선도의 끝부분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실 한 관계자는 "현재까진 구체적인 역사 위치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나 개인 의견이 반영된 확정되지 않은 노선도가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오면서 주민들 중에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힘들어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역사 위치에 대한 과도한 민원으로 혹여나 사업추진이 지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철도망에 반영된 노선은 기점과 종점만을 표시하고, 중간 역에 대해서는 타 노선과의 교차지점(환승역) 정도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예상할 수 있다"며 "중간에 추가로 어디에 역사가 만들어질지는 관련 용역이 진행돼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도 국토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 "적으면 3개에서 많게는 7개 정도의 후보지를 선정해 경제성을 돌려봐야 정확한 역사 위치가 결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 일산 탄현동의 한 아파트단지 정문에 걸린 현수막. 현수막에는 ‘큰마을역 원안대로 이행하라’라며 출구 번호까지 적혀있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그런 원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고양신문
인천2호선 일산 연장과 관련해 국토부는 2년 전엔 '탄현' 연장이라 발표했지만 지금은 '일산서구' 연장으로 바꿔 표현하면서 탄현동 주민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점도 없지 않다.
탄현 연장이란 말은 2019년 10월 '광역교통 비전 2030' 발표에서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 '탄현'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탄현공공주택'(3290세대) 지정에 반발하는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부랴부랴 무마용으로 던진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발표 이후엔 곧바로 지역 국회의원과 이재준 고양시장이 '중산체육공원 지하 기지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하면서 고봉로 인근 '한뫼공원'이 역사의 유력한 후보지로 점쳐졌다.
하지만 그 뒤로도 탄현동 주민들은 인천2호선의 종착역이 '우리 동네로 와야 한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분위기가 과열되자 정치권이나 관련 부서에선 역사 위치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현재 고양시 관련 부서에서는 "한뫼공원이나 중산공원으로 역사 위치가 정해진 것도 아니며, 그 뒤로 더 연장된다라는 것도 논의된 적이 없다"며 "예타(예비타당성 조사)가 시작되는 시점에야 후보지가 좁혀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각종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에는 확인되지 않은 노선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큰마을', '현산초', '후곡'역이 표시된 이 노선도도 의견에 불과하다. 고양선의 일산 연장도 공식적으로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 ⓒ 고양신문
현재 시중에 떠도는 인천2호선 일산연장과 관련한 노선도는 모두 확정되지 않은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탄현 큰마을' 노선이다. 김미수 시의원은 2일 시정질의에서 '큰마을역 원안대로 이행하라'는 현수막 사진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지역 주민들을 만나 '이런 원안이 발표된 적이 없다, 가짜 뉴스다'라고 했더니 '왜 시의원이 그것도 모르냐'고 되레 저를 혼내신다"면서 "잘못된 정보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주엽역(3호선)과 일산역(경의선) 사이에 '후곡역'을 표시한 노선도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도 확정노선이 아니다. 킨텍스역(GTX-A)과 한강 사이에 '일산테크노밸리역'을 표시한 것도 있다.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자족용지에 교통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정식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인천2호선은 파주 운정에서도 탐내는 노선으로, 운정 입주민들 사이에선 야당역으로의 연장안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용우 의원실(경기 고양시정,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지하철 역사 한 곳을 신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000억 원으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역사 추가설치와 연장설치는 BC분석을 통해 정해질 수밖에 없다"며 "과도한 요구보다는 합리적인 노선으로 추진력을 얻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량으로 무인 자동운행되는 경전철인 인천2호선은 현재 진행 중인 검단지구 노선이 예타를 통과하면, 불로지구에서 일산서구까지 노선은 예타에 큰 어려움 없어 보인다. 걸포북변역(김포경전철), 킨텍스역(GTX-A), 주엽역(서울 3호선), 일산역(경의중앙선)까지 환승역이 많아 운영효율이 높고, 무엇보다 GTX-A 노선 연계로 수요가 충분히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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