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재명-이준석 '수술실 CCTV 설전' 국회로... 입법 시험대?

이 지사 "배타적 특권의식 안돼" 압박... 이 대표 "소극적 의료행위 우려" 유보

등록|2021.06.17 17:49 수정|2021.06.17 19:05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CCTV 설치로 환자들의 신뢰가 높아지면 결국 의료인들에 대한 국민 전체의 신뢰를 제고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두고 연일 이준석 국민의힘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17일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 고유의 권한 침해인 것처럼 침소봉대하며 반대하는 것은 배타적 특권의식에 불과하다"면서 오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논의를 앞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대표는 지난 14일 "수술실 CCTV가 보급되면 의료행위에서 의사들이 굉장히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이준석 대표의 당선으로 '할 일은 하는' 정치를 기대해온 시민들 바람과 동떨어진 실망스러운 답변"이라며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국민의힘의 기존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황당한 주장", "블랙박스 때문에 운전 실력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나" 등 수술실 CCTV 설치에 유보적인 이준석 대표를 맹성토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수술실 CCTV 설치법은 민생 개혁의 중요한 법안"이라며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수술실은 신성불가침의 성역 아니다"

이재명 지사는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고의적 위반행위 방지'로 최소한의 보호"라면서 "전문직 성범죄 1위가 의사이며(2015~19년 경찰범죄통계) 공장식 분업수술, 대리수술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수술을 앞둔 환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 지사는 이어 "수술실은 신성불가침의 성역이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수술 당사자가 원한다면 수술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상적으로 수술을 집도한 의사 입장에서도 CCTV 영상은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일부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것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지사는 특히 "지난 2월 국민의힘은 상임위 때 합의했던 입장을 갑자기 바꿔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막은 바 있다"면서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국가공무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파트 동대표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격이 박탈되는 기준을 의사에게 적용하는 것이 '과잉처벌'이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당론 채택을 주장해왔던 이 지사는 "국민의 80%가 수술실 CCTV 설치를 바라고 있다"면서 "주권자 의사에 반해 특정집단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일 리 없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수술실 CCTV가 만약에 의료사고를 줄이고 진상을 규명해내기 위한 어떤 목적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순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하지만 저는 사회적으로 좀 더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예를 들어 수술실 CCTV가 사실상 보급되면 의료행위에서 의사들이 굉장히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며 "(수술실 CCTV가) 과연 국민의 건강에 있어서 더 긍정적인 방향성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 더 청취해보고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이슈가 됐다. ⓒ 오마이뉴스/pexels


이에 대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황당한 주장"이라며 "그의 주장은 과속감시 CCTV나 다른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때문에 운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또 "이미 의료진의 요구로 모든 응급실에는 CCTV가 설치돼있다"며 "이 대표 논리에 따르면 응급실 CCTV는 응급실 의료진의 소극적 의료 행위를 부른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도 이준석 대표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반박했다. 이 지사는 "어린이집 CCTV가 소극 보육을 유발하지 않는 것처럼 수술실 CCTV는 오히려 양심적이고 불법 저지르지 않는 대다수 의료진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 극소수의 불법 의료나 성추행 등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지사의 반박에 대해 "테러방지법에 반대한 민주당에게 '그러면 테러를 옹호하는 거냐'라고 말하는 것이 바보 같은 공격인 것처럼 수술실 CCTV 문제에 신중하자는 입장에 '불법 의료나 성추행을 묵인하자는 거냐'로 받아친다면 이건 정치의 희화화"라고 재반박했다.

한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재반박 글을 문제 삼았다. 김남국 의원은 "기본적으로 논박할 때는 상대방(이재명 지사)의 핵심 주장과 그에 대한 논거를 가지고 따져야 한다"며 "야당 대표라면 제발 혼자서 '뇌피셜' 돌리지 말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살펴보고 신중하게 말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도대체 이재명 지사의 (반박) 글 어느 부분이 '수술실 CCTV 문제에 신중하자는 입장을 불법 의료나 성추행을 묵인하자는 거냐'로 받아친 것인지 묻고 싶다"며 "혼자서 무슨 상상의 나래를 펼친 건지 모르겠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재명 지사의) 그런 주장을 찾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