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온 학생과 남에서 자란 학생이 함께 찾아간 곳
[2021 충남 통일학교] 드림학교-한일고 청소년들의 2박3일 뜻깊은 동행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여 년이 지났습니다. 분단된 땅에서 태어나 살아 온 젊은 세대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학교마다 평화통일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함께 평화통일 교실 안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편집자말]
▲ 지난달 31일 오전, 한일고와 드림학교 학생 17명이 국립서울현충원에 모였다. 두 학교 교사 4명도 함께했다. 이들은 이때부터 남북 역사 체험 속으로 2박 3일간 일정으로 동행을 시작했다. ⓒ 한일고
[만남] 남과 북 청소년이 충남에서 만나다
북한 출신 청소년과 남한에서 자란 청소년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후 한일고 학생들은 매년 드림학교 가을 예술제에 방문해 서로를 응원하며 북한 음식을 나누는 등 교류의 깊이를 더해왔다. 드림학교에서는 학교 교사들이 매년 '북한이탈학생의 현황과 이해'라는 제목의 강의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었다. 두 학교 학생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독서 토론과 초청특강으로 마음의 정까지 돈독히 해 왔다.
▲ 학생들의 최종 목적지는 70년 전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이 참혹했던 고지전 현장이다. ⓒ 한일고
[동행] 2박3일간의 동행
지난달 31일 오전, 한일고와 드림학교 학생 17명이 국립서울현충원에 모였다. 두 학교 교사 4명도 함께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2박3일간 일정으로 남북 역사를 체험하는 동행에 나섰다. 이들이 첫 동행은 현충탑에서 묵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일제강점기 한반도는 물론 만주를 오가며 독립운동을 벌인 독립유공자 묘역을 참배했다.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에 희생된 학도의용군 묘역도 들러 고개를 숙였다.
▲ 학생들이 직접 삽을 들고 유해발굴에 나섰다. ⓒ 한일고
[체험]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강원도 인제까지…. 목적지는 유해발굴 현장
학생들의 최종 목적지는 70년 전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이 참혹했던 고지전 현장. 강원도 인제군 서화리 민간인 통제구역인 이곳은 휴전선과 3km 거리로 북으로는 금강산, 남으로는 설악산을 잇는 백두대간이 있다. 1951년 8월 8일부터 9월 18일까지 남북이 고지 쟁탈전을 벌였다. 40일간 고지전에서 무려 5000명의 전사자와 실종자를 남겼다.
현재 100여 명의 군인들이 연일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발굴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270여 구의 유해가 발굴되면서 그날의 참혹했던 역사가 땅 위로 그대로 드러났다.
학생들이 방문한 때에도 발굴 현장 곳곳에 정강이뼈와 두개골뼈, 엉덩뼈 등 사람의 유해가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이를 본 학생들은 은 몸을 웅크린 채 묻혀 있는 유해 위에 흰 국화를 놓으며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다. 직접 삽을 들고 유해 발굴에 나섰다. 종일 땀을 흘렸지만 유해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한일고 정태수 학생은 "저런 불편한 자세로 70년간을 어떻게 누워계셨을까 생각하며 죄송함과 감사한 마음으로 꽃을 놓아드렸다"라면서 "이제라도 발을 뻗고 누우실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두 학교 학생들은 차 안에서 산길을 걸으며 저녁 식사 후 가진 통일 포럼과 통일 토크 시간을 통해 ’전쟁, 평화, 통일’을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한 학생은 이어 "북한에 대한 편견, 북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한순간에 허물어졌고 틀에 박혀있던 저 만의 세상이 훨씬 더 넓어지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 한일고
[공감] "함께 간 형의 슬픈 마음이 내게도 닿았다"
마지막 날 방문지는 고성의 통일전망대다. 두 학교 학생들은 산길을 걸은 뒤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나서, 통일 포럼과 통일 토크 시간을 통해 '전쟁, 평화, 통일'을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앞의 정태수 학생은 "유해발굴 현장을 보며 느낀 점도 많지만, 드림학교 형, 누나들과 대화를 나누며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학교, 진로, 연애, 그냥 재밌었던 일 등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며 태어난 곳, 자란 곳이 다를 뿐 똑같은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북한에 대한 편견, 북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한순간에 허물어졌고 틀에 박혀있던 저만의 세상이 훨씬 더 넓어지는 기분이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학교 서범석 학생은 "6.25 참전용사이신 할아버지께서 몇 년 전 돌아갔다"며 "할아버지께서 목숨 걸고 걸었던 격전지를 따라 걷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간 드림학교의 한 형이 북쪽을 보며 '저기 저 산 초소에 내 친구들이 와 있을 텐데...'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바로 앞에 그리운 고향을 두고도 갈 수 없는 괴로움과 슬픔이 내게도 닿았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추상적인 통일보다 진짜 남북민이 마음을 나누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드림학교 학생들도 "이곳에 오니 고향 생각도 나고 슬프다", "다시는 동족 간에 싸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 학생들은 유해발굴 후 몸을 웅크린 채 묻혀 있는 유해 위에 흰 국화를 놓으며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다. ⓒ 한일고
드림학교 이영주 교장은 "남북출신 학생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교류하며 통일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귀한 시간이 됐다"고 평했다. 학생들과 동행한 한일고의 전대희 교사는 "청소년이 참혹했던 잰쟁의 현장을 방문해 유해발굴 체험을 하며 평화와 통일의 필요성을 서로 이해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박3일간의 6.25 전사자 유해발굴캠프인 '남북 출신 청소년이 함께하는 통일문화기행'은 충남도교육청이 예산 등 행정적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한일고는 1985년 설립한 사립고등학교다. 드림학교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위한 사립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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