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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본색' 드러낸 윤석열... "전직 대통령 구금 안타깝다"

"문 정권,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빼려 한다" 맹비난... "국민의힘과 생각 같다"

등록|2021.06.29 16:07 수정|2021.06.29 17:01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정치철학 면에서는 국민의힘과 제가 생각을 같이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보수본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대통령 후보 경선 참여 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본인의 이념적 좌표가 보수야당인 국민의힘과 "같이 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 이 자리에는 권성동, 정진석 등 국민의힘 중진의원들부터 3선, 재선, 초선 가리지 않고 여러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29일 오후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참여선언'은, 본인이 어느 진영의 사람인지를 분명히 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의 공식 명칭은 "윤석열 국민 기자회견"으로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가 준비한 연설문에도 '시장'과 '자유민주주의'가 여러 번 강조되며,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확실히 했다(관련 기사: [전문] 윤석열 출마선언 "정권교체 확실하게 해내겠다").

22번 등장한 '자유'... "정권교체 이루지 못하면 부패완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날 그의 연설문에서는 '자유'라는 단어가 22번 등장했다. 그는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수많은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았다"라며 "정부 부채 급증으로 변변한 일자리도 찾지 못한 청년 세대들이 엄청난 미래 부채를 떠안았다"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하였다"라며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라고 비난했다.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라며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여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라고도 지적했다.

특히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문재인 정권을 향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의혹을 그대로 차용한 셈이다. 그는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이라며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이다"라고 현 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했다.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라고도 외쳤다.

그는 "국민들이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에게 공정과 자유민주주의를 바라고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망상"이라며 "이들의 집권이 연장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라고 우려했다. "이제 우리는 이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지지해주는 국민들의 요구가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 더 이상 집권을 연장하여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정권을 교체하는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뜻"이라며 "그는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개악과 파괴를 개혁이라 말하고,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되어 국민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부패완판'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는데, 그의 어록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또한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면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며 "저 윤석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라고 반복했다.

그의 연설은 "저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되었음을 감히 말씀드린다"라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전직 대통령 장기 구금, 안타까워하는 국민 많아... 나도 공감"
 
 

▲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그는 "저는 자유를 굉장히 중시한다"라고 재차 이야기했다. 그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자유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고, 국가 공권력도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데서 한계를 갖고 멈춰서야 되는 지점이 있다"라며 "다수결이면 모든 게 된다는 그런 철학에는 저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자유'를 중시하는 차원에서 "국민의힘과 제가 생각을 같이 한다"라는 것.

그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과거에 탄핵도 겪었고,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많았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분이라고 하더라도, 지성과 상식으로 국가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에 전부 동의하지 않으실까"라고 이야기했다.

윤 전 총장은 또한 이명박·박근혜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서도 나름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양재시민의숲 역에서부터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까지 이어지는 길 한쪽에는 윤석열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이들이 운집했고, 반대편에는 "사기탄핵, 법치사망의 주범" "태블릿PC 조작수사, 사기탄핵의 주범 윤석열" 등의 팻말을 들고 그를 반대하는 이들도 다수 모였다.

그는 "사면 문제는 법을 적용하는 문제가 아니고, 국민들의 민심을 살펴서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라며 "현직 대통령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공을 넘겼다. 하지만 "명확하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사안은 좀 아니다"라면서도 "연세도 있고, 또 여자 분이, 또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국민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저 역시도 그런 국민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그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꼬집었다. 예컨대 최근 여당의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윤 전 총장은 "종부세를 감세하고, 종부세(대상자)를 상위 2%로 상향시키느냐 아니냐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종부세라는 건 다시 전면적으로 재검토를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여론이 안 되니까 최고의 부자들한테만 때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예측 가능한 집값을 가지고 필요할 때 필요한 종류의 주택을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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