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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북한에 '대화' 촉구했지만... 전향적 제안은 없어

제재 완화 등 북한 움직일 유인책은 제시 안해... "북한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길 희망"

등록|2021.06.21 17:24 수정|2021.06.21 17:27

▲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서울에서 잇달아 열린 한·미,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을 향해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 대표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주목한다"면서 "그의 대화 언급이 곧 긍정적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신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표는 김 위원장을 'Chairman Kim'이라는 공식 직함으로 호칭했다.

한·미 협의를 마친 후에는 기자들에게 "우리의 만남 제의에 대해 북한이 곧 긍정적 반응을 보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김 대표는 한·미·일 3자 협의에서 "때와 장소, 조건과 상관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리란 희망을 갖고 있다"며 대화에 복귀할 것을 북한에 거듭 촉구했다(관련 기사: 성 김 "북한과 조건없이 언제, 어디서든 만날 것" http://omn.kr/1u1nk).

하지만 김 대표는 북한이 솔깃해 할 만한 유인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특히 북한이 그동안 예민하게 반응해 왔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나 경제제재 완화 등 전향적 조치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김 대표는 한·미·일 3자 협의에선 "우리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엔의 대북제재 원칙을 재강조한 것이다. 김 대표는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듯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발언 내용으로만 놓고 보면 당장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한미 간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갔을 가능성은 감지되고 있다.

노규덕 본부장 "'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 실현 위한 방안 논의했다"
 

▲ 북핵문제를 담당하는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 일본의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노 본부장은 한·미 북핵대표 협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지난달 한미정상 간의 협의를 적극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며 "한·미 간 협의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순 없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라는 공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노 본부장과 모든 쟁점들에 대해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외교와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 5월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서 이번 협의에서도 '의미 있는' 남북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설명해, 남북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점은 한국 정부의 입지를 넓혀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면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그가 '대결'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선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같은 조건을 내걸지 않았고, 대미·대남 비난 발언도 자제했다는 점에서 대화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토로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여기에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을 공언한 김 위원장이 군사적 도발 등 강경 태도로 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코로나19 방역 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으로선 당장 대화에 복귀할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일부 장관 만나는 성 김... 백신 등 인도적 지원 논의 가능성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1일 열린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주제의 전국 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2021.6.21 ⓒ 연합뉴스


성 김 대표는 22일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예방한다. 그동안 이 장관은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별개로 인도적 협력은 이뤄져야 한다며, 식량·비료 등 민생 분야에 대한 지원 의지를 거듭 표명해왔다.

또 김 대표는 출국 전 시민사회 관계자들과도 만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어서 대북 인도주의 협력 논의가 구체화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을 더 적극적으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식량 지원 등 다양한 인도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국이 기술적으로 그걸 어떻게 잘할지는 지켜봐야 되지만, 미제(백신)를 준다고 하면 아마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산 백신이 들어가면) 미국이 북한을 다루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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