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개 남은 도시락... 어르신은 활짝 웃었다
군산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 하던 날... 200개 도시락이 순식간에 동났다
아침부터 분주했다. 집안 정리를 하고 약속된 장소로 나갔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내가 사는 군산OOOO 급식소 앞마당 대기 의자에는 벌써부터 도시락을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빈 자리 없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이제 도착한 어르신은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이 의자 옆 빈 곳에 쭈그리고 앉으셨다.
나는 서둘러 식당 안으로 뛰어갔다. 식당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반찬은 조리실에서 만들어져 작업대에 놓여 있고, 도시락은 포장할 준비가 다 되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몇 십 년을 매주 이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어서인지 분업화가 잘 되어 있었다.
도시락을 꺼내는 사람, 뚜껑을 떼어놓은 사람, 반찬 한 가지씩을 담는 사람, 그 앞에 반찬을 도시락에 담기 쉽게 잡아주고 이동해 주는 사람, 밥을 푸는 사람, 뚜껑을 닫는 사람, 뚜껑이 열리지 않게 고무줄로 고정시키는 사람, 박스에 차곡차곡 쌓는 사람, 박스를 옮기는 사람 각각의 역할이 따로 정해준 것처럼 알아서 일을 찾아 움직였다.
나는 처음에 도시락 뚜껑이 열리지 않게 고무줄로 고정시키는 일을 했다. 잠시 후 반찬을 담는 곳이 비어서 도시락 이동에 정체가 온 듯했다. 얼른 빈 자리로 달려가 도시락을 잡아주는 일을 했다.
무료급식 봉사활동 두 번 만에 승격된 것 같아 뿌듯했다. 양 옆과 앞에 있는 봉사자가 와줘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 왔다. 얼핏 보아도 70대는 된 것 같았다. 이곳 무료급식소에 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오래됐다고 했다.
20분도 안 되었는데 200개의 도시락이
도시락 포장이 완성되고 잠시 숨을 돌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정각 11시에 배부 장소로 도시락을 이동했다. 드디어 도시락 배부가 시작되었다. 도시락이 나오자마자 의자에 앉아있던 어르신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줄을 섰다. 다른 분이 하는 것을 보고 나는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안녕하세요. 맛있게 드세요."
"어르신 건강하세요."
어른들은 묵례를 하며 도시락 배부하는 곳으로 걸어와 무심한 듯 도시락을 받아 갔다. 어떤 사람은 인사를 건네자 '고맙다'며 조용히 인사를 건네고 갔다. 200개의 도시락은 금방 동이 났다. 도시락 배부가 시작된 지 20여 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몇 개 남지 않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중략)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시인 정현종의 시 '방문객'이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 성큼성큼, 종종종 걸어오는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인생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멍한 채 서 있었다.
무료급식소를 향한 어르신들의 모습에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이 나며 마음 한 곳이 찡했다. 급식소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오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 유모차를 밀고 오는 사람이 있었다, 허리가 굽어 뛰지 못해 종종 잰 걸음으로 걸어오는 할머니, 허리에 손을 얹고 종종거리며 달리듯이 걸어오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지금까지 밭에서 일을 하다 오셨는지 일복 차림으로 오신 할머니, 폐지를 주워 자전거 뒤에 박스를 가득 싣고 오신 할아버지도 있었다. 급식소를 향해 오는 걸음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왔다.
한 끼 걱정하지 않아 좋다는 어르신들
마지막 6개의 도시락만 남아 있었다. 급식소로 띄엄띄엄 사람들이 들어왔다. 자전거를 타고 오신 어르신이 도시락이 몇 개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신 듯이 자전거를 제대로 세워놓지도 못하고 급하게 벽에 기대놓은 채 성큼성큼 뛰어오셨다. 조금 전 도시락을 받아들고 세워놓은 자전거로 가서 뒷자리에 실어놓은 박스 위에 올리고 떨어지지 않게 고정시키느라 애쓰던 어르신은 곧이어 자리를 떠났다.
할머니 한 분이 심각한 얼굴로 실버카를 밀고 와서 마당에 세워놓고 빠른 걸음으로 종종거리며 다가왔다. 남은 도시락을 보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얼굴에는 마스크를 썼지만 한 개 남은 도시락을 바라보는 눈이 웃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맛있게 드시라는 말과 함께 마지막 도시락을 건넸다. 도시락 배부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끝이 났다.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도시락을 받으면 하루 한 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이 걸로 해결해서 좋아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방문 상담에서 만난 이성자(가명) 어르신이 한 말이었다. 지금도 어르신은 매일 오전 10시 50분이면 마음이 바빠서 얼른 가자고 서두른다고 했다.
"늦게 가면 도시락 못 받아요. 얼른 가야지, 늦으면 도시락 없어."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목소리가 흥분되고 마음이 급해서 정신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빨리 가자는 말씀만 한다고 했다.
오늘 혹시나 이성자(가명) 어르신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젊었을 때 사고로 다쳐서 아픈 곳은 괜찮은지,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 궁금했다. 도시락을 드리면서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아프지 마시고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면서 건강하게 사세요, 오래오래 계속 이곳에서 뵈어요.'
▲ 도시락 포장하는 모습9시부터 나와서 봉사자들이 도시락을 포장하는 모습입니다. 따뜻한 밥과 반찬을 정성들여 도시락에 담고 있습니다. ⓒ 김정연
나는 서둘러 식당 안으로 뛰어갔다. 식당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반찬은 조리실에서 만들어져 작업대에 놓여 있고, 도시락은 포장할 준비가 다 되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몇 십 년을 매주 이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어서인지 분업화가 잘 되어 있었다.
도시락을 꺼내는 사람, 뚜껑을 떼어놓은 사람, 반찬 한 가지씩을 담는 사람, 그 앞에 반찬을 도시락에 담기 쉽게 잡아주고 이동해 주는 사람, 밥을 푸는 사람, 뚜껑을 닫는 사람, 뚜껑이 열리지 않게 고무줄로 고정시키는 사람, 박스에 차곡차곡 쌓는 사람, 박스를 옮기는 사람 각각의 역할이 따로 정해준 것처럼 알아서 일을 찾아 움직였다.
무료급식 봉사활동 두 번 만에 승격된 것 같아 뿌듯했다. 양 옆과 앞에 있는 봉사자가 와줘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 왔다. 얼핏 보아도 70대는 된 것 같았다. 이곳 무료급식소에 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오래됐다고 했다.
20분도 안 되었는데 200개의 도시락이
▲ 도시락을 기다리는 모습아침 일찍부터 무료급식 도시락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9시부터 세 시간을 넘게 기다리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 김정연
도시락 포장이 완성되고 잠시 숨을 돌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정각 11시에 배부 장소로 도시락을 이동했다. 드디어 도시락 배부가 시작되었다. 도시락이 나오자마자 의자에 앉아있던 어르신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줄을 섰다. 다른 분이 하는 것을 보고 나는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안녕하세요. 맛있게 드세요."
"어르신 건강하세요."
어른들은 묵례를 하며 도시락 배부하는 곳으로 걸어와 무심한 듯 도시락을 받아 갔다. 어떤 사람은 인사를 건네자 '고맙다'며 조용히 인사를 건네고 갔다. 200개의 도시락은 금방 동이 났다. 도시락 배부가 시작된 지 20여 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몇 개 남지 않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중략)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시인 정현종의 시 '방문객'이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 성큼성큼, 종종종 걸어오는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인생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멍한 채 서 있었다.
무료급식소를 향한 어르신들의 모습에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이 나며 마음 한 곳이 찡했다. 급식소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오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 유모차를 밀고 오는 사람이 있었다, 허리가 굽어 뛰지 못해 종종 잰 걸음으로 걸어오는 할머니, 허리에 손을 얹고 종종거리며 달리듯이 걸어오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지금까지 밭에서 일을 하다 오셨는지 일복 차림으로 오신 할머니, 폐지를 주워 자전거 뒤에 박스를 가득 싣고 오신 할아버지도 있었다. 급식소를 향해 오는 걸음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왔다.
한 끼 걱정하지 않아 좋다는 어르신들
▲ 자전거에 도시락을 싣는 모습어르신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도시락을 받아 자전거 뒷자리에 가득 실린 박스 위에 올리고 떨어지지 않도록 잘 고정시키고 계십니다. ⓒ 김정연
마지막 6개의 도시락만 남아 있었다. 급식소로 띄엄띄엄 사람들이 들어왔다. 자전거를 타고 오신 어르신이 도시락이 몇 개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신 듯이 자전거를 제대로 세워놓지도 못하고 급하게 벽에 기대놓은 채 성큼성큼 뛰어오셨다. 조금 전 도시락을 받아들고 세워놓은 자전거로 가서 뒷자리에 실어놓은 박스 위에 올리고 떨어지지 않게 고정시키느라 애쓰던 어르신은 곧이어 자리를 떠났다.
▲ 도시락을 받으러 오시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감사합니다" 너무나도 공손하게 인사를 해주셔서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 김정연
할머니 한 분이 심각한 얼굴로 실버카를 밀고 와서 마당에 세워놓고 빠른 걸음으로 종종거리며 다가왔다. 남은 도시락을 보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얼굴에는 마스크를 썼지만 한 개 남은 도시락을 바라보는 눈이 웃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맛있게 드시라는 말과 함께 마지막 도시락을 건넸다. 도시락 배부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끝이 났다.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도시락을 받으면 하루 한 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이 걸로 해결해서 좋아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방문 상담에서 만난 이성자(가명) 어르신이 한 말이었다. 지금도 어르신은 매일 오전 10시 50분이면 마음이 바빠서 얼른 가자고 서두른다고 했다.
"늦게 가면 도시락 못 받아요. 얼른 가야지, 늦으면 도시락 없어."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목소리가 흥분되고 마음이 급해서 정신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빨리 가자는 말씀만 한다고 했다.
오늘 혹시나 이성자(가명) 어르신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젊었을 때 사고로 다쳐서 아픈 곳은 괜찮은지,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 궁금했다. 도시락을 드리면서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아프지 마시고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면서 건강하게 사세요, 오래오래 계속 이곳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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