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천안함 폭침, 경계 실패 아닌 군 수뇌부의 정보 실패 때문
▲ MBC <PD수첩>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 ⓒ MBC
"최원일 전 함장은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켜 놓고 이후에 제대로 된 책임이 없었다. 한·미연합훈련 작전 중이었는데 폭침을 당하는지 몰랐다면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조상호 전 민주당 부대변인, 6월 7일 채널A 뉴스톱 10)
"천안함이 폭침이라 치면 파직에 귀양 갔어야 할 함장이란 새X가 어디서 주둥이를 나불대고 지X이야. 천안함이 무슨 벼슬인가. 천안함은 세월호가 아니다. 네가 군인이라고."(6월 11일, 휘문고 정모 교사의 페이스북).
"별 시답잖은 것들이 지X한다. 경계 잘못해서 생때같은 병사들을 다 희생시킨 지휘관이 이렇게 고개 빳빳이 들고 다니며 막 삿대질을 다니고 그런다. 당장 군법회의로 보냈어야 할 놈을 진급까지 시켜서 무사 전역시켜 놓으니 이따위로 기고만장한 것이다."(6월 9일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의 페이스북).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최원일 함장의 책임소재는 여전히 논란이다. 여론은 엇갈린다. 당시 합동조사단과 군검찰 조사 결과를 들어 최원일 함장에게 잘못이 없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당사자인 최원일 전 함장은 6월 14일 경계 실패를 거론한 휘문고 교사를 명예훼손과 모독으로 고소하면서, 불가항력적 상황과 천안함 승조원의 결백을 주장했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며, 국방부가 자신을 비롯한 장병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최원일 함장의 경계 실패처럼 보인다. 천안함의 수장으로 북한의 어뢰 공격을 예측하지도 피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세밀하게 추적해 보면 경계 실패의 책임은 해군 수뇌부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원일 함장이 경계에 실패했는가? 그렇지 않다. 천안함은 2010년 3월 16일 평택항에서 출항하여 백령도 서방 경비구역에 배치되었다. 3월 25일 풍랑주의보로 대청도 인근으로 대피했다가, 피격 당일인 26일 오전 6시경 기상 호전으로 본래 경비구역으로 복귀했다. 같은 날 격침되기 전까지, 정해진 근무 로테이션에 따라 승조인원 104명 중 29명이 당직근무를 서고 나머지 인원은 휴식 및 정비 시간을 가졌다(2010년 4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합동조사결과보고서). 이렇게 볼 때 천안함은 당시 한미 연합 키리졸브 훈련 중, 본래의 임무인 경계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함정의 작전 훈련은 해군 지휘부에서 내려오는 지시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원일 함장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원일 함장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 발사를 감지하지 못했으니, 지휘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천안함은 1,220t의 초계함이다. 국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500~3,000t 정도의 만재배수량을 가진 전투 수상함을 초계함이라 부른다. 초계함은 함대의 다른 함선들의 눈이 되어 적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 즉 정찰과 경비 임무를 수행한다. 천안함에는 AN/SQS-58 수중음파탐지기가 장착되어, 적이 발사하는 어뢰를 탐지하여 요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문제는 1980년대에 만들어진 천안함에 장착된 AN/SQS-58은 어뢰 주파수 9∼13kHz까지 감지할 수 있는데, 북한의 어뢰는 3∼8kHz다. 북한의 어뢰를 탐지할 수 없는 장비가 탑재된 천안함에게 어뢰 탐지를 하지 못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최원일 함장의 지휘 책임은 우리나라의 무기체계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낸 주장이다,
누가 경계에 실패했는가? 해군 수뇌부다. 백령도 서방 해역은 북한 잠수함의 최단 거리 침투로이다. 실제로 천안함이 피격되기 이틀 전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용되던 일부 소형 잠수함이 비파곶 기지를 이탈했다가, 천안함 피격 2∼3일 후 기지로 복귀한 사실을 해군의 열상 장비(TOD)로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키리졸브 훈련'에서 북한 잠수함의 공격에 대비했어야 했다. 잠수함 탐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세종대왕함 같은 이지스함을 투입했어야 했다.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2척의 미군 이지스함, 대함초계기(P3C), 링스 헬기, U-2 정찰기와 연계 작전을 펼쳤어야 했다. 그러나 해군 작전사령부는 어뢰 탐지 능력도 없는 천안함을 단독으로 위험지역에 내보내는 등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당시 이기식 해군 작전사령관과 김동식 전 2함대 사령관 등 지휘계통의 완벽한 경계 실패였다.
해군 지휘부의 경계 실패는 결과로도 증명된다.
군검찰의 수사결과보고서(2010년 11월), "2010년 3월 24일 북한의 잠수정 1척이 미식별됐다는 내용의 정보가 2함대 사령부에 전송됐음에도 2010년 3월 26일경에야 작전 중인 해군 각 경비정에 북한 잠수정의 미식별 정보를 하달했다. 해군 작전사령관이 백령도 서방 경계구역 부근에서 임무 수행에 중인 함정들과 잠수함을 귀진(진지로 돌아옴) 시킨 결과 북한 잠수함에 대한 탐지 능력이 약화하였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의 본질과 군의 사기와 단결, 그리고 향후 작전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해군 작전사령관과 2함대 사령관을 기소유예한다."
감사원의 징계 요청(2010년 6월), "전투준비와 대응조치에 문제가 있다. 장성급 13명을 포함한 군 주요 지휘부 25명에 대해 적정하게 조처하라"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최원일 함장을 비롯한 승조원 104명의 경계 실패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발언이 출현하고 있다. 천안함은 해군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정상적 경계 활동을 펼쳤고, 천안함에는 북한의 어뢰를 탐지할 수 있는장비가 없었다. 천안함의 피격에 함장을 비롯한 승조원의 잘못은 없다는 의미다. 반면 해군 작전사령부는 북한의 잠수함 침투가 예견되었고 실제로 발견했지만, 이를 탐지할 수 있는 장비가 장착된 전함을 투입하지 않았고 미 해군의 협조 노력도 하지 않았다. 명백한 경계 실패이다. 따라서 정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 정밀한 조사를 시행하여, 최원일 함장을 비롯한 104명 장병의 명예를 확고하게 회복해야 한다. 당시 경계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여 지휘계통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처벌이 흐지부지된 이유가 정권 차원인지 군 지휘부의 자리보존 차원인지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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